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추피추의 위용을 볼 수 있는 전초기지, 쿠스코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지도를 보고 있는데 병윤이형이 터미널 안에서 분주히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어제 밤버스를 타고 쿠스코에 도착했다는 그는, 빠르게 마추피추만 보고 떠날 것이라며 리마행 버스티켓을 알아보고 있었다.
터미널 안에서 해가 뜰때까지 기다리니 수 많은 게스트하우스 호객꾼들을 만났다. 대부분 10~12솔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 명함을 주고갔는데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엘 푸마 숙소가 18솔인거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쿠스코는 매력적이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도시라서 그런지 도로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고, 과거 잉카제국의 수도였던만큼 다양한 벽화와 유적지가 잘 공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약 30여분을 걸어 아르마스광장에 도착하니, 지금까지 봐왔던 '아르마스'라 이름 붙은 광장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한참을 사진찍고 엘 푸마 숙소를 찾는데, 아무리 지도에서 표시된 곳 근처까지 가도 숙소가 보이지 않았다. 근처의 경찰에게도, 시민에게도, 가게 상점의 주인에게도 물어 겨우 찾았다. 계단을 조금만 올라갔으면 바로 나오는 곳을 못찾고 헤메고 있었다.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역시나 마추피추를 가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쿠스코에서 마추피추 앞 최종기지, 아구아스깔리엔떼까지 갈 수 있다.
기차, 버스, 여행자 투어등의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것은 역시나 두다리였다. 근교까지 미니 버스를 타고 약 12Km를 걸으면 된다. 12Km라는 걸리가 어마어마하지만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면 약 3시간, 천천히는 약 4시간이면 가는 거리였다. 가는 동안의 풍경이 꽤 볼만하다고 하니 트래킹이라 생각하고 걸어가기로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양양 누나의 말에 따르면 산페드로 시장주변의 물가가 가장 저렴하다했기에 점식식사 겸 동네 구경겸하여 밖으로 나왔다.
아르마스광장 앞에서는 퍼레이드용 모형물들이 즐비했는데, 며칠후부터 시작되는 축제의 전야제였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환전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공동공간에 사람들이 한두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말로 인사를 하니 다들 놀라했다. 일본인인줄 알았단다.
사실 마추피추 트래킹에 대해서 고민이 있었다. 12Km를 걸어서 아구아스깔리엔떼까지 간다는 뜻은 아구아스깔리엔떼에서 쿠스코로 돌아올때에도 12Km를 걸어서 돌아와야한다는 뜻이었다. 새벽부터 마추피추를 구경한다하여도 오전 9시반쯤, 아무리 늦어도 10시에는 마추피추에서 하산을 시작해야만 시간에 맞춰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마추피추 구경시간이 너무 적은건 아닌가 싶었다. 혹시나 인파에 밀려 시간을 지체하게되어 돌아오는 버스시간에 늦는다면, 12Km를 갔다가 다시 12Km를 돌아와야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었다.
머리가 복잡했지만 고민을 해봤자 일단 걸어가기로 결정을 했으니, 이정도로 고민은 접고 잠이나 자자는 생각에 늘어지게 낮 3시까지 낮잠을 잤다.
아르마스광장에는 마추피추만큼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데 바로 12각 바위였다. 한치에 틈도 없이 정확하게 맞물려있는 정교함에 사람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냥 그랬다. 만약 모든 바위가 4각 돌맹이고 그 돌 하나만 12각이었다면 놀랐겠지만, 나머지 돌들도 12각 바위 못지않게 정교함을 뽐내고 있었다.
12각 바위 자체보다는 그 벽의 정교함 자체의 감탄했다.
12각 돌맹이 이후에는 일행들과 헤어져서 각자 여행하기로 했다. 외곽으로 무작정 걸어나갔지만 볼 것은 마땅히 없었다. 건물의 벽색이 대부분 흙빛으로 이어져있었고, 그저 일반 사람들이 지내는 집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산페드로 시장에 들렀다. 염소의 대가리만 줄지어 파는 곳들도 있었고, 꽃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역시 재래시장의 여행은 평균이상의 재미를 보장했다. 잠시 밖에서 물을 마시는데 한쪽이 시끌벅적했다.
대학교 축제같은 곳에서 보면 볼 수 있는 돈넣고 돈먹기가 한창이었다. 널찍한 판에 돈을 던져 거기에 적힌 배수만큼 돈을 돌려받는 게임이었다. 재미어보여서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 몇판을 해보니 운이 좋아 약간의 돈을 딸 수 있었지만, 그래봤자 몇 푼 안되는 돈이었기에 빠르게 돈을 다 던져 모두 잃고는 자리를 떴다.
숙소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가득차있었다. 이미 친분관계가 있는 그들은 곱창을 먹으러 나갔다. 굳이 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금세 밖이 시끌시끌해졌다. 생각보다 금방 먹고 돌아왔다. 역시나 그들의 손에는 맥주가 들려있었고, 나와 병윤이형도 저녁식사후에 마실 맥주를 사왔었기에 그들과 함께 마시기위해 자리를 잡았다.
조촐하게 시작된 맥주파티는 어느새 13명까지 불어났다. 엘 푸마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숙소라면 걸어서 3분 거리에 잉카 델 솔은 일본인들의 아지트였는데 그곳에 있던 한국인이 이 곳으로 넘어왔던 것이다.
숙소에서 마시다 시간이 늦어 밖으로 나와 돌계단 앞에서 2차로 술을 마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술판이었다. 우리 덕분에 숙소 앞 작은 간이 매점의 맥주가 모두 동이 났다.
이대로는 끝낼 수 없었기에 근처 맥주집에서 3차전까지 한 후에야 파티는 마무리됐다.
숙소로 돌아가니 새벽 3시. 미안하지만 주인아주머니를 깨우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201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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