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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바뇨스. #208 세상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 같은 그네 위에서. 모든게 귀찮았다. 거의 봐왔던 모든 풍경이 어디선가 봐왔던 풍경이었다. 여행의 끝이 온 듯 하였다. 과거의 일기를 보더라도 점점 지쳤다, 귀찮다라는 말이 늘어났다. 약 9~10개월간의 여행이 이정도인데 2~3년씩 여행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기도 했다. 그들은 정말 대단한 여행 감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화창한 날씨에 신발이 바싹 말라 기분은 좋았다. 아마 여행중에 처음으로 신발을 빨은 듯 하였다.내일 월드컵 결승전을 보고 바로 바뇨스를 떠나 키토로 갈 예정이었기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네 중에 하나인 세상의 끝 그네를 타러 가기로 했다. 역시나 점심식사는 항상 먹던 식당안의 조그마한 좌판에서 해결했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작은 간판이 없었더라면 이 곳이 그네로 가는 길이.. 2019. 5. 16.
에콰도르 바뇨스. #207 광기의 레프팅. 노트북 알람과 핸드폰 알람을 동시에 맞춰놓으니 시끄러워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집합 장소로 걸어가는 길에 빵집에 들렀는데 오늘 함께 레프팅을 할 누나 두명이 빵을 사고 있었다. 이 곳 빵집이 아주 맛집이라며 항상 아침마다 사먹는다 하였다. 세상 가장 맛있는 빵집이라 하기는 무리이나 꽤나 맛있었기에 나도 이 곳에서 자주 빵을 사먹게 되었다. 시간에 맞춰 나갔지만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출발을 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할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가 수건을 챙겨 나왔다.약속 시간에서 약 15분 정도가 지난 후에야 대부분 사람들이 모였다. 깜짝 놀랄만한 인물도 있었는데, 나를 암바토에서 버리고 간 일본 여자 여행자였다. 서로 별다른 이야기 없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날씨는 화창했다. 마을에서 얼마 떠나지 않.. 2019. 5. 3.
에콰도르 바뇨스. #206 은은한 달빛을 받은 폭포 앞에서. 힘들게 도착한 바뇨스에서 아침부터 우아한 휴식을 취했다. 낮에는 혼자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저렴하고 조용한 식당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주인장이 나긋나긋한 성격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에는 영승이 형을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여 곱창 비스무리한 음식을 먹으러 갔는데 너무 질겨서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안에는 한국인 여자 여행객 두명이 있었다. 반가움에 오지랖을 떨만도 했지만, 미묘한 벽이 느껴짐에 서로 대화없이 각자의 식사에 집중했다. 근처의 마트에서 맥주 4캔을 샀다. 나의 숙소에서 먹기도, 형의 숙소에서 먹기도 애매하여 길거리에 있는 작은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끝이 보이는 내 여행에 대해서도, 앞으로 미국을 들렀다가 유럽으로 넘어가는 형의 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과거에는 한국으.. 2019. 4. 28.
에콰도르 바뇨스. #205 어떻게 같은 여행자끼리 그럴수가 있냐? 아침 6시 쿠앤카에 도착했다. 버스안에서 우연찮게 약 1년 정도 남미여행을 하는 일본 여자 아이를 만났다. 그녀와 함께 바뇨스행 버스표를 사러가는 길에 그녀가 왜 쿠앤카에 머물지 않고 바로 바뇨스로 떠나는지 물었다.이유가 어디있나, 그냥 가고 싶으면 가는 것이고, 가기 싫으면 안가는 것이지. 서로 대화가 메끄럽게 통하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쿠앤카에는 그다지 볼 게 없을 듯 해'라고 하니까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냐 되물었다.음... 원래 세상의 모든 곳이 다 그렇지 않나? 그렇게 따지만 지구상 모든 곳은 방문하기 전에 갈지 말지 판단을 하면 안된다는 뜻인데... 여행 철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에는 우리 둘사이 언어의 장벽이 너무나 높았다.자리를 앞뒤로 앉아 버스에 탔다. 버스가 한.. 2019. 4. 23.
