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기./13, 필리핀4

With English, 세부. #3 찰나의 시간을 경험하다. 대한민국을 떠나 호주에서의 약 11개월간의 고달픈 노동자 생활을 마치고, 필리핀에서의 약 1달간의 생활이 지났다. 세계일주를 떠나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지만 여행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여행의 기본장비인 카메라조차 없었으니 말이다. 여러가지 물건을 공수받아야했고,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었기에, 나의 안녕을 확인시켜줄겸 부모님을 필리핀으로 초대했다. 늦은 밤 세부에 도착한 부모님은 나를 바로 앞에 두고도 내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기 전까지 알아보지 못했다. 수염도 기르고 있었고, 머리도 길었으며, 살도 많이 빠져있었다. 고생을 많이 한 얼굴로 보였는지 걱정부터 했고, 약간 눈시울이 불거진 듯 하기도 했다.우리에게는 긴 시간이 있지 않았다.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총 이틀이 전부였다. 관.. 2018. 1. 7.
With English, 세부. #2 다리밑 마을 사람들 속으로. 주말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면 거의 대부분의 날을 막탄에서 보냈다. 단체로 갈 만한 곳이 막탄밖에 없을뿐 아니라, 도시의 곳곳을 살펴보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는 반대로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항상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수상스포츠가 여행의 중점이었다.막탄에서 우리가 항상 머물던 호텔이 있었는데 방 3개에 거실까지 붙어있는 최고의 숙소가 약 6만원 정도였다. 그 호텔을 가기위해 막탄 다리를 건너야했는데 그 밑에 해상 비스무리하게 지어진 집들이 다다닥 붙어있다. 택시가 다리를 건널 때마다 '저 곳에 가보고싶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느날인가 호텔에 짐을 풀고 돌아보니 12명이라는 대인원이 도착해있었다. 인원이 많다보니 각자 하고 싶은것도 다르기 마련. 결국 하고싶은대로 하.. 2017. 4. 26.
With English, 세부. #1 정처없는 발길 끝에 도교사원을 만나다.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날들을 IT파크 근처에서 평일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 곳 근처에 대부분의 한인식당이 모여있었기에 삼겹살에 소주한잔을 걸치기에 이만큼 좋은 곳도 없었다. 친구들은 낮시간에 나가 마사지를 받거나, 쇼핑을 했지만 나는 마사지도 싫고, 쇼핑에는 관심이 없었다. 주로 혼자 걸어다니면서 나만의 여행을 즐겼는데 친한 여동생 한명과 함께 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다. 자기도 한번 같이 돌아보고 싶다하였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지프니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어차피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했기에 적당히 움직인 후 지프니에서 내리기로 했다. 이 근처 거의 모든 지프니들은 IT파크로 향했고, 여차하면 택시를 타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너무 멀리 떠나면 돌아.. 2017. 3. 5.
With English, 세부. #프롤로그 호주 번다버그에서 레몬농장에서 가시에 찔려가며 레몬을 딸 때, 일하던 농장은 비포장도로를 한참동안이나 달려야 나오는 시내 변두리에 있었다. 어느날 항상 달리던 그 길에서 갑작스럽게 동물이 튀어나와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오른쪽의 작은 도랑을 타고 차가 두바퀴를 굴러 뒤짚어졌다. 살기위해 차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와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왔다. 차 옆에 쭈구려앉아 30여분을 멍하게 기다리는데 차가 한대 멀리서 뽀얀 먼지를 이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살았구나' 차는 우리 앞에 서더니 상황을 물어보고 어떻게 도와줄지 우리에게 물어봤다. 허나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이해도 못했고, 뭐라고 해야하는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영어 실력이 부족했다. 한참 혼자 이야기하던 호주 남자는 얼마나 답답했으면 도와줄 .. 2017.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