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난 것만으로도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줄 필요가 있었다. 세수도 안하고 눈꼽만 대충 뗀 후 보트 타는 곳으로 나갔다. 고용한 풍경속에 한국사람들의 재잘거림이 들렸다.
실제로 강가에서의 보트 투어는 바라나시에서 꼭 해봐야할 필수 투어기에 수 많은 여행자와 보트꾼들이 새벽부터 돌아다닌다. 보트 투어는 크게 일출, 일몰, 푸자 3가지로 운영되어진다.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철수 보트, 선재보트를 이용한다. 둘 다 현지인이고 레바 올라가는 계단에 크게 쓰여있기에 인도 바라나시에 조금 생활했다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보트꾼들이었다. 많이 이용하는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이 둘은 한국어가 거의 우리나라사람만큼 유창했다.
갠지스강(강가)의 물줄기가 엄청 두꺼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상이상으로 얇았다. 어디가서 한강만한 강을 찾기 쉽지 않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다. 아침해를 보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일출을 즐길 수는 있었고, 은유누나가 철수랑 친해서 오랜시간동안 보트를 태워주었다.
간단히 스파이스바이트에서 아침식사를 하고는 나와 동생을 각자의 일정을 갖기로 했다. 좋은 언니들을 만났으니 나 또한 걱정이 없었다. 동생은 히말라야 제품을 사러간다고 언니들을 쫄래쫄래 따라갔고, 나는 인도에서의 첫 낮잠을 즐겼다.
저녁 때에는 함께 푸자를 보기로 했기에 3시쯤 밖으로 나가 오른편으로 가장 끝인 아씨가트까지 설렁설렁 다녀오기로 했다. 약 2시간 정도 걷고 돌아오면 시간이 딱 맞을 듯 했다. 끝까지 걸어가 바라나시를 한눈에 보니 건물들이 옹기종기 잘도 모여있었다.
푸자시간에 맞춰 돌아오니 보트를 타고 보자는 건 줄 알았는데 메인가트에 가서 보자는 거였다. 뭐 언제든지 보트는 탈 수 있었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 없이 그들과 함께 메인가트에서 보기로 했다. 종이 딸랑딸랑 치기 시작하면서 푸자의 의식이 진행되었다. 괜찮은 자리를 미리 선점했기에 의식도 잘 보이고 자리도 편했다. 꽤 긴시간을 진행하는 의식의 몸짓을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들이 신에게 바치는 경건함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총 5가지의 제사도구를 번갈아가면서 하는 의식은 첫번째부터 세번째까지는 길게하지만, 네번째 다섯번쨰는 상당히 짧게 의식을 한 후 마무리한다. 무거워 보이는 도구를 번쩍번쩍 잘도 들어서 의식을 진행했다.
가이드 북을 보면 바라나시에 꼭 봐야하는 No.1으로 나오지만 사실 나에게는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행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으니 집중력이 떨어졌고, 뭐랄까... 매일 반복하다 보니 신에 대한 경건함이 아닌 직업으로서의 일련의 반복적 동작이랄까. 어쨋든 그들에게도 하나의 직장일테니.
내일은 은유누나가 떠나는 날이었기에 다같이 바라나시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보드카 한잔씩을 했다. 또 한명씩 떠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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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 100달러: 4880루피
히말라야 화장품, 식대 - 1045루피
아침 - 175루피
저녁 - 252루피
술값 - 400루피
길거리 음식 - 25루피
합계: 1997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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