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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아와사. #96 또 다시 사고, 그리고 구원의 손길.

by 지구별 여행가 2016. 8. 15.

졸고 깨고를 반복하다 해가 뜰 무렵 잠에서 깼다. 운전수에게 아와사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니 아직 한참 남았단다.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안개는 더욱 짙어져서 가시거리 채 20m도 안되는 듯 했다.

급하게 가야한다는 생각과 최악의 날씨는 결국 사고를 만들어냈다. 차가 급 커브 길에서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길 오른쪽 구덩이에 빠져버렸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차 또한 4륜 구동차였기에 어찌어찌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날씨는 너무 추웠지만 피곤함이 추움을 이겼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리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깼다. 큰 사고가 났다.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을 한 듯 마을 안에서 운행하던 버스와 크게 박아버렸다. 다행히도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기에 큰 부상이 없었지만 뒷 사람들은 달랐다. 환자 앞에 쪼르륵 앉아 있는 3명은 미쳐 대비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했기에 갈비뼈와 골반뼈를 다쳤다. 아까 구덩이에 빠졌을 때 내 옆으로 탄 에디오피아 간호사와 나만 괜찮을 뿐이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아저씨의 몸이 제대로 고정되어 있지 못했던 탓에 어딘가에 부딪혀 머리가 또 찢어졌다.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했고 응급차 뒷문이 열린 곳에서는 3명 모두 끙끙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순식간에 우리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목에 피가 흐르도록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재미난 구경이라도 난 듯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다 죽이고 싶었다. 인간으로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었다. 찍히는 사람의 마음을 단 한번만이라도 이해했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온 현지인이 자신의 트럭에 태우라며 환자 이송을 도와줬다. 짐칸에 아저씨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휴지로 막아봤지만 비와 피가 섞여 금새 휴지가 젖어벼렸다. 피와 덕지덕지 붙은 휴지 조각들,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그의 몰골을 차마 쳐다볼 수 없을정도로 처참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디오피아 사람들은 우리를 따라오며 돈을 달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친게 분명했다. 


트럭운전사가 데려다 준 곳은 한국 선교사가 운영하는 한빛 선교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고 다짜고짜 선교사님을 찾았다. 한쪽 구석에서 빨래를 하고 있던 선교사에게 울기 직전의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방안으로 들어가 두툼한 담요들을 몇 개 들고오며 아저씨의 체온을 보온하기 위해 노력했다. 병원으로 이송시켜줄 수 있는지 물으니 지금 당장은 운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불가능하다 하였다. 또 다시 하늘은 회색빛으로 뒤덮혔다. 

그녀는 건물안으로 뛰어들어가더니 어딘가로 마구 전화를 돌렸다. 한 5분이 지났을 무렵, 그녀가 곧 미니버스가 한대 올 것이라며 그 버스를 타고 아와사로 올라가면 될것이라 얘기해주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정말로.


미니버스에 아저씨를 태우고 출발하기 전, 그녀는 나를 붙잡고 종이 쪼가리에 그녀의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급박한 상황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업거나, 통역이 필욯면 거리낌없이 연락을 주면 된다 하셨다. 우리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선교원 앞에서 우리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배웅해주었다.


출발을 했지만 '또 다시 사고가 나면 어쩌지'라는 불안함이 내 몸을 감쌌다. 일행 모두 몸이 안좋다했기에 내가 아저씨를 안고 가기로했다. 아저씨는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5분에 한번식 그가 숨을 쉬고 있는지 듣기 위해 내 귀를 그의 코에 가져다 댔다. 아주 미약했지만 숨은 쉬었다. 숨쉬는 것을 확인하면 에디오피아 간호사에게 신호를 주었다. 내가 잠시 졸면 그가 손을 코에 대어 확인하고는 했다. 

내품에 그를 안고 가는 동안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제발 내품에서 죽지 말라고. 우리가 전생에 어떤 인연이기에 내 품에서 죽는 것일까.'

그가 죽는 것이 무섭기도 했지만 1주일 전에 본 사람 품안에서 그의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너무 서글펐다.


2014.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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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1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에디오피아 아와사. #97 악몽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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