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를 가기 전 파테쁘르 시크리라는 작은 소도시를 들리기로 했다. 워낙 여행자들 사이에서 조용하고 순박한 시골마을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아그라 역에 도착하니 역시나 대단한 인파의 호객꾼들이 달려들었다. 하나같이 '타즈, 타즈' 외쳤다. 도망치 듯, 아니 도망쳐서 그들을 피했다.
식사를 위해 론리플래닛 책을 꺼내 찾아보니 근처에 사다르바자르라는 시장이 있었다. 설렁설렁 걸어가니 약 40분정도가 걸렸다. 한적하니 걸을만 했다.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식당은 기절할 정도로 비쌌다. 외관부터 비싼티가 줄줄 흘렀다. 결국 우리는 시장 안쪽에 있는 로컬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간판에는 햄버거, 피자, 콜라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인도식 식단부터 갖가지 음식을 파는 듯 했다.
역시 로컬 식당이 최고다.
혜인이와 나정이는 이 곳에서 헤어져야만 했다. 그녀들을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이미 본 후에 우리를 만났기에 이 곳에서 바로 바라나시로 향한다했다. 아쉬웠지만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는 법. 그들을 잘 배웅하고 우리는 파테쁘르 시크리에 들어가기 위해 이그다 버스스탠드로 향했다. 버스에 타서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재부팅되었다. 그러더니... 화면이 꺼져버렸다. 이리저리 노력해봐도 부팅이 되지 않았다. 당시에 아이폰4를 탈옥해서 쓰고있었는데 인도한복판에서 벽돌이 되어버렸다.
인도여행 중 최악의 지역을 이야기하라면 주저 앉고 나는 파테쁘르 시크리를 꼽겠다. 버스 스탠드에서 내리자마자 격한 호객질이 시작되었다. 떼어놓으려고, 놓으려고, 놓으려고 발악을 해봐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방법이 없었다. 일단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호객꾼은 점점 으슥한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느낌이 좋을리가 없었다. 동생 둘과 누나에게는 내가 신호를 주면 아무생각 말고 뒤로 도망가라 일러뒀다. 나야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점점 좁은길, 점점 어둔운 길, 점점 인적이 드문 길.
이건 누가 봐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안내였다. 코너를 돌자마자 도망가려고 준비하는데 코너를 도니 조금 넓은 길과 합류되면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우리는 선셋뷰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에 짐을 풀었다. 가격은 엄청나게 저렴했다. 무려 더블룸 100루피. 주인은 더블룸 200루피를 불렀지만, 시내와 멀고, 길이 어둡고 험하다는 이유로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가려하니 100루피로 깍아주었다.
방 내부는 깨끗한 편이었으나, 더운물이 나오지 않아 주인에게 샤워한다 이야기하면 따뜻한 물이 담긴 양동이를 가져다 주었다.
자그마한 루프탑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 곳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루프탑 안에는 한 명의 현지인이 있었는데 기자라 소개했다. 그는 다음날 새벽에 모스크에 가서 사진을 찍을 거라며 자신과 함께 새벽에 모스크를 올라가지 않을건지 우리에게 물어봤다. 우리 모두 사진기자라는 말에 멋진 포인트를 알고 있을거라 확신했다. 무조건 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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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숙소는 아주 저렴하며, 방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지만, 아주 기분나쁜, 뭔지 알 수 없는 오싹함이 흐른다는 사실이다.
나는 정말 미신을 믿지 않고 상당히 둔한 편이지만 이 숙소는 뭔가 이상했다. 아주아주 느낌이 안좋았다.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하면 동생이 불안해 할까봐 아무 소리하지 않고 방에 불을 켜둔채로 잠을 잤다.
다음날 일심누나 예원이 동생 모두 잠을 자는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단다.
아주 찝찝하며, 정말 으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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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 157루피
버스비 - 54루피
탄두리 치킨 - 280루피
물 - 15루피
합계: 506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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