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여자는 오늘 아와사를 떠난다 했다. 나는 하루 더 머물 예정이었지만 버스터미널 근처로 숙소를 옮기기 위해 함께 체크아웃했다.
그녀가 먼저 나에게 오늘의 일정을 물었다. 딱히 일정이라 할 것도 없었다. 그저 새로운 숙소를 잡고, 아르바민치행 버스표를 구매하고, 아와사 호수를 보고, 동네를 걷고,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것이 일정이라면 일정이었다. 그녀 역시 숙소를 구하는 것만 빼면 나와 오전 일정이 같았기에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먼저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아르바민치 행 버스는 언제나 그렇듯 새벽 6시 출발이었다. 내일 표를 구매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어딘지 모르겠지만 짧은 거리인 듯 오후 출발 버스가 존재했다. 그러나 그녀 생각에는 버스 시간이 애매했는지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그동안 나는 근처에서 숙소를 찾았다.
대부분 버스가 새벽에 움직이기에 현지인들도 꼭두새벽부터 버스터미널로 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에디오피아는 버스터미널 주변에 숙소가 모여있을 수 밖에 없다. 현지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에 시설은 좋지 않지만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싼 곳은 한화로 900원짜리도 있었다.
도저히 숙박할 수 없을 만큼 시설이 좋지 않은 곳은 건너 뛰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괜찮은 숙소를 발견했다. 와이파이가 되고 주인도 착했으며 안에 레스토랑도 있었다. 숙박비도 70비르로 저렴한 편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버스터미널로 돌아오니 그녀가 마음을 굳힌 듯 오늘 버스를 타고 아와사를 떠날 것이라 했다.
둘 다 티켓을 산 후 그나마 일정이라고 할만한 곳인 아와사 호수로 향했다. 아와사 호수는 사람들 사는 맛이 나는 호수였다. 많은 사람들이 얼기설기 만들어진 보트로 고기를 잡았고 조금 좋은 배들은 현지인과 여행자들을 상대로 보트투어를 운영했다.
물가에서 아낙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수영을 했다. 그다지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고 호수를 떠났다.
그녀는 아와사를 떠나기 전 피쉬마켓을 가고 싶다며 함께 가자 했다. 날씨가 더워 피곤했지만 페티예의 피쉬마켓을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페티예 같은 피쉬마켓일리가. 입구에 들어갔을 때는 잘 못 온 줄 알았다. 물고기가 하나도 안보였다. 주변은 온통 익룡같은 새들 뿐이었다. 너무나 실망했기에 바로 밖으로 나왔다.
피쉬마켓에서 우리가 묵었던 숙소가 멀지 않았기에 그녀가 짐을 가지고 오는 동안 나는 야외 레스토랑에서 시원한 생맥주를 하나 마셨다. 10비르 정도로 기억하니,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500원정도이다.
그녀와 함께 버스터미널로 돌아가 배웅을 해준 후 숙소로 가는 길에 배가 너무 고파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언제나와 같이 파스타를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안에는 전구가 없었기에 태양빛에 의존해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바닥은 그 흔한 거적때기 하나 없이 흙바닥이었다. 땅바닥에는 한가득 씹다버린 나무줄기가 있었는데 내 옆에 앉은 남자와 여자도 한움큼 씹고 있었다. 아마 코카잎이 아닐까 생각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자리에서는 아리따운 에디오피아 여인이 커피를 볶았다. 향이 얼마나 진한지 커피향에 취해버렸다. 음식을 하는 곳은 내가 앉아 있던 곳과 구분이 되어서 볼 수가 없었다. 너무나 아쉬울 뿐이었다.
푸짐하게 나온 파스타를 먹고 나니 밖에는 한바탕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 하늘을 바라보니 꽤나 오랫동안 내릴 비 같았다. 걱정스럽게 밖을 바라보다 비가 조금 그쳐 숙소까지 뛰었다. 그러나 또 다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숙소까지 500미터 밖에 안되는데...
다시 처마 밑으로 들어가니 현지인 10명정도가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엄청나게 환대해주었다. 사진을 찍어달라하고 같이 사진 찍기를 원했다. 이렇게 된거 그냥 그들과 비가 그칠 때까지 놀 생각으로 있으니 한 명의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숙소가 어딘지 물어봤다. 이름은 당연히 모르기에 바로 앞이라 하니 툭툭을 타라 이야기했다. 자신이 툭툭 기사란다. 심지어 공짜로 태워주겠다했다.
이런 착한 사람... 그 덕분에 툭툭을 타고 숙소로 들어올 수 있었다.
역시 쉽게 그칠 비는 아니었다.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가 좋아 창문과 방문을 열어 놓고 노트북으로 음악을 틀었다. 기가 막히게 로맨틱한 날씨였다. 옆을 바라보니 미모의 에디오피아인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진을 몇 장 찍으니 나에게 다가와 사진을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수줍어하면서 말하는게 귀여웠다.
내가 에디오피아어를 하지 못했으므로 언어의 장벽이 있었다. 잠깐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듣는 빗소리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음악과 빗소리를 즐겼다.
2014. 03. 06
다음이야기
2016/01/31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에디오피아 아르바민치. #86 에디오피아 사람들은 착하다. 그러나 나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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