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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146 가는 날이 장날.

by 지구별 여행가 2017. 7. 16.

대단한 숙취였다. 장시간의 비행피로와 보드카의 조합은 끝내주었다.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움직이는 순간 토를 한바가지 할 것 같았지만 아침식사는 해야만 했다. 참으로 대단한 근성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동안 먹지 못했던 과일위주로 충분히 비타민과 수분을 섭취하고는 다시 시체처럼 숙소 침대에 누웠다. 그나마 무엇인가를 먹으니 속은 조금 진정되는 듯 하였다. 

누워있다고 세상과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엄지손가락은 바쁘게 이과수 폭포행 버스표를 체크했고, 오늘 점심식사 이후에 가면 좋을 곳을 알아보았다. 조금 더 빈둥거리다가는 오늘 하루를 통째로 날려먹을 것 같은 느낌에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오랫동안 브라질에 있을 예정이 아니었기에 체력이 좋은 내일 예수상과 코파카바나 해변을 즐기기로 하고 오늘은 시티 투어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이드북에 나온 역으로 갔다. 가이드북 내에서는 유럽풍 건물들이 압도적인 풍경을 이루고 있다고 하였지만 그저 높은 빌딩에 둘러쌓인 길이었다. 예상과 크게 달랐다. 혹시나 하여 길을 잘 못들었나 하고 알아보니, 이런... 길을 잘 못들었다. 제대로된 길을 찾아 들어가니 나름 괜찮은 광장이 나왔다. 허나 가이드북은 그저 가이드북일 뿐이었다. 오랜만에 한국어판 가이드북을 구해 조금 읽어봤는데 역시나 나는 가이드북 없이 여행하는 것이 편했다.




이 광장을 거점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메트로폴리타나 성당을 가기로 했다. 굉장히 유명한 성당이기에 기대를 안고 도착한 그곳의 주차장에는 차가 빼곡했다. 혹시나 무슨 행사가 진행중인가 하여 주차요원에게 다가가보니 미사를 진행중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하였다. 관광객은 미사도 참여할 수 없나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상당한 불청객일 수 있으므로 미사가 끝난 후 들어가기로 하였다. 

다시 주차요원에게 몇 시쯤 끝날지 물어보니 오로지 NO만을 외쳤다. 알고보니 영어를 할 줄 몰랐다. 일단은 밖에서 무조건 기다릴 생각으로 그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데 한국어가 한쪽에서 들렸다. 쳐다보니 커플이 팔짱을 끼고 걸어오고 있었다. 다가가 인사를 하고 물어보니 신혼여행중이었다. 함께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현재는 금요일에만 개방을 한다하였다. 되는게 없구만. 성당 안을 보기 위해 브라질에서 금요일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밖의 아름다운 모습만 구경한 것에 만족하고 자리를 떠났다.


가이드북에 나온 아름다운 길을 아까도 이야기했듯 하나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빠르게 길을 빠져나와 미술관을 향했으나, 오늘만 단 오늘 하루만 미술관이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하였다. 참으로 날을 잘 못 잡았다.

벤치에 앉아 따스한 태양을 이불 삼아 꾸벅꾸벅 조는 아저씨를 재밌게 지켜보며 광장의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러지리 눈길을 돌리는데 여행객으로 보이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기에 뭔가가 있나?' 싶은 마음에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카메라와 짐을 맡기고 들어갔는데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지만 공짜니까 구경했다. 아직까지 무슨 건물인지 모른다.









정처없이 길을 걸으니 오벨리스크가 나왔고 잠시 구경을 한 후 분수대에 동전을 하나 던지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아쉽게도 아무것도 제대로 보고 온게 없다는 생각이 스쳐지갔다.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고 쉬려했지만, 식당을 9시 이후에 사용해달라는 주인장의 요청때문에 한쪽 쇼파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다. 조금은 맛있는 음식을 해먹기 위해 마트에서 양배추와 계란 12개, 피망, 감자등을 영입해왔는데 입맛만 다시게 생겼다. 

요리를 시작하는데 어제 보드카를 함께 마셨던 친구가 다가왔다. 이미 어디선가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한잔 한듯하였다. 그는 오늘 밤에 보트 파티가 있는데 함꼐 놀러가자 하였다. 그러나 가격도 꽤나 비쌌고 너무 피곤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영어를 안쓰고 포르투칼어를 썼기에 도저히 대화가 안통했다. 적당히 둘러대며 오늘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미안하다 하였다.

한가득 계란 야채볶음을 해먹고 오늘은 일찍 숙소 침대에 누웠다.


2014.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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