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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98 또 다시 이동. 아디스아바바 Korea병원으로.

by 지구별 여행가 2016. 8. 28.

모두가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일본 남자 간호사가 고열과 복통으로 아침부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의 와이프가 간호를 해주기로 하고 나와 아줌마는 먼저 병원으로 이동했다. 

이른 시간부터 사람이 많았지만 역시나 우리가 눈에 확 띄었는지 의사는 우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그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더 이상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야기했다. 상태는 호전되어 때리거나 꼬집으면 반응하고 산소호흡기도 어제 새벽에 떼었단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조금이라도 빠른 시간내에 큰 병원으로 옮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의사의 조언을 듣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어보니 아디스아바바에 에디오피아 내 가장 큰 병원이 있으므로 그 곳으로 가라 이야기했다.


11시쯤 엠블란스가 도착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선결제를 원했고, 또 다시 돈을 탈탈 털어 그의 호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엠블란스를 타고 가는 길이 막힐까 걱정했지만 모든 시민들은 응급차를 피해주었다. 단 한대도 길을 터주지 않는 차는 없었다. 그러나 시내로 들어오자마자 수 많은 차에 둘러싸이고, 코 앞의 병원까지 20여분에 시간이 걸려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버스타고 6시간 걸린 길을 3시간 반 만에 올 수 있었다.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가장 큰 병원은 Korea병원이다. 우리나라 선교사들이 세운 병원이기에 내리자마자 한국인 스탭을 찾았다. 예전,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 글을 볼 때, 인맥과 학연을 무기로 먼저 환자를 부탁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게 무슨 꼴인가 싶었지만, 막상 내가 이러한 상황에 닥치니 나 또한 그러고 있었다. 무조건 한국인 스탭을 만나겠다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합법한 절차를 밟는 것이 더욱 빠르겠다는 생각에 그들의 룰에 맞춰 입원 수속을 진행했다.

대사관에 연락을 하기 전 수술을 부탁하니 그들은 현재 수술이 불가능하다했다. 무슨 무슨 장비가 없다 했는데 의학과 관련된 지식이 없었기에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이 곳이 에디오피아 내에서 가장 좋은 병원인데 이 곳에 장비가 없으면 어떡하나 물어보니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단다. 

너무나 지쳤다.


그러는 사이 탕 아저씨의 보험회사 직원이 찾아와서 사건의 설명을 듣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방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Korea병원이지만 너무나 무력한 내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다. 로비 한 쪽 구석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다가 병원 스탭의 소개로 닥터 Lee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얼굴에 화가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도와줄 수 있는 모든 방면을 도와줬다. 자신이 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수술장비를 찾아봐주고, 보험회사 직원에게 제출할 입원 증명서도 빠르게 떼다 주었다. 한국 대사관에 연락도 해주었으나 주말이라 전화통하가 되지는 않았다.


내가 닥터Lee의 도움을 받는 동안 일본 대사관 직원들이 병원에 나와있었다. 무려 4명의 직원이 나와서 호텔과 보험, 입원 수속을 모두 해결해주었다. 참으로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도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대사관 측에 연락해주고, 개인 핸드폰 번호로 연락을 해주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일단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수속이 다 끝나고 정신을 차리니 나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에디오피아 불법입국, 케냐 불법출국, 무일푼. 어디서부터 해결을 해야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나마 일본대사관 직원이 이 문제는 비상상황으로 벌어진 일이니 한국대사관에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말한 위로가 마음을 달래줬다.


닥터 Lee에게 다시 대사관 연락처를 받기 위해 사무실에 가는 도중 한명의 한국인을 만났다. 급하게 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대사관측 연락처를 물어보니 병원 뒷편 교회에서 대사관 직원이 예배중일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를 따라 작은 교회에서 겨우 대사관직원을 만났다. 그에게 아주 상세하고 한치의 거짓없이 상황을 설명하니, 월요일 아침에 대사관이 문을 연다며 그 날 함께 대사관으로 향하기로 했다. 너무나 고맙기는 했지만 어쨋든 주말 내에는 일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니 아저씨의 수술이 결정됐다. 다행히도 필요한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를 구해왔단다. 

밤 9시 아저씨는 병원 2층의 수술실로 들어갔다. 


보험회사 직원은 일본 간호사와 더 필요한 장비가 있는지 병원에 물어봤고, 한가지가 부족했기에 장비를 구하기 위해 다른 병원으로 향했고,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아줌마 곁을 지켰다. 

약 2시간 후 수술이 끝났고, 보험회사 직원 마가렛과 일본 간호사가 도착했다. 수술이 끝난 직후였기에 보호자가 필수적으로 병원에 있어야만했기에 우리 모두 호텔로 가지 않고 병원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너무나 몸이 지쳤다. 정말 너무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병원 로비에서 의자를 몇 개 붙여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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