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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탄자니아 세렝게티. #108 전초기지에 도착하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1. 27.

요 며칠간 너무 쉬기만 했다. 시간을 계속 지체하는 것이 아까웠다. 나누리 사장님이 오시기 전에 다른 에이전시 쪽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다녔다. 

호객꾼 한 명을 만나 에이전시로 따라갔다. 그는 나를 갈색의 푹신한 쇼파에 앉히고 이것저것 설명을 시작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신기한듯 관심을 표했고, 그는 기분이 좋아져서 열심히 설명했다. 대충 이야기가 끝나고 인원은 몇명이나 모여있는지 물어보니 나를 제외하고 3명이 모여있다했다. 혹시 몰라 국적도 물어보니 미국인과 독일인이라 했다. 음... 믿음은 가지 않았다.

가격을 물어보니 535달러, 나누리 투어가 450달러였다. 어차피 나누리에서 투어를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얼마까지 가격이 떨어지나 딜을 해보았다. 그러나 곧 죽어도 460달러 이하는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적당히 장단을 맞추다 밖으로 나왔다.


나누리 가게로 가니 문이 열려있었다. 로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오시자마자 밥을 먹었는지 물어봤다. 아직 안 먹었다 이야기하니 근처 가게로 데려가 바나나 수프와 난을 시켜주셨다. 바나나 수프는 처음 먹어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 별미였다. 

사장님께 투어 진행 상황을 물어보니 미국인 2명과 일본인 한명이 있는 그룹이 있는데 이미 오늘 그 팀 합류 신청했다 하셨다.

드디어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 그룹을 만들었다.




사장님은 저녁 때 차를 타고 출발하면 된다며 점심식사를 같이하자 하셨다.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기에 죄송할 뿐이었다. 함께 간 곳은 아루샤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분의 집이었다. 손님이 온다고 따끈한 국물이 일품인 매운탕을 끓여놓아주셨다. 오랜만에 먹는 집밥에 허겁지겁 밥을 두공기 비웠고, 생선은 3토막이나 뜯어먹었다. 


약 2시쯤 가게로 돌아왔다. 4시쯤에 픽업차가 온다는 전화를 받고 2시간 동안 동네 구경을 시켜주시겠다며 하여 함께 나섰다. 마지막에 공짜로 투어까지 받았다. 너무나 고마우신 분이었다.

재밌는 동네 투어가 어느새 끝나고 4시에 픽업차량이 도착했다. 픽업차는 버스터미널까지만 데려다줬고, 그 곳에서 버스표를 한장 구매했다. 내 옆자리에는 현지인 여자가 앉았는데 나보다 어려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갓난아기를 꼭 안고 있었다. 아이가 귀여워 까꿍까꿍을 해주는데 갑자기 겉옷을 올려 젖을 먹였다. 에티오피아부터 많이 봐왔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그저 살짝 고개만 돌렸다. 

약 2시간여를 달려 세렝게티 투어의 전초기지, '레인보우 캠프사이트'에 도착했다.



캠프사이트의 내부는 나쁘지 않았다. 샤워장, 화장실은 물론 레스토랑까지 있는 숙소였다. 배정받은 방에 짐을 던져놓고 근처를 구경하는데 나와 함께 떠날 일본인을 만났다. '준'이었다. 

그는 영어를 거의 못했는데 아주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조금 이기적인 면도 있었지만 어찌됐건 영혼은 순수했다. 케냐에서 3년 째 자원봉사를 하다가 이제 일본에 돌아갈 예정이라 관광 중이었다. 나름 동양인끼리의 만남이라 은근히 이야기를 많이 나눈 상대였다.

레스토랑 안에는 미국인 두명도 보였다. 물론 나와 함께 떠날 친구들이었다. 한 명은 온몸에 문신을 잔뜩 했었는데 알고보니 타투이스트였다. 다른 한명 또한 범상치 않은 문신들이 가득했는데 클럽 DJ였다. 참으로 재밌는 인생을 사는 친구들이었다. 특히 타투이스트는 5년마다 대륙을 옮기며 여행과 수입을 동시에 해결한다했다. 지금은 유럽에서 살고 있지만 곧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라 했다. 멋진 놈이었다.


저녁식사는 레스토랑 내부에 준비되었다. 캠프사이트 내의 사람들을 크게 3그룹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한팀은 노인들로 이루어진 그룹, 8명의 젊은이들, 내일 나와 함께 떠날 미국인 둘과 일본인 아저씨였다. 우리와 함께 떠날 미국인들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절대 알아들을 수 없는 속도와 발음으로 우리에게 장난을 쳤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나와 일본인 아저씨끼리만 대화가 진행되었고, 그들은 곧 우리에게 흥미가 떨어졌는지 8명의 외국인 그룹에게 붙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이드가 찾아와 자기소개를 하며 일정에 대해 설명했따. 나누리 사장님게 들은 일정은 세렝게티 후 옹고롱고로 분화를 가는것이었지만 독일 친구 2명이 내일 옹고롱고로 투어만 신청했기에 일정을 조금 바구자했다. 안될 것은 없었기에 간단히 일정을 바꿨다.

가이드가 퇴장하자 아크로바틱 쇼가 시작되었다. 얼마나 재미있을까 기대했지만 60년대 서커스 수준의 공연이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상당히 실수를 반복했고, 그들의 정수리 부분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촛불때문인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열심히 박수를 쳐주며 공연에 용기를 복돋아주었다.

미국 애들은 얼마나 재미가 없는지 이미 여자들 옆에 앉아 맥주를 목구멍에 쏟아넣고 있었다. 맥주 귀신이라도 붙은 것 같았다. 

한쪽에 앉아 아크로바틱 쇼를 구경하는 것으로 오늘의 하루를 마쳤다.


2014. 0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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