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반쯤 일어났다. 나름 첫 숙소에서 만난 친절한 사장이었기에 떠나기 전 인사를 드리려했지만 아직 출근전이었다. 아쉽지만 종업원에게 키를 전해주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숙소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충분히 걸어갈 만 했다.
< 입구라고 하긴 조금 조잡하다. 그냥 버스가 나오는 구멍이라 하는게 적당할 듯 >
버스는 생각보다 청결했고 쿠션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나무같은 의자도 앉을만 했다. 멋지게 생긴 할아버지가 버스안에서 돈을 받았다. 버스는 문이 닫히지 않았다. 어차피 창문도 닫히지 않았기에 심각한 매연문제는 열려진 차 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정류장같은 곳에서 5분정도 쉴 시간을 주었다. 그 사이 내릴 사람은 내렸고 탈 사람은 탑승했다. 새로운 사람이 타면 귀신 같이 알고 할아버지는 돈을 받았다. 한 두명쯤 놓칠만 한데 기억력이 대단했다. 탄 사람도 자신이 새로운 탑승객이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4시간쯤 지나니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6시간쯤 지나니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바나나 2개를 먹고 8시간을 달려 낮 4시쯤 조드푸르에 도착했다.
많은 호객꾼들에게 둘러쌓여 당황했지만 영철이 형님이 길을 안내했다. 능숙하게 릭샤를 흥정하고 시계탑으로 향했다.
조드푸르는 시걔탑 근처로만 가면 뭐든게 해결됐다. 밥, 숙소, 볼 것.
우리는 형님의 의견에 따라 선라이즈 호텔에 묵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쉬기 좋았다. 방 안으로 빛도 잘 들어왔기에 언제나 방이 밝았고 작은 테라스가 있다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메헤랑가드 포트의 전망을 가리는 벽이 있었지만 나름 루프탑 풍경도 괜찮았다.
우리는 일단 핸드폰이 급했기 때문에 유심처리부터 하고 밥을 먹기로 했다.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시계탑 앞의 작은 잡화점으로 향했다. 그저 간단히 유심을 사서 꽂으면 된다고만 생각했는데 꽤나 복잡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델리~ 델리~ 하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가게 주인부터가 스마트폰을 만질 줄을 몰랐다.
핸드폰 2대 유심비용으로 600루피를 지불했지만 동생과 내 핸드폰 모두 작동이 안되었다. 약 1시간을 잡화점 앞에서 씨름을 한 결과 가게주인에게 더 이상 기대를 하면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환불을 해 줄 것 아니면 나와 A/S 센터를 가자고 하니 그는 한참동안 변명을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작동을 안하니 내 책임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일 함께 A/S 센터로 가겠다 이야기했다.
이렇게 씨름을 하는 동안 영철이 형은 우리를 옆에서 기다려줬다. 그게 가장 미안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시계탑만 보고 들어가기로 했다.
동생은 저녁이 되어도 기분을 풀지 못했다. 뭐가 그리 분한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분하단다. 기분을 핑계로 탄두리 치킨과 맥주를 거하게 마셨다.
술 한잔 하면서 영철이 형과 이야기 도중 형님은 조드푸르에 며칠 더 눌러 앉고 싶다 했다. 고민 끝에 우리는 내일 자이살메르로 밤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주인에게 미리 낸 500루피 중 반절을 돌려달라 했지만 통할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200루피만 받았다.
이래저래 쓴 맛을 본 인도의 하루였다.
다음 이야기 :
2016/03/10 - [지구별 여행기./12, 인도] - Welcome to India. #5 조드푸르 - 1
2/6
물 - 16루피
릭샤 - 30루피
탄두리치킨, 맥주 - 600루피
핸드폰 - 600루피
방 값 - 300루피
화장실 - 2루피
합계 : 1548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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