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아저씨는 사진을 찍으러 나갔는지 방에 없었다.
흡사 EPL 아스날의 벵거감독과 비슷한 그는 하얀 백발에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웃었다. 그는 언제나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특히 연사로 찍는 것을 좋아했는데 자신이 찍고 난 후 꼭 나에게 보여주었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이 여행시에 매너가 없다하지만 내가 만난 첫 이스라엘 사람이 이 사람이어서 그런지 이후 여행에서도 이스라엘 여행자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갔다.
잠시 와이파이를 하며 그를 기다리니 역시나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내일 아와사로 떠나기 위해 오늘 버스표를 사러간다하니 근처에 인터레스팅한 뮤지엄이 있다며 함께 가자했다. 나 또한 인터레스팅한 뮤지엄이 뭔지 궁금했기에 그와 함께 나섰다.
버스정류장을 가기 전 박물관을 먼저 갔다. 다른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역사 박물관이었는데 이탈리아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기록해놓은 박물관인 듯 했다. 한 쪽 벽면에는 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기록되어 있었고. 박물관의 가장 안쪽에는 해골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에디오피아의 역사를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기에 그다지 흥미가 있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서대문 형무소 박물관 같은 곳이 아닐까 싶었다.
박물관에서 버스티켓 판매소까지는 충분히 걸어갈만한 거리였다.
아와사행 버스는 살렘이랑 스카이버스 두 곳에서 모두 팔았다. 15비르가 더 저렴하고 출발시간도 30분 빠른 살렘에서 구매했다. 저녁 늦게 떨어지면 숙소 구하기 힘드니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자는 마음이었다.
근처에서 어제 이스라엘 아저씨한테 욕을 한 현지인을 또 만났다. 나에게는 반갑게 아는 척 하며 다가왔지만 간단한 인사만 하고 그를 피했다.
오전 일정이 끝났기에 잠시 숙소로 들어와 에너지를 충전했다.
오후 일정은 나와 그의 목적지가 달랐다. 그는 아디스아바바 대학교 박물관을 가고 싶어했고, 나는 국립박물관으로 가서 루시를 보고 싶었다. 그는 에디오피아 루시는 가짜라며 볼 필요가 없다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기에 상관없다 하고 루시를 보러 갔다.
< 박물관 외부에는 몇 가지 조각들이 있다. 그러나 볼 것은 별로 없다. >
국립박물관은 규모가 너무 작았다. 이게 국립 박물관이 맞나 싶었다. 딱 입장료 10비르의 가치를 했다. 루시 모조품을 구경하고 인류의 발전사가 정리되어 있는 곳을 본 후에는 딱히 볼 것이 없었다.
1층 두개골 조각, 2층으로 올라가 그림과 조각상 몇 개, 3층에는 농기구들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나오기 전 기념품점에 들러 편지지 두장을 샀다.
예상보다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나한테는 방키가 없었다. 야외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시커먼 여자 한 명이 뭐 좀 빌려달라고 영어로 이야기했다. 나도 당연히 영어로 대답하고 내 할일을 하는데 혼잣말로 한국말이 나왔다.
그녀가 먼저 '어, 한국사람이세요?'라고 물어봤다. 나는 그녀가 일본 히피, 혹은 필리핀 사람 일 줄알았다. 피부가 너무 검은색이었다. 정말 시커멓다.
그녀는 장기여행 중독자였다. 간호사라는 특수직업 덕택에 일자리가 구하기 쉬워 6개월은 일하고 6개월은 여행을 다닌단다. 물론 매년 월급은 줄어들었지만.
인도 여행 중 이스라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국 결혼까지 이르렀렀고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장기 여행이 될 것 같다 했다.
그녀는 에디오피아에 온 것을 너무나 후회했다. 현지인들이 더듬어도 너무 더듬는단다. 빨리 떠나기 위해 비행기표를 바꾸려했지만 사우디 항공이 쉽게 일정을 바꿔주지 않아 꼬였다했다. 3일간 쉬면서 비행기표를 못 바꾸면 나와 함께 진카로 떠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한국사람이기에 한참을 수다를 떠니 이스라엘 아저씨가 돌아왔다. 서로 소개를 시켜주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아저씨에게 그녀의 남편이 이스라엘 사람이라 하니 큰 관심을 보이며 빠르게 친해졌다.
그녀가 왜 에디오피아를 빨리 떠나고 싶은지 아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와 아저씨가 함께 걸어가고 있는데도 그녀에게 다가와 찝쩍댔다. 심지어 'Sex 할래?'라는 질문을 우리 앞에서 꺼냈다. 패죽여도 모자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절대적 약자이기에 싸우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무조건 우리쪽이었다.
누나는 이미 한두번 겪은게 아닌 듯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걸어갔다.
< 아디스아바바에서 먹은 인젤라는 아니지만 대충 어떤 건지 올려놓기 위해 >
더러운 꼴을 덜 보기 위해 숙소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둘은 파스타를 주문했고 나는 에디오피아 전통음식인 인젤라를 주문했다. 인터넷에는 먹기 힘들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나는 맛있었다.
둘 모두 파스타가 맛이 없다며 남겼기에 그 것까지 싹싹 긁어 먹었다.
숙소에 돌아와 그녀와 한참동안이나 수다를 떨었다.
2014.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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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0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에디오피아 아와사. #84무슨 숙소가 콘센트도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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