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누나가 철수와 친하긴 친한가보다. 철수가 오늘 낮에 떠나는 은유누나를 위해 자신의 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하였다. 그 덕에 우리도 철수네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집들이를 갈 때 조그마한 선물들을 사가는데 여기라고 안 사가기는 조금 그랬다. 어제 술을 먹기 위해 모은 돈애 조금씩 더 보태어 과자와 과일을 사서 철수네 집에 방문했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철수의 집에는 둘째 아들이 함께 있었다. 오늘 아파서 학교를 가지 않았단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우리를 맞이한 소년은 아주 귀여운 웃음으로 우리를 홀렸다. 철수의 아들과 놀고 있을 때, 철수의 와이프는 우리를 위해 직접 탈리를 만들어 우리에게 제공했다. 특히 디저트로 내준 라이따(발음이 잘 모르겠다)라는 요플레를 주었는데 정말 엄청난 맛이었다.
그 곳에서 은유누나와 마지막 점심식사를 했고, 곧 누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델리로 떠났다. 곧이어 수아네도 떠나야했기에 근처 라씨집에서 라씨한잔을 마시면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바라나시에는 블루라씨와 시원라씨라는 두 개의 라씨집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정도로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았다. 어느곳에 가도 맛있는 라씨를 마실수 있었기에 특별히 어느 곳을 선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느덧 그들 역시 떠날 때가 되었다. 그들을 바래주고 나니 어느새 나와 동생만이 남았다. 아쉬움이 짙게 남았지만, 또 다시 나의 여행의 시작이었다.
묘한 바라나시에서 묘한 사람이 되었다. 활동적인 내가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강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 매력에 사람들은 바라나시에 빠져나오지를 못하나보다.
특별히 할 일은 없었기에 일몰을 보기 전까지 '선재놀이터'에서 시간을 죽였다.
역시나 철수보트를 이용했으며 자그마한 디아를 한 두개 사서 '당연히' 한국 사람들과 보트에 탑승했다. 지는 해는 아름다웠으며, 일렁이는 강가에 비친 노을은 감수성을 폭발시켰다.
보트 안에는 나와 동생을 포함해 총 9명의 사람이었다. 철수는 열심히 한국말로 갠지스강에 대해 인도인들이 가지고 있는 신성함과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설명이 끝나고 강가에 띄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디아를 조심스럽게 띄웠다. 나와 동생은 잠시 소원을 빌고 흐르는 강에 소원을 실어보냈다.
이러한 좋은 분위기를 깨는 브레이커들은 어디를 가나 꼭 있는 법. 누군가가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요란법석을 떨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돌아보니 디아를 띄우며 강물이 조금 손에 닿은거 같은데 손이 썩는거 아니냐며 고함을 질렀다. 어디서 갑자기 데톨이 튀어나와서 손을 닦고 물티슈를 꺼내서 또 닦고, 그 것도 모자라 휴지를 꺼내고 또 꺼내서 계속 닦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자신들의 문화를 이해해달라며 강가의 신성함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의 이야기가 너무나 무색해져버렸다.
한심한 남자였다. 뚫린 입이라고 말이 거칠었다. 인도 여행에서 최악의 장면이었다.
보트에 내려 대신 철수에게 사과를 하고 내일 보자는 인사 후 헤어졌다. 슬슬 저녁을 먹을 때가 되어 동준이와 재석이, 형우에게 연락하여 함께 피제리아라는 음식집으로 갔다. 조금 애매한 시간에 도착하여 자리가 없었는데 우리를 무시하는 종업원의 태도에 화가났다. 상당히 기분 나쁜 표정으로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 대부분이 없다고 하였기에 다른 것을 시켰는데, 음식을 가져온 종업원에게 혹시나하여 다시 한번 물어보니 우리가 처음에 먹고 싶어했던 음식이 있었다. 기분이 나빠 아까 주문을 받았던 종업원을 불러 한마디 하니 돌아가서 음식을 가져다준 종업원과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더니 갑자기 음식이 없단다.
기분이 더러워 계산을 하고 바로 나왔다.
가트에 앉아 강가를 바라보니 어두컴컴한 이 시간에 누군가가 배에 타서 끊임없이 디아를 띄우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프랑스여자가 디아 1000개를 사서 띄우고 있다하였다. 작은 디아의 촛불이 흘러흘러 메인가트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디아를 띄우고 있을까. 한참을 바라봤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결국 마지막 디아가 띄워지는 모습은 보지 못한채 숙소로 돌아갔다.
2/18
라씨 - 40루피
보트, 디아 - 90루피
물, 콜라 - 40루피
저녁 - 290루피
짜이 - 30루피
합계: 490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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