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어느날 동생이 내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이번 겨울방학때 우리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보러갈래?'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 무슨 캄보디아냐?, 나는 인도정도의 여행지가 아니면 안간다'
'인도는 좀 그런데...'
2011년 12월 30일, 집 앞 돼지껍데기집, 친구 한명과 나누던 대화도중 튀어나온 말,
'아... 내가 입 밖으로 꺼낸 소리 반만 지켰어도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텐데'
잘 생각해보면 전혀 틀린말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계획한 것을 반도 못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술김에 이번 겨울방학 기간동안 서로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말하고 그 중 반만 지키자는 약속을 했다. 친구는 당시 항공정비사를 꿈꾸고 있었기에 그와 관련된 자격증 취득과 자전거 여행을 이야기했고, 나는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자격증 하나와 자전거 여행, 그리고 해외여행을 이야기했다. 겨울방학이 끝나는 그날 우리는 다시 이 돼지껍데기집에 앉아 누가 반을 지키지 못했는지 확인해보고 진 사람이 술을 한잔 사기로 하였다.
어찌보면 내가 손해였다. 그 녀석은 두개를 말했기에 한가지만 지키면 됐는데 나는 세개를 이야기했기에 두개나 지켜야했다. 그리고 어이가 없게도 3일후 2012년 1월 2일 우리는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3일만에 친구녀석은 자기가 입 밖으로 꺼낸 이야기의 반을 지키게 된 것이었다.
문제는 나였다.
방학에 공부는 죽기보다 싫었고 여행은 무슨 여행이란말인가. 차곡차곡 의미없이 시간이 흘러가던 어느날이었다.
쇼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데 순간 거실로 어머니가 나왔다. 하루하루를 너무 의미없이 보낸다 싶었는지, 갑자기 동생한테 말했던 인도여행이 스쳐지나갔는지, 친구와 말한 '입 밖으로 꺼낸 이야기 반만 지키자'라는 약속이 떠올랐는지, 도대체 무슨 헛바람이 불어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쇼파에 엎드려 잠시 텔레비전을 끄고 이야기했다.
'엄마, 나 인도를 좀 갔다와야겠어.'
옆동네 가듯 인도로 떠난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아버지가 갖고 있던 마일리지를 이용해 뭄바이 왕복 티켓을 구매했다. 수강신청은 어찌되겠지 싶은 마음에 최대한 일정을 길게 잡고는 한국에 있는 도시들도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놈이 인도 여행카페에 가입해 대충 정보를 수집하여 조잡한 여행 루트를 만들었다.
쇼파에 누워 아무생각없이 인도를 가야겠다고 말한 4일 후 20살 여자와 24살 남자가 인도 뭄바이 땅을 밟았다. 겁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2012년 2월 마지막날 66%의 약속을 지킨 나는 50%의 약속을 지킨 그에게 술을 한잔 얻어마셨다.
모두가 한번쯤은 꿈구는 여행지, 인도. 어리숙하고 풋풋했던 나의 첫 여행기를 시작한다.
다음 이야기 :
2015/12/25 - [지구별 여행기./12, 인도] - Welcome to India. #1 뭄바이, 자이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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