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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 필리핀

With English, 세부. #프롤로그

by 지구별 여행가 2017. 3. 1.

호주 번다버그에서 레몬농장에서 가시에 찔려가며 레몬을 딸 때, 일하던 농장은 비포장도로를 한참동안이나 달려야 나오는 시내 변두리에 있었다. 어느날 항상 달리던 그 길에서 갑작스럽게 동물이 튀어나와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오른쪽의 작은 도랑을 타고 차가 두바퀴를 굴러 뒤짚어졌다. 살기위해 차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와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왔다. 차 옆에 쭈구려앉아 30여분을 멍하게 기다리는데 차가 한대 멀리서 뽀얀 먼지를 이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살았구나' 차는 우리 앞에 서더니 상황을 물어보고 어떻게 도와줄지 우리에게 물어봤다. 허나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이해도 못했고, 뭐라고 해야하는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영어 실력이 부족했다. 한참 혼자 이야기하던 호주 남자는 얼마나 답답했으면 도와줄 생각을 접고 차에 올라타고 떠나버렸다.


그 전까지는 영어를 못해도 충분히 호주에서 돈을 벌 수 있고 한 두마디만 해도 여행에 크게 문제가 될게 없었기에 영어공부를 소홀히 했다. 허나 이 날을 계기로 여행 중 혹시나 불합리한 일이나 사건 사고를 당했을 때 말을 못하면 작게는 돈의 손해, 크게는 목숨을 걸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에서 영어공부를 나름 꾸준히 했지만 필리핀에 들러 약 2달정도 공부를 하고 여행을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50%, 그냥 한국인이랑 만나서 좀 놀고싶다 50%의 마음으로 세부에 있는 어학원에 등록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세부의 몇몇 곳을 여행했으며, 이 곳에서 주말마다 나간 여행은 세계일주 전 무뎌진 여행의 감각을 살리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내 주관적인 의견을 내자면,


1. 위험하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상당히 위험한 나라다. 길을 가다가 나한테 총을 판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당시 이야기했던 가격이 50달러였다. 물론 가짜인지 진짜인지 내가 알 턱이 없지만, 총을 구하는게 그다지 어려워보이지도 않았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고 혹시나 사건 사고에 휘말리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대한 밝은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다니는게 기본중에 기본이자 목숨을 부지하는 지름길이다.


2. 하얀 백사장과 푸르른 바다를 생각하고 오면 오산이다.

엄청난 휴양지라고 기대하고 오는 사람이 많을텐데, 몇 곳의 프라이빗 비치를 빼놓으면 그냥 일반 바다다. 그렇다고 프라이빗 비치가 엄청 넓나? 그것도 아니다. 뭔가 답답한 느낌이 있다. 

시내는 또 어떠냐. 깔끔한 건물들이 거의 전무하다. 거대한 백화점과 호텔, 관광객을 위한 유흥지역을 빼면 인도의 여느 지역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면, 배낭여행자에게 여행지로서 엄청나게 매력적인 나라는 아니다. 이는 물론, 아주아주 주관적인 총평이다.

허나 한번쯤 휴양지로서, 돈을 쓰면서 거하게 놀기 위해, 골프 투어로는 매력적인 나라임은 분명하다.

그저 일개 배낭여행자의 총평으로 듣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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