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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페루 아구아스칼리엔테스. #195 마추피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8. 11. 12.

무려 12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야했기에 부담스러웠지만,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신거 치고는 속이나 머리가 메스껍지는 않았다. 아침을 먹고 버스시간를 기다리는 도중에 일행이 두명 늘었다. 2명보다는 4명에서 걷는게 심심치 않고 좋을듯 하였다. 

며칠전부터 고산의 영향인지 속이 굉장히 더부룩하고 가스가 가득차 있었기에 벤이 출발하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싶었다. 운전기사를 붙들고 잠시만 기다려주면 안되냐 물어봤지만, 묵살당했다. 체력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기위해 바로 잠이 들었다.

버스는 아주 맛이 없는 식당에서 점심시간을 위한 정차말고는 계속 달렸다. 



산길의 너른 공터에서 내렸다.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니 한 방향을 가리켰고, 산을 3번정도 오르락 내리락하면 된다하였다. 우리는 총 3번 산을 넘으면 도착한다 생각했지만, 얕은 언덕 3번을 넘으면 그때부터 길이 시작된다는 말이었다.

걷는 내내 동남아의 산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려한 산들 사이로 기나긴 철도가 연결되어있어서 길을 잃을 걱정은 전혀 없었다. 속은 가는 내내 안좋았기에 뒤로는 계속 가스를 내뿜으면서 걸었다. 

중간중간 열차가 지나갈때마다 손을 흔들어주니 기차내 사람들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몰래 뒷칸에 타서 가고 싶을만큼 열차는 빠른속도로 멀어져갔다.





해가 다 져서야 마추피추 밑에 자리잡고 있는 전초기지에 도착했다. 오랜시간을 걸었으니 무릎아래부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을 초입의 터널에서 호객꾼둘을 만났는데  우리를 호객하기위하여 자기네들끼리 점점 가격을 낮추더니 결국은 반쯤 싸움이 벌어졌다. 친구사이로 오해했는데 그냥 비슷한 업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였을 뿐이었다. 우리야 느긋했고 그들이 싸우는 것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최종적으로 가격을 저렴하게 부르는 친구를 따라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오래걸리지 않아 2인실 두방을 총합 35솔로 해준다는 친구가 자신을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숙소의 주인은 우리가 들은 가격과는 꽤나 차이가 있는 금액으로 딴소리했다. 한사람당 20솔이라하였다. 4인이 합쳐 35솔이라는 말에 왔다니 코웃음치더니 말도 안된다하였다. 우리를 인솔한 호객꾼은 어디갔는지 살펴보니 그세 사라져있었다. 결국 4인에 50솔로 협의했다. 다리가 아파서 더 이상 움직일수도 없었다.


우리와 같이 온 둘은 내일 하루종일 마추피추를 즐기다 내려갈 예정이었다. 나와 형은 그들의 말에 조금 마음이 흔들렸다. 나 역시도 '그래도 마추피추를 너무 짧은 시간만 보고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은 있었다. 마추피추에서 조금 더 산을 올라가면 널찍한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 곳까지 다녀올까 싶기도 하였다.

엘 푸마에 숙박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였다. 혹시라도 돌아가는 벤의 일정을 바꿀수 있을지 물어봤으나 그의 대답은 인당 40솔을 추가로 내야한다고 했다. 이건 미친 소리가 분명했지만, 형은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마추피추를 오랫동안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아르헨티나에서 만났던 친구엑 급하게 연락하여 여러가지 의견을 물어보니, 그의 의견은 '아침만 봐도 충분하다'였다. 그의 의견을 따라 나는 일정의 변동없이 오전의 마추피추만을 구경한후 쿠스코로 출발하기로 했고, 형은 내일 마추피추에 올라서 결정을 한다 하였다.


마추피추는 국제 학생증만 있다면 꽤나 저렴하게 티켓을 구입할수 있다.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국제학생증을 들이밀었지만 역시나 거절당했다. 입장료만 126솔, 무려 55,000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페트라만큼 도둑놈들이었다.

아침에 동이 틀때의 마추피추 모습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났기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꼭두새벽에 운행되는 버스를 이용했다.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이동하기위해 미리 버스표까지 구매해놨다.


이 곳은 모든게 비쌌다. 밥 한끼 어지간한 식당들이 30~40솔을 했기에 시장쪽으로 가보았지만, 이미 문을 닫은지가 한참인듯했다. 그냥 숙소에서 라면이나 끓여먹으려하니 주방이 없단다. 혹시나 하여 아주 조심스럽게 저렴한 식당을 물어보니 집을 우측으로 끼고 한참 올라가면 8솔짜리 식당이 있다하였다. 

밥을 먹은건지 잠을 먹은건지 거의 반쯤 눈을 감은 상태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중에 아무도 씻은 사람은 없었다. 침대에 잠시 누운다하고는 그 상태로 모두 잠들었다.


2014.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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