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문을 열고 사람들이 조금씩 복도를 돌아다니는 시간이 되었음에도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일어날 힘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었고, 눈을 떠서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병간호를 하는게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마가렛 아줌마가 다가와 일을 도와달라며 나를 깨웠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헌신해가며 탕아저씨를 돕고 있는데 계속 누워있을 수는 없었다.
최악의 몸상태, 정신 상태였지만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마가렛 아줌마와 일본 여자 간호사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의학 용어를 쓰며 어떠한 장비를 빌리러 갈테니 아줌마를 곁에서 잘 지켜달라 이야기했다.
며칠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기에 탈진상태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몸에는 전혀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누군가가 말을 거는 것도 귀찮았으며, 머리를 회전하고 싶지 않아 멍하게 땅만 바라보며 아줌마의 옆 자리를 지켰다.
11시쯤 어제 만난 대사관직원을 다시 만났다. 이미 서기관님에게 연락을 드릴 것이라 했기에 기나긴 스토리를 빠짐없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짧은 탄성을 내면서 어찌 그럴 수 있냐는 말을 계속 되내었다.
그의 도움으로 닥터lee를 만났다. 그는 12시에 교회 뒷편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니 찾아오라했다. 이틀동안 바나나 몇개와 일본 여자 간호사가 조금씩 사온 과자로 연명하여 아사 직전인 나에게는 단비와 같았다.
Hiroko에게 함께 식사를 하자 했지만 입맛이 없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혼자 먹고 오라는 손짓을 했다. 혼자 먹고 오기는 너무나 미안했지만 내 굶주린 배를 일단은 채워야만 했다. 오랜만에 먹는 진수성찬에 그간 고생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식사를 마치고 일본 여자 간호사가 돌아오기 전까지 오늘 하루 쉴 숙소를 구하러 나갔다. Hiroko는 골반뼈에 금이가 휠체어를 탄 상태였기에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보다는 호텔을 잡는 것이 나을듯했다. 그녀 역시 많이 지친듯 내가 끄는 휠체어에 몸을 맡긴채 호텔로 향했다. 그 동안 일본인 간호사와 마가렛 아줌마가 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해보인다며 오늘 하루는 자신이 병원을 지킬테니 호텔로 가서 씻고 휴식을 취하는게 어떤지 권했다. 우리 역시 휴식이 필요했기에 별다른 말 없이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녀는 비상용 휴대폰을 손에 꼭 쥐어주며 비상시에 연락할테니 항상 핸드폰을 갖고 있어달라 신신당부하고는 병원 어딘가로 사라졌다.
3일만에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를 하러 나왔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hiroko 아줌마, 일본인 간호사 부부, 4명 모두 제대로 목구멍에 밥을 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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