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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모얄레. #95 돈과 사람, 그들은 돈을 택했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6. 6. 29.

에디오피아 모얄레 병원에 도착하였다. 이제부터는 에디오피아 지역이므로 응급차를 갈아타야만 한다 했다. 이 곳 병원은 이 주변에서 가장 큰 병원인지, 늦은 시간에도 사람이 많았다. 약 1시간 동안 이 곳에 있는 동안에도 피를 철철 흘리며 들어온 환자가 두명이나 되었다. 그들의 사지가 붙어있는게 다행일 정도였다.

우리가 케냐에서 끌고 온 차는 더 이상 쓸 수 없다 하기에 당장 에디오피아 응급차를 빌려달라 했지만 그들은 빌려줄 수 없다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만 했고, 일단 아저씨를 병원 내부 침실로 옮겼다. 그러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었다.


밖으로 나가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안쪽이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인가 해서 다가가보니 돈 문제였다. 우리는 돈이 급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급한 것이었기에 돈은 얼마든지 지불할테니 빨리 출발하자 했으나 안된단다. 자신들의 차가 하나 밖에 없어서 빌려줄 수 없다 했다. 결국 케냐에서 응급차를 빌려 움직이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연료가 없단다. 

'OK, 우리가 지불하겠다. 떠나자.' 그러나 또 안된단다. 간호사를 태우란다. 

'OK, 우리가 지불하겠다. 떠나자.' 안된단다. 일시불로 돈을 지급하란다.

모든 돈을 털어 병원의 의사 손에 쥐어주었다. 당연히 비상용 돈으로 달러를 주었는데 잠시 기다리라 이야기했다. 또 무엇이 문제인가 했더니, 환율을 검색하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정말 이 놈이 의사가 맞을까 싶었다. 넓은 이해심으로도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었다.


일본인 커플은 케냐 모얄레에 짐을 두고 왔기에 어떻게 할지 물어보니 함께 병원까지 도와준다 했다. 5명이 함께 응급차를 타고 아와사로 떠났다.

일단 약속한대로 우리는 케냐 운전수를 위해 차에 연료를 채워줘야만 했다. 또 십시일반 돈을 걷어 달러를 모았다. 이제 달러는 물론이고 현찰은 남아있는게 없었다.


근처 주유소에는 무장한 직원이 있었다. 기름 도둑이 많은가보다 싶었다. 주유를 해달라하니 케냐차이기 때문에 기름을 팔 수 없단다. 국적이 다르면 기름도 다르단 말인가. 사정사정을 해봤지만 기름을 팔지 않겠단다. 돈을 많이 주겠다 이야기했지만 그는 들은채도 안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말싸움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곧장 다른 주유소로 향했다.

이번 주유소는 비르(현지 화폐)가 아니면 돈을 받지 않겠다 하였다. 값을 두배로 쳐서 달러로 주겠다 말했지만 무조건 돈을 환전해오라 이야기했다. 이미 밤 11시, 도대체 어디서 환전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와이프가 울면서 환자를 보여주고 애원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너무도 단호하게 비르를 가져오라 이야기 할 뿐이었다.


에디오피아 간호사가 자신이 아는 곳이 있다며 길을 안내했다. 그 곳에서 말도 안되는 환율로 300달러를 환전했다. 빠르게 주유소로 돌아가 기름을 채우는데 도데체 기름값이 얼마기에 30만원으로 기름통 한개를 채우지 못했단다. 비상연료통 기름을 채워야한다며 케냐운전수가 닥달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또 그 집으로 가서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환전을 하고 비상연료통 기름을 채웠다.

사건 발생 10시만 만에 우리는 아와사로 출발했다.


몇시간 동안 만난 현지인들은 중 그 누구도 우리를 먼저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에디오피아 병원 의사는 간호사를 팔려고만 노력했고, 케냐 운전수는 자신의 차에 기름을 가득 넣을 생각만 했고, 가게의 환전상은 자신의 환율 이득만 생각했으며, 주유소 직원은 말도 안되는 기름양으로 우리의 돈을 가로챘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런 생각도 안들었다. 빨리 출발하기만 바랄 뿐이었다.


하루가 너무 길었다. 뒷 자석에는 에디오피아 간호사, 일본인 부부, 와이프가 탑승했고 앞에는 나와 운전수가 탑승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안개가 자욱했으며 길은 울퉁불퉁했다. 드디어 출발은 했다는 안도감에 졸음이 쏟아졌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2016. 03. 14


다음이야기


2016/08/15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에디오피아 아와사. #96 또 다시 사고, 그리고 구원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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