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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 필리핀

With English, 세부. #2 다리밑 마을 사람들 속으로.

by 지구별 여행가 2017. 4. 26.

주말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면 거의 대부분의 날을 막탄에서 보냈다. 단체로 갈 만한 곳이 막탄밖에 없을뿐 아니라, 도시의 곳곳을 살펴보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는 반대로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항상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수상스포츠가 여행의 중점이었다.

막탄에서 우리가 항상 머물던 호텔이 있었는데 방 3개에 거실까지 붙어있는 최고의 숙소가 약 6만원 정도였다. 그 호텔을 가기위해 막탄 다리를 건너야했는데 그 밑에 해상 비스무리하게 지어진 집들이 다다닥 붙어있다. 택시가 다리를 건널 때마다 '저 곳에 가보고싶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느날인가 호텔에 짐을 풀고 돌아보니 12명이라는 대인원이 도착해있었다. 인원이 많다보니 각자 하고 싶은것도 다르기 마련. 결국 하고싶은대로 하다가 저녁때 다시 숙소에 모여서 술이나 마시자 하였다. 

머리 속으로 스쳐갔다.

'이 날이구나.'


반은 호텔에 남아서 쉬고, 반은 택시를 타고, 나는 혼자 수상가옥이 있는 빈민가에 가기로 하였다.

이름도 모르는 다리를 건너니 세부 대학교라는 간판이 보여 잠시 들렀다가 바로 바다 근처 가옥이 모여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어찌보면 겁이 없다하는게 맞을 것이다. 위험한 행동임은 분명하지만, 강도를 만나면 줄 적당한 돈은 있었다. 내 행색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나는 그당시 누가봐도 돈이 없는 부랑자같은 모습이었다.

쫄았던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너무나 착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었다. 한 체육관 안에서 농구경기를 보고 있으니 아이들이 다가왔기에 사진을 찍고, 목이 말라 물을 사러가기위해 슈퍼마켓을 찾으니 꼬마아이들이 내 손을 잡고 작은 구멍가게 앞에 데려다주었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마을이었다.














마을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한켠에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구경을 하는데 먼저 다가오더니 농구를 함께 하자하였다. 저질 체력이지만 농구 경기를 한 두게임하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골을 넣으면 환호성을 질렀고, 넣지 못하면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낄낄대며 웃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후에야 그 자리에서 나올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니 친구들이 무엇을 했길래 이토록 오랫동안 혼자 밖을 돌아다녔는지 물어봤지만, 다리 밑 작은 마을은 나만의 추억으로 갖고 있고 싶어 씩 웃고는 조용히 술자리 한쪽 자리에 앉았다.


2013.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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