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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145 새벽 2시 코파카바나 해변을 어슬렁.

by 지구별 여행가 2017. 7. 16.

잔뜩 화를 머금고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환승대기시간이 길었기에 면세점을 두리번거리며 시간을 보냈지만 이내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혹시나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할 때 숙소 예약이 없다고 실랑이를 할까봐 가짜 숙소 예약증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동양인이 한국어로 적힌 가이드북을 보고 있었다. 

여기서 한국 사람을 만날 줄이야. 오지랖 넓게 인사했는데 한국인 특유의 사람을 굉장히 불편하게 만드는 표정이 나왔다. 말을 섞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금세 사라지는 표정이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표정을 꼭 한번씩 거쳐갔다. 물론 이사람이 유별나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배를 타고 해역을 조사하는 연구원이었다. 셰셀 무슨 섬을 간다고 하였는데 일을 하러 가는 것이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 4일간 시간 여유가 있어 관광을 할 예정이라하였다.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배를 굶주리고 있었다. 수 많은 식당이 밝게 켜져있었지만, 조금 기다렸다가 기내식을 먹을 요량으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브라질에서의 일정은 상당히 짧고 아르헨티나에서의 일정이 길었기에 달러가 필요했다. 공항내의 ATM기에서 달러 인출이 가능했기에 600달러를 출금하고 탑승게이트 앞에서 잠을 청했다. 

시간에 맞춰 일어나 탑승 수속을 하는데 공항직원이 여권의 사진과 지금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며 나를 잡았다. 여권에 빼곡히 찍힌 도장들을 보여주며 약 1년간 여행중이고, 살이 많이 빠졌다고 이야기하니 피식 웃고는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에미레이츠 기내식은 꽤나 훌륭했기에 모든 시간에 맞춰 일어나 기내식을 챙겨먹었다.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항공사인 만큼 한국어 영화도 저장되어있었다. 나름 즐거운 비행이었다.



드디어 남미, 그 곳에서도 브라질에 도착했다. 감회가 남달랐다. 비행기를 아침 7시에 탔는데 도착하니 14시였다. 시간축을 거꾸로 날라왔기에 브라질의 해는 한창이었다. 입국 수속을 끝내고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데 공항직원 대부분이 영어를 못했다. 원,투,쓰리도 못알아듣는 직원이 있을정도였다. 공항에서 이정도로 영어가 안통하면 밖은 더 심할텐데... 고생길이 열릴 것 같은 느낌이 엄습했다.

그나마 영어를 잘 하는 인포메이션 직원을 만나 그의 안내에 따라 셔틀버스를 타고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에 들어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밖을 바라보니 벽이 온통 그래피티로 도배되어있었다. 예쁘게 되있으면 모를까, 그냥 낙서같은 모습이었다. 도시 자체가 더러워보였다.


약 6시 코파카바나 해변 어디선가 내렸다. 100배 즐기기 책에 나온 곳을 가려했으나 전혀 이상한 위치를 소개해주어 한참을 헤메였다. 누군가는 브라질이 위험하다 하였지만, 실상은 그렇게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양한 혼혈 인종이 섞여 살기 때문에 나의 외모가 그다지 튀는 외모도 아니었으며, 남아공에서 고통을 참으며 진행한 드레드락 덕분에 더욱 남미사람 같은 느낌도 풍겼다.

몇 군데의 숙소를 돌다가 괜찮은 숙소를 발견하여 짐을 풀었다. 32헤알정도로 가격이 꽤 비쌌지만, 아침식사의 퀄리티도 상당했고 시내를 이곳저곳 돌아다니기에 버스비와 지하철비를 생각하면 메리트가 있는 곳이었다.





근처 마트에서 몇가지 식재료를 구입해 파스타를 먹고 기나긴 비행에 지친 몸을 쉴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얼굴이 시뻘개진 취객 한명이 다가와 술이나 한잔 하자하였다. 맥주를 사 놓은것이 없다하니 자신들에게 많다며 몸만 오라하였다.

"콜!!!"


칠레 남자 2명, 아르헨티나 남자 1명, 미국 남자, 프랑스 남자, 나까지 국적도 다양했다. 숙소의 테라스에 옹기종기 주저앉아 보드카를 마시다가 오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파티가 있다며 밤 12시에 함께 밖으로 나왔다. 돌아다니는 차는 거의 사라졌고, 드문드문한 곳에서 몇명의 사람만이 무리지어 돌아다녔다. 누런 가로등만이 길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코파카바나 해변 근처에서는 운동하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데이트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우리는 길을 물어물어 해변 파티를 하는 곳을 찾아갔지만, 끝끝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파티는 이미 끝났었다. 기분도 꿀꿀한데 모두 클럽이나 가자며 택시를 잡으려 하는데 반은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고, 반은 클럽을 가고 싶어했다. 

심도있는 토론 끝에 숙소파가 승리했기에 택시를 타고 새벽 2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기나긴 비행에 지쳐있던 나 역시 숙소파였다. 

체력이 좋은 인간들은 밤이 늦도록 술을 마셨고, 도저히 더 버틸 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 지쳐 침대에 쓰러졌다.


2014. 05.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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