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난 사진기자 아저씨와 새벽 모스크 구경을 가기로 했지만 못 갔다. 6시 알람을 나와 동생 그 누구도 듣지 못했다. 식당으로 가니 아저씨는 이미 나간듯 없었다. 루프탑에서 간단히 토스트와 펜케익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짐을 싸고 모스크로 가려는데 조뚜가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구경하면 공짜로 가이드 역할을 해주겠다 하였다. 우리 모두 어제 조뚜의 재치있는 입담과 기분좋은 넉살에 두둑히 팁을 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를 따라 나서기로 했다. 물건을 강매할까봐 조금은 꺼림찍하긴 했었다.
모스크 입구에 조뚜네 가게 있었다. 가게라기보다는 노점이었고, 그는 우리와 함께 팔짱을 끼고 자그마한 기념품들을 구경시켜줬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제의 조뚜가 너무나 잘해줬기에 하나 사줄까 했지만 조그마한 장식하나가 1000루피가 넘었다. 100루피여도 살까말까였기에 나와 동생은 가만히 있었고, 일심누나는 어차피 안살꺼지만 성의를 봐서 잠시 있자고 했다. 한 2~3분여를 구경하고 안산다하니 실망한 표정을 지을까 걱정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구김이 없었다. 고맙게도 신발까지 맡아주었다.
모스크 내부를 혼자 구경하고 싶어서 일행에서 떨어져나와 혼자 돌아다녔다. 딱히 '이거다!'라고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지만 모스크 내부의 가운데가 공터처럼 널찍해서 기분은 좋았다.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데 일심누나가 먼저 내려가겠다며 씩씩거렸다. 왜 그러나 물어보니 조뚜가 모스크 구경을 못하게 하루종일 자신을 가게로 끌고가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돈을 가져가려 했다했다. 나중에는 신발값을 달라며 1000루피 이상의 금액을 불러, 아주 정일 똑떨어지게 만들었단다.
나는 조금더 구경을 하다 내려갔고, 누나는 구경도 못한채 바로 내려갔다.
참으로 아쉬웠다. 이 누나는 어제 밤부터 조뚜 조뚜 노래를 불렀었다. 너무 귀여운 꼬마며 이런 시골에서 지내기에는 끼나 재능이 너무 아깝다하였다. 어차피 돌아가는 마당에 팁으로 100달러를 줄거라면서 한쪽 품에 고이 안고 있었다. 그러한 기회(?) 음.. 기회란 표현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어쨋든 굴러들어온 복을 자기발로 걷어차버린 꼴이었다.
혼자서 숙소로 돌아가는데 이 도시 사람들 나를 걸어다니는 돈으로 봤다. 당당하게 돈을 달라 요구했고, 눈만 마주치면 구걸이었다. 기분이 조금씩 나빠졌고, 도가 지나치게 따라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빨리 이 빠떼푸르 시크리를 떠나고 싶었다.
우리는 팁이고 뭐고 그냥 방값만 계산하고 바로 숙소에서 나왔다. 그 짧은 거리를 걸어가는데에도 사람들은 계속 돈을 요구했다. 여행하면서 어느정도 감안해야할 부분임은 분명했으나 이정도로 노골적인 동네는 처음이었다.
순박은 남에 집 땅을 파서 뭍어버린 수준이었다.
최악의 기억만 남긴채 파테푸르 시크리를 빠져나왔다. 일심누나와 예원이와의 마지막 여행에서 최악의 기억을 갖고 헤어졌다.
둘은 델리행 버스에 탑승했고, 그들이 탑승한 버스가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후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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