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알람과 핸드폰 알람을 동시에 맞춰놓으니 시끄러워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집합 장소로 걸어가는 길에 빵집에 들렀는데 오늘 함께 레프팅을 할 누나 두명이 빵을 사고 있었다. 이 곳 빵집이 아주 맛집이라며 항상 아침마다 사먹는다 하였다. 세상 가장 맛있는 빵집이라 하기는 무리이나 꽤나 맛있었기에 나도 이 곳에서 자주 빵을 사먹게 되었다.
시간에 맞춰 나갔지만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출발을 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할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가 수건을 챙겨 나왔다.
약속 시간에서 약 15분 정도가 지난 후에야 대부분 사람들이 모였다.
깜짝 놀랄만한 인물도 있었는데, 나를 암바토에서 버리고 간 일본 여자 여행자였다. 서로 별다른 이야기 없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날씨는 화창했다. 마을에서 얼마 떠나지 않아 금방 강줄기가 보였는데 물살이 정말 강력했다.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생각외로 버스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달렸고, 내린 곳에는 우리 말고도 몇몇 팀이 더 있었다.
우리 에이전시에서 출발한 일행은 총 10명이었는데 안전 요원 1명에 여행자 5명씩 탑승하기로 했다. 우리는 총 4명이므로 혼자 온 호주 아저씨가 함께 타기로 했다.
물에 빠지면 어떻게 하라는 등의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지만, 그다지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빨리 보트에 올라타고 싶을 뿐이었다. 교육을 끝내고 신발과 헬멧, 구명조끼를 갖춰입고 배에 올라탔다.
강한 파도와 물살이 몸으로 느껴졌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거 정말... 재밌겠는걸.
열심히 노를 저으며 1시간 이상은 레프팅을 즐긴듯 했다. 위험천만한 코스를 지나가면서 흥분감은 최고였다.
저 멀리 엄청난 파도로 소용돌이 치는 구간이 보였다. 우리가 신나하니까 가이드가 돌격앞으로 명령을 내려서 최고의 속도로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보트는 파도에 부딪치지자마자 완벽히 뒤짚어져서 모든 사람들을 강물속으로 떨궈주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니까 수면위로 올라왔지만 또 한번의 거대한 파도를 쳐 맞고 물밑으로 꼬르륵 잠겼다. 물론 노도 놓쳐버렸다.
겨우 수면으로 올라와 정신을 차려보니 함꼐 보트를 탄 누나가 내 뒤에 이었다. 손을 잡아주려하는데 내 손은 안잡고 머리통과 구명조끼를 잡아당겼다. 힘이 얼마나 쎈지 머리가 계속 물밑으로 잠겼다. 물에 빠진거 보다 이때가 더 겁이 났다. 일단은 뿌리쳐야겠다 싶은 마음을 먹은 순간 거대한 파도가 다시 덮쳐왔고 그녀는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떠내려갔다.
안전교육 시간에 배운대로 가만히 둥둥 떠있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보트에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우리를 구해주고 있었다. 내 뒤쪽에 있던 보트가 노를 내밀어 물살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살이 약한지역에 도달했을 때 다시 원래의 보트로 옮겨탔다.
내 머리를 엄청난 힘으로 누르던 누나는 노질을 포기한채 엉엉 울고 있었다. 엄청 무서웠나보다. 물에 빠질때 목이 잘 못 꺾여 엄청 아프다고 했다. 남은 투어도 포기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겁대가리를 상실했다. 강력한 파도를 볼때마다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노질을 했고, 어느샌가 우리 보트
로 다시 넘어온 영승이형 또한 광기에 사로잡혀 괴성을 지르며 노를 저었다.
2만원이 아깝지 않은 투어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탄 레프팅이었기에 이 곳의 물살이 쎈편인지 약한 편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재밌었다.
두명의 누나들은 투어에 포함된 점심식사까지 먹지 못하였다. 충격이 컸나보다. 아예 입도 안댄 음식이라 내가 먹고 싶었지만, 아파서 골골거리는 사람한테 '이 음식 내가 먹어도 돼?'라고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저녁에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하고 헤어진 후, 약 5시쯤 사진이 담긴 CD를 받기 위해서 에이전시 앞으로 모였다. 누나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영승이형한테 물어보니 잠들었다 하였다. 그녀들 CD까지 받아서 그녀들의 방에 둔 후 피자를 먹었다.
저렴한 과자와 미리 사둔 보드카 한병을 마시니 피로감이 몰려와 먼저 잠이 들었다. 새벽에 깨보니 형은 언제갔는지 없었다.
#아쉽게도 에이전시에서 받은 CD는 잃어버렸다. 사진도 제대로 열리지 않아 백업은 못해두었다.
2014. 07.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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