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어제에 비해서는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 평소의 몸상태에는 미치지 못했다. 며칠간 요양할 생각으로 엘푸마로 숙소를 옮겼다. 고산에다가 며칠간 기름진 음식 위주로 먹어 속이 안좋다는 판단에 당분간 고기를 자제하기로 했다. 감자를 으깨서 하나 먹고 숙소에서 쉬는데 유리누나에게 카톡이 왔다. 드디어 쿠스코에 도착했단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하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몸의 휴식이 필요했다.
저녁에 연락이 다시 누나에게서 왔다. 엘 푸마 숙소 바로 위에 일본인들이 많이 머무는 숙소에 있었는데, 새로운 일행이 생겼다면서 그들과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였다. 40대 부부라는데 이것저것 시장에서 음식을 많이 사와 셋이 먹기에는 양이 많다 하였다. 식비를 보태지 않았기에 함께 먹어도 될지 물어보니 부부께서 상관없다하였다 했기에 일단 누나를 만나러 갔다.
40대 부부는 뭔가 태가 남달랐다. 남자분은 굉장히 정중하며 뭔가 귀티가 줄줄 흘렀다. 여자분은 20대라해도 믿을만큼, 절대 40대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동안에 엄청난 미인이었다. 두분이 40대가 맞는지 헷갈렸다.
일손이라도 돕기 위해 파프리카를 손질하는데 나미비아, 아타카마에서 만난 일본인 커플을 다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들이 히로키와 나오미가 이 곳에서 머물고 있다 하였다. 아프리카에서 오랜시간 같이 여행했던 그들이 여기 있다는 말에 너무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어디있는지 물어보니 시장에 저녁거리를 사러갔는데 금방 돌아올 것이라 하였다.
그말이 무색하게 곧 계단에서 히로키와 나오미가 올라왔다. 뭔가 감동이 마구 밀려왔다. 살짝 눈물이 난 것 같기도 했다.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사람들이 만나면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히로키와 나는 눈이 마주치자 서로 반갑게 미소를 띄우고 꽉 끌어안았다. 여전히 듬직한 남자였고, 나오미는 여전히 귀여웠다. 한참동안 지난 시간동안의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까고 있던 파프리카는 어느새 누나가 들고가서 손질하고 있었다.
그 사이 저녁식사 준비가 끝나가고 있었다. 잠시 일을 도와주러갔는데 주변에 매운향이 진동을 했다. 다른 사람들도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파프리카였다. 나 역시 매운 향기에 콧물이 나서 물로 코를 풀면서 얼굴을 닦았는데 그때문에 얼굴 전반에 얼얼함이 퍼져나갔다. 눈, 코, 잎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세면대에 얼굴을 쳐 박고 물로 행궜다.
설거지를 하고 엘푸마로 돌아오니 어제의 마추피추 3인방이 돌아와있었다. 맥주나 한잔 할까했지만, 그들의 얼굴이 너무나 초췌해 차마 물어보지는 않았다. 어제 나역시 쓰러지듯이 잠든 것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맥주는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괜히 부담주기 싫어 방으로 들어갔다.
약 12시쯤 잠들기전 화장실을 가려는데 3인방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미 몇 병을 사놓았다며 함께 마시자 하기에 간단하게 한병만 마시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2014.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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