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항공 비행기가 너무 흔들려 정말로 추락하는 줄 알았다. 손에서 땀이 줄줄흘렀다. 이러다 더는 비행기를 못 타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긴장했다. 그래도 밥이 나오면 모든 걸 잊고 맛있게 먹었다. 참 단순한 사람이다.
무사히 경유지인 바레인에 도착하였다. 경유시간이 50분 밖에 없었기에 서둘러서 환승센터로 갔지만 줄이 너무 길었다. 줄을 끝까지 기다렸다가 짐검사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아 공항직원한테 이야기해 먼저 통과하였다.
비행기 탑승이 곧 시작되는지 게이트 앞에는 아프리카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아줌마들이 엄청 밀고 새치기했다. 짜증이 많이 났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아디스아바바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새벽 5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니 아줌마들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밖으로 나올 때에도 역시나 새치기하고 밀고... 첫 인상이 참 별로였다.
밖으로 나오니 동양인이 보여 말을 걸었다. 일본부부였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피아사를 가기 때문에 택시합승을 할 겸 어디를 가는지 물어봤지만 나와 목적지가 달랐다.
어쩔 수 없이 공항내에서 상황을 살피는데 이상한점이 있었다. 그 어떤 현지인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정말 택시를 타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단 한명도. 이유를 물어봤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났지만 자기도 6년만에 고향땅에 오는 것이라 잘 모른다했다. 그 역시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략 1시간쯤 기다리다가 이대로는 답이 없을 것 같아 밖으로 나가서 택시 가격을 물어봤다. 대략 300비르, 가격이 터무니 없었다. 몇 군데 택시기사들에게 흥정을 시도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한참 흥정하고 있는데 이스라엘 사람을 만났다. 참으로 순수하게 생긴 그는 먼저 다가와 피아사를 가는지 물어봤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니 자신도 피아사를 간다며 함께 버스를 찾아보자했다. 나 역시 버스가 있다고 들었기에 그와 동행을 했다.
버스는 공항내를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아니라 밖으로 조금 걸어나가면 있는 미니버스였다. 피아사까지 가격은 5비르. 역시 저렴하다. 버스를 타고 피아사의 Baro호텔에 짐을 맡기고 아디스아바바 관광을 하러 이스라엘 아저씨와 길을 나섰다.
< 이 곳이 나름 번화한 곳이다. >
정처없이 길을 걷다가 피아사 세인트조지 성당으로 갔다. 에디오피아는 이슬람과 에디오피아 정교가 80%이상을 차지하는데 그 중에서도 에디오피아 정교가 조금 더 많다. 대부분의 에디오피아 사람들이 신앙심이 높기에 성당안에는 기도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 등산화를 신고 있는 나에게도 신발을 닦아주겠다며 호객을 했다. >
성당에서 나와 수 많은 구두닦이들을 지나쳐 기념탑을 갔다. 근데 무슨 기념탑인지 도저히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한참이나 정처없이 발길이 가는데로 길을 걸어서 아디스아바바를 구경했다.
이스라엘 아저씨는 에디오피아만 6번째 왔다는데 그 어떤 것을 보아도 인터레스팅하다면서 너무나 좋아했다. 언제나 새롭고 즐거운 나라가 에디오피아라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정말 에디오피아를 사랑하는 사람같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현지인 남자 두명을 만났다.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이런 저런 좋은 정보들을 알려주길래 한동안 같이 동행을 했는데 어느순간 이스라엘 아저씨와 흑인애들이 말다툼을 시작했다. 말다툼이라기보다는 한쪽의 일방적인 언어폭력이었다. 뭐가 불만이었는지 흑인애가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테러리스트라니 모두 죽어야한다며 쌍스러운 말을 했다. 그러나 아저씨는 싸우지 않고 태연히 받아 넘겼다. 뭔가 어른의 느낌이었다. 혼자 욕을 하던 흑인도 상대의 동요가 없자 제풀에 지쳐 우리를 떠났다.
숙소로 돌아와 호텔 내의 레스토랑에서 마카로니 with 미트소스를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양 또한 푸짐했다. 주문을 한 후 대략 30분이 넘게 걸려 나왔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야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이스라엘 아저씨는 사진을 찍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참으로 강철체력이라 느끼며 혼자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아마 오후 7시쯤 누웠는데 일어나니 8시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다음 날 8시.
하루가 그냥 끝나버렸다.
2014. 03. 03
다음이야기
2016/01/30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83 아프리카에서 만난 첫 한국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