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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나미비아 세스림. #132 돌아라! 나미비아 한바퀴 - 1

by 지구별 여행가 2017. 3. 26.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짐을 싸놓고는 힐튼호텔에서 차를 가져왔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지만 우리 3명이 움직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동차였다. 소형차에 특성상 트렁크가 작았기에 내 옆자리에도 짐을 넣었는데 기대서 잠을 자기에 참으로 좋았다.

차를 인수한 히로키는 시동을 걸자마자 한 마디하였다.

'나 수동 운전은 너무 오랜만이야.'

불안했다. 더군다나 호주에서 경차로 차가 두바퀴 굴러본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불안했다. 또 다시 사고가 나면 어쩌지. 안전벨트를 멘다고 살 수 있을까. 큰 가방을 안고 있으면 에어백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쓸데없는 망상으로 가득찼지만, 국제운전면허증조차 없으며, 우리나라와 차선이 반대인 이 곳에서 운전이 어색한 나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


소형차는 잘 달렸다. 포장된 길을 한두시간 달리니 곧 비포장도로로 연결되었다. 히로키의 운전스타일은 꽤나 거칠었다. 비포장도로였지만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았다. 차가 덜컹거리기를 수십번할때마다 손에서는 땀이났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 

안전벨트를 꼭 부여잡고 정면에 위험한 장애물이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는 것 뿐이었다.

비포장도로를 한시간여 달리는데 갑자기 나오미가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하였다. 나와 히로키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에 별 일아니라했는데 돌길을 넘어가다 차가 땅을 긁는 소리가 났다. 펑크였다.

달린지 얼마나되었다고 벌써 펑크라니. 다행히 트렁크에 스페어 타이어가 있었으나 우리 중 누구도 타이어 가는 법을 알지 못했다. 일단 모든 도구를 꺼내 길한복판에 펼쳐놓으니 드라마에서 타이어를 꺼내 갈던 모습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드라마에서 본 것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 소형 리프트로 차를 들어올리가 렌치로 볼트를 풀고나니 손쉽게 타이어가 바뀌어 껴졌다.

시동을 다시 걸어보니 왜인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몇번을 시도했지만 변함이 없었다. 타이어의 볼트를 있는 힘껏 쪼으니 그제서야 시동이 걸렸다. 차에 타면서 도대체 몇번의 펑크를 더 겪을지 걱정이되었다. 





차는 그 이후로 잘 내달려 저녁 무렵 세스림에 도착했다. 세스림 국립공원은 밤이되면 입구의 문을 닫고 아침이 되어야만 다시 열어주었다. 허나 아침의 뜨는 태양빛을 받아야 진정한 붉은 사막의 모습을 볼 수 있기에 모든 사람들이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국립공원 안에서 잠을 청했다.

피곤한 나오미는 차에 앉아서 쉬고 나와 히로키만 매표소로 들어갔다. 텐트촌을 사용할 것이며, 분명 3명이라 이야기했는데 매표소 직원이 잘 못 들었는지 두명분의 금액을 요구했다. 다시 이야기할까 하였지만 모른척하고 일단 두명분의 가격만 내기로 했다. 돈이 굳었다.


히로키와 나오미는 텐트를 치고 밖에서 자고 나는 차에서 자기로 했다. 내가 근처에서 돌들을 모아 화덕을 만드는동안 그들은 텐트를 쳤다. 바람이 강력하여 텐트가 날아다녔지만 그들은 자연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텐트를 쳐나갔다. 어찌 생각하면 차에서 자는게 훨씬 편했다. 그들의 텐트가 완성되었을 무렵 내 화덕의 불씨도 활활 타올랐다. 

저녁식사를 하지 못했기에 마트에서 산 감자를 깎아 불에 구웠다. 호일이 없으니 재와 감자가 뒤섞여 시커멓게 탔고 속은 덜 익었지만 그 감자가 왜 그렇게도 맛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감자를 3개 구워먹고 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쏟아졌다. 가운데에는 은하수가 흘렀고, 사방팔방에 별이 산재해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란 말인가. 조금이라도 어둠속에서 즐기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화덕의 불을 끄고 칠흑같은 암흑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사랑스러운 하늘이었다. 

잊지 못할 풍경이었다.

뒷자석에 누워있는 짐들을 배개삼아 자려했지만 하늘이 보고싶어 차의 앞자리에 타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2014.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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