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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시아

라오스 방비엔. #9 신선이 살 것 같은

by 지구별 여행가 2015. 7. 13.

방비엔은 중국의 게림과 비슷하다 하여 소계림이라 부른다. 산을 따라서 작은 강이 흘러 운치를 더한다. 신선이 산다면 이런 곳에 살지 않을까 싶었다.

버스를 타고 마을에 도착한 후 형제들과는 헤어졌고 나와 국경에서 만난 형은 같은 게스트하우스를 쓰기로 하여 저렴한 한인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숙소에 도착하니 슬슬 해가 지기 시작했다. 숙소 안 식당에 앉아 방비엔의 산을 구경했다. 지는 해와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아름다웠다.

 

방비엔의 명물은 길 곳곳에 보이는 10000~20000킵 정도가의 가격을 하는 샌드위치다. 평소 군것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조금 발품을 팔면 15000킵정도 가격으로 아주 맛있는 국수나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샌드위치 따위에 20000킵이나 되는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먹어보면 다르다. 네모난 식빵에 야채 몇가지와 마요네즈 참치가 들어있는 편의점 샌드위치 따위를 생각하면 안된다. 정말 양이 무지막지하게 많고 맛 또한 너무 좋다. 밥 한끼 대용을 넘어서 양이 너무 많아 다 못먹을 정도다. 샌드위치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군것질거리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팬케이크다. 얇게 반죽을 펴서 반죽안에 이것저것 토핑을 넣어주는데 개인적으로 바나나만 추가해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방비엔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 한번 먹어보는게 좋다.

 

비어라오. 라오스를 대표하는 술이다. 맥주 맛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있다고 평하는 맥주다. 맛없는 맥주는 태어나서 딱 한번. 아프리카에서 먹어 본 맥주말고는 다 맛있었기 때문에 내가 비어라오가 어쩌구 저쩌구 해봐야 신뢰도가 낮다. 내 입맛에 맛 없지는 않았다 정도로 평가하고 싶다.

많은 라오스 여행자들이 한국에 돌아가서 비어라오를 추억하면 다시 마시고 싶다 말한다. 그 때의 아련한 추억을 되돌리려는 것도 분명하지만 한국에서도 생각이 날 만큼 맛있는 맥주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형과 나는 조금 발품을 팔아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하고 저렴한 식당을 찾았다. 간단하게 볶음밥을 먹고 곧장 비어라오를 맛보기 위해 바를 찾았다. 강 주변으로 수 많은 바들이 있기 때문에 아무대나 가서 마시면 되겠지만 왠지 하나같이 끌리지가 않았다. 한참을 마음에 드는 곳을 찾다가 그냥 대충 마시자며 한쪽 구석에 보이는 바로 들어갔다. 적당하게 시끌벅적하고 적당하게 어두웠다. 나쁘지 않은 바였다. 비어라와 간단한 안주를 몇 개 시켰다.

 

그는 나보다 두 살 많았다. 순해보이는 얼굴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느낌은 순했다. 실제로도 순한 사람이었다. 2년정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여 취업준비를 하다가 이번에 취업을 하게 되어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여행을 왔다고 했다. 한국과 가까워서 그런지 잠시 시간이 남을 때 오기 좋은 곳이 라오스인가 생각이 들었다.

급박하게 와서 그런지 짧게 오는 사람 치고는 잡다한 계획이 없어보였다. 루앙프라방으로 가서 치앙마이로 넘어가 방콕으로 돌아 갈 것이라 했다. 나에게도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고 물어보아서 일단 남쪽 팍세라는 지역으로 갈 것이라 했다. 그는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팍세에 같이 갈 수 있으면 같이 가자고 했다. 나야 나쁠 것 없었기 때문에 3일 후에 떠날 예정이니 그 전에만 알려달라 했다.

 

남자 둘이 앉아 수다만 떨지는 않는다. 술병은 꾸준히 쌓이는 중이었다. 조금씩 술기운이 올라왔다. 꽤 이른 시간이었지만 바주인은 바를 정리중이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니 10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쉬웠다. 한잔 더 하기 위해 주변 현지인들에게 술집을 하나 추천해달라 하니 근처에 클럽이 있으니 그 곳을 한 번 가보라했다. 공산국인 이 나라의 클럽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흥미로웠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 곳에 가기 위해 수 많은 현지인들을 붙잡고 물어본 것은 기억이 난다. 겨우겨우 찾아가니 쿵쾅쿵쾅 음악소리가 들렸다. 방비엔에 이런 곳이... 클럽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속을 안에 몇 명의 서양인들이 있기를 바랬다. 아무 생각 없이 개망나니처럼 놀기에는 서양인들만한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껏 기대를 품고 문을 열었다.

 

한국 클럽을 생각한 내가 병신이었다. 드럼통으로 만든 간이 테이블 몇개와 그나마 구색을 갖춰놓은 바와 DJ.

실망은 했지만 놀지 못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흥이 도통 나지 않는 분위기였다. 클럽 안에 있던 몇몇의 라오스 사람들이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10명정도 되는 하나의 그룹, 30대 정도로 보이는 라오스 남자 2명. 빤히 쳐다보는 그들의 시선은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을 완전히 고꾸라트렸다.

 

그러나 형은 달랐다. 취해서 흥이 날대로 난 상태였다. 형을 보는게 춤추고 노는 것보다 더 재밌었다. 드럼통 테이블 하나에 서서 맥주를 안주겸 술로 홀짝홀짝 마셨다. 형은 점점 취했다. 그렇게 혼자 술을 마셔대더니 결국 화장실에서 잠이 들었다.

조용히 형을 데리고 클럽에서 나왔다.

 

 

 

 

 

 

 

1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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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라오스 방비엔. #10 액티비티의 천국 라이딩, 블루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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