페루 치클라요. #204 2박 3일간의 강행군. #여행기가 존재하지 않아 기억이 흐릿하다. 페이스북 사진, 머리속에 남아있는 기억의 파편들로 정리한다. 와라즈에서 바뇨스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미련스럽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몇 번의 버스를 갈아타면서 꾸역꾸역 넘어가야한다.이동하는 경로에서 어떠한 멋진 여행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 긴 거리를 2박 3일동안 나와 비슷하게 넘어가는 것을 보면 그다지 사랑받는 도시는 없어보였다.나 역시 어디선가 특별하게 휴식을 취하고 가야겠다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최초의 세계일주 루트에서 남미의 최종 종착점은 페루였다. 이후 멕시코나 미국, 캐나다 여행이 메인이었다.에콰도르와 콜롬비아는 현지에서 일정을 추가하여 가게 된 것인데 이스라엘, 요르단에 있을 때 갑작스럽게 이집트 대신 에.. 2019. 4. 22.
아기자기하고, 거대하고. 쿠알라룸푸르. #4 믿음이 가지 않는 그에게 돈을 빌려줄 수는 없었다. 늦은 밤까지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내야했지만 조급함은 없었다. 되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늦은 저녁 할게 없을까봐 걱정되었다. 그런만큼 게스트하우스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은 늘어갔다.약 10시쯤 뒹굴거리는게 지겨워서 바투동굴과 말레이시아 국립 박물관을 가보는 정도의 큰 루트만 세워놓고 밖으로 나왔다. 바투동굴로 향하기 전에 차이나타운 옆에 있던 스리 마리아만 사원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으나, 예배시간에 맞춰 왔는지 안쪽에서 특유의 인도음악이 흘러나왔다. 밖에서 사진을 한장 찍고 돌아가기에는 아쉬워 안으로 들어가는 인도계 사람들을 따라 들어갔다.여행자로서 인도문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곳은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곳이었다.분주하지만 경건하게, 신성한 그들의 예배를 본 후에 바투동굴로 향했다. 바투.. 2019. 4. 21.
#15 소설 / 데미안 [2019] 데미안헤르만 헤세 구매 / 대여 : 구매 읽게 된 계기 : 어렸을적에 사두었던 책 간략한 서평 : 아직 독서력이 한참은 부족한가보다. 초반부는 읽음에 크게 무리가 없었지만, 중간부분은 질질 끌려가다 싶이 읽었다. 청소년 필독서같은 것에 항상 포함되어있지만, 실제로 청소년이 이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나보다 뛰어난 청소년들은 빼고. 보통의, 일반의 청소년들이 말이다. 뭐랄까... 책이 아주 어렴풋하게 보이는 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았다. 야곱의 싸움부터는 늘어지는 문체덕에 더욱 내용 이해가 힘들었다. 최근 번역판 정도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모든 사람이 다 최고라고 하더라도 나에게 와닿지 않으면 거기서 끝이다. 싱클레어의 유년시절처럼 극단적인 세상속.. 2019. 4. 15.
아기자기하고, 거대하고. 쿠알라룸푸르. #3 모스크의 한을 풀고 싶었다. 어제 짬짬이 말라카 구시가지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어떻게 갈지 고민을 했다. 구글지도로 검색해보니 아침 9시 30분쯤에 구시가지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한대 있었지만 확실치는 않았다. 최대한 쿠알라룸푸르에 일찍 도착하고 싶었기에 시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결국 그랩을 이용해서 버스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동남아권의 생활 문화 양식을 크게 바꾸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바로 이 '그랩'이란 어플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현금 사용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건너뛰고 QR코드를 이용한 인터넷 결재로 진입한 것과 비슷하다.그랩 어플을 이용하여 택시를 호출하자마자 기사님이 왔다. 쿠알라룸푸르까지의 버스비는 거의 비슷했다. 눈에 보이는 곳에서 9시 출발 버스표를 구매하고 4번 플랫폼에 앉아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 2019.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