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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 필리핀

With English, 세부. #1 정처없는 발길 끝에 도교사원을 만나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3. 5.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날들을 IT파크 근처에서 평일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 곳 근처에 대부분의 한인식당이 모여있었기에 삼겹살에 소주한잔을 걸치기에 이만큼 좋은 곳도 없었다. 

친구들은 낮시간에 나가 마사지를 받거나, 쇼핑을 했지만 나는 마사지도 싫고, 쇼핑에는 관심이 없었다. 주로 혼자 걸어다니면서 나만의 여행을 즐겼는데 친한 여동생 한명과 함께 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다. 자기도 한번 같이 돌아보고 싶다하였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지프니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어차피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했기에 적당히 움직인 후 지프니에서 내리기로 했다. 이 근처 거의 모든 지프니들은 IT파크로 향했고, 여차하면 택시를 타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너무 멀리 떠나면 돌아오기 귀찮으므로 적당한 곳에서 내렸다. 길을 걷는데 왼편에 우람한 나무가 하나 보였고, 꽤나 매력적으로 생긴 골목길이 펼쳐졌다. 발길을 그 곳으로 향한 이유는 그게 전부였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매력이 있는 골목이었다. 여동생에게 '저기까지만 가볼까?', 다시 또 '저기까지만 가보까?' 하면서 들어가다보니 상당히 안쪽으로 들어와있었다. 그 때 저 멀리 사원같은게 하나 보였다. 드디어 정처없는 발걸음에 목적지가 생겼다. 서로 특별한 기대없이 걷던 길이었기에 신이 났다.










나와 동생은 모두 신비의 보물섬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온 곳이 아니었기에 우리만의 신비한 장소를 찾은 느낌이었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었지만 도교사원이었다.

올라가니 시내의 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저 멀리 바다까지 보였다. 나는 기뻤지만 동생이 걱정되었다. 날씨가 너무 더웠기에 남자들도 장시간 여행하면 지칠 날씨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동생의 얼굴을 시뻘겋게 달아올라있었다. 괜스래 나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시원한 물을 사서 목과 이마에 대주면서 더위를 식혀주었다. 계속 걱정이 되었기에 괜찮은지 물으니 자신은 재밌다며 그저 조금 더워서 얼굴이 달아올랐을 뿐이라 하였다.



도교사원에서 나와 밑으로 조금 내려오니 작은 실내 경기장에서 농구시합을 하고 있었다. 더위를 피할 겸 그늘에서 쉬다가 저녁때쯤 모두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에 돌아왔다. 

나름 필리핀에서의 여행다운 첫 여행이었다.


201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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