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안씼었나...? 샤워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어제 안씼고 잤다. 그래서인지 상쾌한 아침이 아니었다. 몸을 벅벅 긁으며 눈을 떴다.
8시쯤 사장님께서 나의 생사를 확인하러 오셨다. 교회를 다녀오신 후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 했지만, 그 사이 내가 잠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대략 1시쯤. 잠귀가 상당히 예민해진 상태였는데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을 보면 오지 않으신것 같았다. 조금 쉬다가 2시에 일단 돈을 뽑으러 나갔다.
그나마 스탠다드 은행이 가장 믿을만 했기에 ATM 박스 안으로 들어가니 영업이 끝났단다. ATM기계 영업시간이 어디있나 싶었지만 가드가 끝났다고 이야기하니 방법이 없었다. 한참 밑으로 내려가 보이는 은행에서 40만 탄자니아 실링을 뽑았다. 엄청 많은 금액 같지만 25만원 밖에 안되는 비용이었다. 타자라 기차비용, 잔지바르 생활비까지하면 분명 턱없이 모잘랐다. 나중에 모자라면 한번 더 뽑기로 하고 아루샤 구경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누가 세렝게티의 나라 아니랄까봐 시내 로터리에는 동물들의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별히 볼 것은 없었지만 이왕 나온 김에 조금 멀리 움직였다. 쭉 뻗은 직진도로 끝에 왠지 뭔가가 있을 것만 같았기에 아무생각 없이 앞으로만 걸었다. 잘 정돈된 거리 위에는 그 흔한 옥수수 장사 아주머니 한명 없었고, 가끔씩 내 뒤에서 따르릉따르릉 자전거 벨소리만이 들렸다.
어느새 길의 끝에 다다랐고 점심식사를 위해 돌아다니다가 작은 시장을 만났다. 작아도 너무 작은 시장이었기에 구매할 것이 없었다. 당장 필요한 머리끈 하나만을 구매한 후 지지리도 볼 것이 없는 시장을 빠져나왔다.
시장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나름 야외 테라스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현지인들도 많았기에 음식맛이 괜찮아 보였다. 한낮이었지만 현지인들은 맥주를 마시며 아스날 vs 첼시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아스날팬으로서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가슴팍에 삼성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간단한 식사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열렬히 응원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아스날의 6:0패배 밥 맛을 물론, 술 맛까지 떨어졌다. 그 길로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안에서는 딱히 할것이 없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보기위해 내 머리속에 지우개를 틀고 눈물 일발 장전을 했지만 파일이 다 깨져버렸다. 버벅대는 손예진의 대사는 나의 감정을 모조리 박살내버렸다.
다른 영화 '놈놈놈'을 보고 저녁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왔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 멀리 가기도 귀찮았고, 숙소를 공짜로 묵고 있었기에 오늘은 배부르게 먹기 위해 조금 좋아보이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내 나름대로 거하게 먹기 위해 볶음밥과 치킨 한마리를 시켰다. 양도 괜찮았으며 야들야들한 고기가 아주 맛이 좋았다.
만족하는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데 종업원이 11,000실링이라 했다. 내가 먹은 금액은 10,500실링. 다시 계산을 해달라 부탁하니까 이번에는 10,000실링을 달라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계산법이었다. 종업원이 초보인 듯 했다. 난 분명히 정확한 금액을 이야기했는데 자신들이 10,000실링만 달라고 한거였기에 두 말없이 10,000실링만을 지불하고 나왔다.
숙소에 들어오니 건물이 무너질 기세로 폭풍우가 쳤다. 강한 천둥번개의 소리를 오랜만에 들었다. 괜히 창문 너머로 경비원 아저씨가 잘 있는지 쳐다보고는 했다.
그 날 나는 잠을 설쳤다. 물론 천둥번개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예상외의 복병, 모기 때문이었다. 3시간 동안 모기와의 사투끝에 지쳐 잠이 들었다.
2014. 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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