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감정을 추스리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버스는 금새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편도발권을 문제삼지 않았다. 수중에 남아있는 에티오피아 돈을 환전하고 한쪽 구석에 앉았다.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슬슬 줄을 서야할 것 같아 일어서는데 손이 축축했다.
침이었다. 참 되는일도 없었다.
에디오피아 공항직원들의 일처리가 얼마나 느린지 입국심사대의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에디오피아는 밤버스를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아디스아바바에서 나이로비까지 연달아 버스를 타고 달려도 5일이 걸린다. 그러나 비행기는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비행기의 위대함을 느끼며 나이로비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 곳까지 왔는데 비자를 문제삼으면 답이 없었다. 갑자기 대사관 보스의 연락처라도 받아올걸 후회가 됐다. 몇몇의 사람들이 입국심사를 거부당하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인가 슬쩍 가서 보니 황열병 예방접종 카드가 없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미리 접종을 하고 왔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국심사대에 서니 직원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보통과 다름없는 눈빛이었지만 긴장되었다. 직원은 여권을 쓱쓱 넘기다 케냐비자를 봤다.
'아 걸렸구나... 이걸로 문제삼겟지...'
그러나 나의 추측과는 다르게 곧이어 여권의 다음장으로 넘어갔다. 그녀는 어떤 종류의 비자를 발급받을 건지 물어봤다.
단 1초에 망설임도 없이 '트랜짓비자' 발급을 말했다.
그만큼 빨리 케냐를 떠나고 싶었다.
공항으로 나오는 중 착한 현지인을 만나 쉽게 시내 안쪽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시내와 공항과의 거리는 약 20Km정도 됐는데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약 1시간 반이 걸렸다. 사람들은 중간중간 버스에서 내려 걷고, 담배도 피고, 음료수도 사먹고, 과자도 사먹었다.
앞의 꽉 막혀있는 차를 보면 잠깐 나가 무언가를 먹고 배를 채울 수 있었지만, 왠지 내렸다가 갑자기 휑하고 버스가 가버릴 것만 같았다.
인터넷에서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로 소개된 뉴케냐 롯지를 찾는 도중 버스회사 호객꾼을 만났다. 그는 나이로비부터 아루샤까지 12불만 내면 태워준다하였다. 바로 내일 아루샤로 달릴 예정이었기에 구매를 할까했지만 왠지 믿음이 안갔다. 탕아저씨의 일도 있고하여 많이 위축된 상태였다.
일단 알겠다 이야기하고 숙소를 찾아 짐을 풀었다.
공항 환전소에서 환전하지 못한 더러운 돈들을 환전하러 환전소에 갔다. 근데 환율이 1:2다. 국경에서도 1:4였던게 시내에서 1:2라니... 그만큼 에디오피아돈은 케냐사람들에게 가치가 없는 돈이었다. 국경환전상의 환율이 가장 높을 줄이야...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어차피 밑으로 더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값어치를 못하는 돈이었다. 남은 돈을 실링으로 환전했다.
내일 아루샤로 떠날 버스를 구매하기 위해 낮에 만난 버스회사 직원을 다시 찾아갔다. 계속 뭔가 어필을 하고 착한척을 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았다. 결국 숙소에서 25달러에 투어리스트 버스를 예약했다.
밤의 나이로비가 무서워 간단히 근처 로컬식당에서 피자와 볶음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빨리... 케냐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2014. 0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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