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터인가 머리가 조금 띵한게 몸에 힘이 없었다. 안나푸르나라 산행에서의 피로감이 이제서야 나타나나 싶었다. 오랜시간동안 한국을 떠나있었기에 물갈이나 음식문제는 아닐 것이었다. 몸의 어딘가가 고장났다는 신호였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술을 먹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한 잔씩 마셨고 낮에는 가트에 앉아 사색에 빠지곤 했다. 적어도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점점 잠이 늘기 시작했다.
평소같으면 아침에 모닝 짜이를 한잔하러 나갈테지만 눈을 떠보면 10, 11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점점 일찍 피곤해지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점심에 일어나도 몸이 젖은 수건마냥 축축 쳐졌다. 병원을 갈까했지만 그때까지도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괜찮아지겠지. 좀 지나면 낫겠지. 그것이 화근이었다.
점심 때쯤 일어났는데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몸에서는 열이 펄펄나고 너무 어지러워 걸을 수 조차 없었다. 타는 듯한 갈증에 물을 마셨지만 물조차 몸에서 받지 않았다.
정말 온 몸이 아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쑤시고 몸속부터 아팠다. 이러다 큰일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갈까했지만 병원까지 갈 힘이 없었고 외국에서 보험이 안되니 엄청난 돈이 나올까 무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련곰탱이스러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아픔이 최고조에 올라갔을 때에는 하루에 약 20시간을 잤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생각도 없었다. 가끔 옆방에 있는 누나가 찾아와 몸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밖에 나갔다 들어올때마다 내가 먹을 것 몇가지를 사다줬다.
간신히 그것들로 끼니를 연명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침낭안에서 잤다.
약 3일간을 끙끙 앓은 후에야 조금 몸이 괜찮아졌다. 그나마 거동이 가능해져서 일단 한국음식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밖으로 나와 왜 이렇게 아팠을까 생각을 해보니 이유는 '숙소'라는 결론에 도착했다.
내 숙소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10일동안 머문 이 숙소는 첫번째로 창문이 없었다. 즉 전혀 환풍이 되지 않는 상태. 방문을 열면 살짝 쾌쾌한 냄새가 났는데 아마 곰팡이가 핀 것 같았다. 두번째로 내가 널어놓은 빨래. 항상 걸려있는 빨래때문에 유난히 내 방의 습도가 높았던 것 같다.
결론은 방안에 핀 곰팡이 같았다. 하루 150루피 더블룸이라 싼 가격에 묵었지만 결국 시간만 버린 꼴이 되어벼렸다.
숙소를 옮겨 바라나시에서 며칠을 더 있을까 했지만 이 곳에서 이미 충분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떠나기로했다.
나에게 끼니를 사주던 누나에게 바라나시를 떠날 것이라 이야기하니 누나도 같이 떠나자 했다. 누나 역시 1달동안 이곳에 있었으니 슬슬 떠날 때가 되긴했다.
누나는 아직 내 몸이 이동할 때가 아니라면서 좀 더 몸을 쉬게 해주고 2일 후에 떠나자했다.
바라나시에 있었던 10일. 그 중 4일을 홀로 고독히 병과 싸우며 지냈다.
2014. 01. 21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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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5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인도 바라나시. #48 다시 또 움직여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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