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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아와사. #97 악몽을 꾸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6. 8. 21.

모얄레에서 꼬박 하루가 걸려 아와사에 도착했다. 두번째 사고 이후 아저씨의 얼굴에 묻은 피는 닦아냈지만 옷에 묻은 피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갈아입히지 못해 피범벅이 된 옷을 입고있는 그를 보니 가슴이 쓰라렸다.

병원에 들어가 에디오피아 간호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아저씨를 병원 내로 옮겼다. 


CT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밖에서 아무말 없이 기다렸다. 고요한 침묵이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의사가 나오며 현재 아저씨 뇌안에 피가 고여있는 상태라 이야기했다. 얼마나 쎄게 때렸으면 밖은 멀쩡한데 뇌 안쪽이 터졌을까. 

와이프는 바로 수술을 진행해달라 이야기했지만, 그는 이 곳에서 수술을 할 수 없다 답변했다. 약 30분간 차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가야만 수술이 가능하다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또 다시 이동을 해야한다하니 힘이 나지 않았다. 의료 서비스가 열악해도 너무나 열악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귀찮고 힘들다고 지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다시 엠블란스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조금 더 큰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나를 제외하고 모두 X-ray 촬영을 했다. 두 번째 사고로 골반과 갈비뼈에 금이 간 사람이 있나 확인하니, 와이프는 골반에 금이 갔고, 일본 여자 간호사는 갈비뼈가, 일본 남자 간호사는 문제가 없었지만 탈진으로 쓰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꼬박을 달리면서 우리가 먹은 것이라고는 길에서 파는 바나나 한 송이였다. 그만큼 급박하게 달려왔다. 지칠만 했다.


나 또한 배고픔과 탈진, 심리적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오래 쓰러져있을 수 없었다. 걔중 몸이 가장 정상적인 사람은 나뿐이었다. 아저씨는 수술에 들어갔고 나는 와이프의 부탁으로 수술비를 출금하기 위해 에디오피아 간호사와 은행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에디오피아 간호사는 어디론가 계속 통화를 했는데 아마도 케냐 운전사와 통화를 하는 듯 했다. 한참을 통화하더니 그가 나에게 케냐운전수가 감옥에 있단다. 케냐차로 케냐 운전수가 에디오피아에서 사고를 냈기 때문이란다. 

그러더니 자기도 이제 모얄레로 돌아가고 싶다 이야기했다. 얼굴에 지친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아저씨가 수술이 끝날 때까지 너는 있어야하며 우리가 지금까지 오면서 있었던 상황들을 아와사 의사에게 설명해야할 의무가 있다 말했다.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이 상황에 먼저 가겠다는 간호사도 짜증이 났기에 절대 보내줄 수 없었다. 


다시 병원으로 온 뒤에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쉬는 동안 밖의 벤치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가뜩이나 얼마나 지출을 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병원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으며 돈을 쓰기가 싫었다. 또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에 중간중간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들어야만 했다.


잠시 후 수술을 끝났다며 의사가 나왔다. 수술을 최선을 다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단다. 몇 시간만 빨리왔어도 좋았을텐데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우리가 좀 더 빨리 왔었더라면 하는 자책에 눈물이 났다.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 내일까지 경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결정하고 병원에서 나왔다. 전부 심신이 지쳤기에 근처 호텔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쉬기로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악몽을 꾸었다. 하루종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2014.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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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8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98 또 다시 이동. 아디스아바바 Korea병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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