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의 해는 하얗다는 느낌이 들지만 일출, 일몰때의 해는 붉으스름한 색을 내뿜는다. 붉은 사막은 이 때 태양과 함께 진정한 시너지효과를 낸다. 한낮과는 확연히 다른모습이다. 그렇기에 모든 여행자들이 해가 뜨기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로에는 해가 뜨기전, 해가 진후 운전을 하지 말라 경고판이 있었지만 그런말은 누구도 듣지 않은채 새벽부터 많은 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캠프사이트에서 위치상이나 시간상 둔 45에서 일출을 보는게 가장 일반적이지만 히로키는 데드블레이 쪽에서 즐기는 붉은 사막이 더 매력적이라며 그 곳으로 가자했다. 데드블레이 근처에 도착하니 뒷편에서 해가 뜨기 시작했다. 찐한 붉으스름이 사막을 덮쳤다.
데드블레이에서 소서블레이까지는 약 2~3Km 떨어져있었기에 4륜차를 렌트한 사람은 모래바닥을 거침없이 달려들어갔고, 이륜차를 렌트한 사람은 셔틀버스를 타고 움직였다. 허나 만원에 육박하는 버스비는 상당한 부담이었기에 걸어서 가기로 했다.
수십장의 사진을 찍으며 사막의 매력을 충분히 즐겼다. 누가 봤을 때는 지독하다 할 수 있겠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데드블레이는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별로였다. 하얀 모래위에 휑한 나무들이 서있었다. '신기하네', '사진이 잘 나오겠네' 정도였지 입이 벌어질만큼의 압도적인 풍경은 아니었다.
나는 이 데드블레이보다 그 옆에 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둔인 빅데디에 눈이 쏠렸다. 도전본능이 스물스물올라왔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최고의 풍경을 볼 수 있을 듯 하였다. 히로키와 나오미에게 30여분만 기다리라하고 빅데디 정상을 향해 뛰어올라갔다. 시간여유가 없었기에 아무런 길이나 대충 올라가는데 정말 미친짓이었다. 발이 모래사이로 빠져 사이클선수급의 장딴지가 아니라면 쉽사리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괜히 사람들이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게 아니었다. 체력이 고갈되어 포기했다.
히로키는 씩 웃으며, '나는 처음부터 도전할 생각도 없었어'라며 반쯤 놀리듯이 이야기했다.
빅데디를 오르지 못한 한을 둔 45에서 풀었다. 오르기 어려운 곳이 아니었기에 큰 감동이 없었다.
나미비아 사막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있는 스와콥문드가 우리의 다음 목적지였다. 나미비아인들에게는 휴양지이자, 바다와 사막이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기에 많은 여행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곳이었다. 스와콥문드 초입에 플라밍고 서식지가 있다하여 잠시 들렀지만 플라밍고는 커냥 참새 한마리 없었다. 모두 실망했지만, 나미비아 최대 휴양지 스와콥문드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안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를 달려 도착한 스왑콥문드는 흡사 유령도시와 느낌이 비슷했다. 얼마나 모래먼지가 심한지 도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곳에서 휴양을 하다가는 폐병으로 죽을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갈 곳도 없었다.
히로키가 알아놓은 캠핑장을 가려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뱅뱅 돌다가 근처 나미비아인에게 캠프사이트 위치를 물어보니 우리를 안내해줬다. 고맙다 인사하고 다시 가려는데 팔을 잡더니 5나미비아 달러만 달라며 따라왔다. 주변 친구들은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그녀는 지독하리만큼 돈을 요구했다. 친구들에게 창피할만도 했는데 대단한 철면피였다. 결국 친구들이 그녀를 끌고 사라졌다.
캠프사이트 가장 구석에 텐트를 치고 마트에 들러 파스타를 샀다. 맥주도 사려고 했지만 무슨 특별한 이유로 인해 당분간 맥주를 살 수가 없다고 하였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방법은 없었다.
캠프사이트 내부에는 우리 말고도 현지인 단체 그룹이 하나 있었는데 음식의 양을 어마어마하게 준비했다. 함께 불을 나눠쓰며 요리를 하는데 우리의 요리를 보더니 무엇을 하는 것인지 물어봤다. 간단히 파스타에다 야채를 볶아먹을 것이라하니 소스도 없냐며 자신들이 들고 있던 소스를 나눠주었다. 파스타의 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들의 성의를 봐서라도 안 넣을수가 없었다. 완성된 요리의 맛은 처참했지만 배를 채우는게 목적이었으므로 꾸역꾸역 먹었다.
맥주는 없었지만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끝없는 토론을 나누니 어느새 밤 12시가 훌쩍넘은 시간이었다. 그들은 텐트로 나는 차로 기어들어갔다.
2014. 0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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