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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나미비아 케이프크로스. #135 돌아라! 나미비아 한바퀴 - 4

by 지구별 여행가 2017. 3. 26.

스와콥문드에서 카만잡까지는 상당히 멀기 떄문에 이른 아침부터 텐트를 철거했다. 끝없이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에 케이프크로스에 들러 물개들을 보고 가기로 했다. 일명 물개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케이프크로스는 스와콥문드에서 약 200Km정도 떨어져있는 곳인데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슬슬 찌린내가 나기 시작하고, 물개가 시야에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저 멀리 돌덩이들이 가득차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모두다 물개였다. '물개가 많으면 얼마나 많겠어?, 한 100여마리 있으려나...?'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몇 천마리는 되어보이는 물개가 있었다. 바다에서 수영하는 물개, 땅에서 자는 물개, 돌아다니는 물개. 수 많은 물개들이 빼곡하게 모래사장을 덮고 있었다. 


물개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게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컸다.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발코니에 물개가 들어와 사람들 사이를 휘젖고 다녔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괜히 병균이 옮거나 물릴까봐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다가가보니 물개들이 먼저 겁을 먹고 도망갔다.









엄청난 찌린내를 뒤로 하고 갈길이 멀었기에 다시 카만잡으로 출발했다. 원래의 계획은 바로 오푸오로 가려했지만 장거리를 운전하는 히로키의 체력을 생각해 카만잡에서 하루자는 일정으로 바꾼것 이었다.

카만잡까지 가는 길은 다른 곳과 다르지 않게 비포장도로였는데 우리의 소형차가 불안불안했다. 거기다가 피곤한 히로키가 조금이라도 빨리가고 싶었는지 엄청난 주행속도로 달려 나의 겁은 배가 되었다. 그러던 중 커브를 도는데 차가 붕 뜨더니 핸들이 안 먹혀 차가 뒤짚어질뻔 하여 다 죽을뻔했다. 호주에서의 사고가 떠오르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히로키도 당황했는지 잠시 차를 세우고는 미안하다며 천천히 가겠다하였다. 나야 운전을 도와줄 수 없으니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밤이 되어서야 카만잡에 도착했다. 나오미가 미리 알아둔 숙소를 가서 돈을 내고 주방을 쓸 수 있는지 물어봤다. 허나 절대로 주방사용은 불가능하다는게 주인의 대답이었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방을 따로 구하기는 쉽지가 않아보였기에 이 곳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딱히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 곳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입구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슈퍼마켓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러 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하늘을 가득매운 별을 바라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장을 보지 못한 우리에게 남은 음식이라고는 파스타 한봉지, 양파, 토마토 밖에 없었다. 주방을 이용할 수 없었기에 저녁을 사먹을까 하였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기에 휴대용 물끓이는 기계를 이용해 파스타를 해먹기로 했다. 전기코드를 꼽아 물을 끓이는 장치이기에 뚜껑을 열어놓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사이로 벌레가 엄청난 양이 들어갔다. 설상가상으로 물끓이는 도구의 손잡이 플라스틱부분이 녹으면서 물로 떨어지려했다. 이런 개고생을 하면서 밥을 먹어야하나. 돈없는 자들의 설움이었다. 정말 숙소의 음식은 너무나 비쌌다.

양파와 토마토를 얼기설기 썰어넣고 케찹을 넣어 소스를 후딱 만들어 파스타에 부어먹었다. 

산속 한가운데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감하려 했지만 수많은 벌레들의 공격에 나는 차로, 그들은 텐트로 대피했다.


2014.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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