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중동

터키 괴레메. #61 그린투어, 난 역시 투어 체질이 아니야.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 11.

오늘 아침 열기구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너무 멀리서 떠 있기에 사진 찍기를 포기했다. 카파도키아까지 가서 열기구를 안 탄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 당시 약 1시간 투어 비용에 15만원을 내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였으며 따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던 일이 있었기에 그다지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린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누나네 숙소로 가는데 어제 술을 먹고 기억한 탓인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길이 그 길 같고, 그 길이 이 길 같았다. 한참을 헤메이는데 밴 한대가 내 앞에 서더니 빵빵거렸다. 뭔가 하고 쳐다보니 문이 열리면서 차 안에 누나가 보였다. 그린투어 차량이었다. 우연히 창가에 앉은 누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가이드에게 이야기하여 나를 태울 수 있었단다. 누나가 아니였다면 돈 날릴뻔 했다.

 

 

타자마자 어제 사두었던 빵과 토마토를 꺼내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대부분 외국인이었지만 우리를 제외하고 3명의 한국인이 더 있었다.

 

첫 번째 도착지는 뷰포인트였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 이야기와 역사, 지형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는데 나는 따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아직 배가 고팠기에 한쪽 구석에 앉아 남은 빵과 토마토를 남김없이 먹었다.

 

 

 

 

 

두 번쨰 목적지는 지하땅굴이었다. 데린쿠유라 불리우는 이 곳은 17세기경 만들어준 고대도시다. 크리스쳔들이 박해를 피해 만든 곳으로 깊이는 대략 80m, 수용인원도 2만명 가까이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동굴 내부는 안쪽으로 더 들어갈 수 없도록 대부분의 길들이 막혀있었기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지하 땅굴은 한정되어있다.

꼬불꼬불 길도 잘 만들어져있으며 환풍 시스템과 주방, 예배당까지 있다. 소개해준 곳이 부엌인지 예배당인지 어떻게 알았는지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들었다.

잠깐의 자유시간을 주어 고고학자인 척 혼자 미친 듯이 이곳저곳을 탐험했다.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는데 누나가 중국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딱 봐도 중국어를 정말 잘했다. 나중에는 중국애들이 나보고 너가 한국어를 가르쳐줬냐고 물어봤다. 그만큼 중국어를 잘하긴 하나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이다. 슬슬 지치기 시작한다.

으흘랄라 협곡을 통과해 교회벽화를 보러 간다 했지만 기독교가 아닌 나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벽화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보다 주변자연 경관과 하늘이 더욱 예뻤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밥을 먹는데 후식을 오렌지가 나왔다. 한국인들끼리 앉아 밥을 먹는데 맨 끝에 유럽사람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밥을 일찍 먹은 그들은 우리에게 오렌지를 먹어보겠냐는 말도 없이 둘이서 8명이 먹을 양을 다 까먹었다.이런 무례한 놈들을 봤나. 음식 나올 때 마다 맨 끝에 앉아 있어서 먼저 먹으라고 배려해주었더니...

식사를 마친 후 열기구 투어를 마치고 그린투어에 온 동생들을 만났다. 그들의 얼굴에는 '나 피곤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무리해서 일정을 진행했다며 후회했다.

 

밥을 다 먹자마자 마지막 목적지 셀레메 수도원으로 향하는 도중 잠시 차를 세우고 멋진 산을 구경시켜주었다.

 

 

셀레메 수도원은 스타워즈를 만드는데 영감을 주었다는 곳이기에 약간 기대가 되었다. 데린쿠유 지하땅굴 입장권이 있으면 셀레메 수도원 입장권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데린쿠유 입장권을 꼭 소지하고 있어야했다. 어떤 점에 스타워즈 제작자가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멋진 자연경관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자연경관보다 더 눈이 가는 일이 있었으니 우리와 같이 온 한국인 3명이었다.

2명은 모자사이였고 한 명은 혼자 온 여자 여행객이었다. 그 중 아들놈이 엄마는 부츠를 신어 끙끙거리며 돌위를 걷고 있는데 여자여행객한테 빠져서 괜스레 여자 여행자의 손을 잡아서 이끌어주고 싸온 음식도 주는 등 엄마한테는 관심도 없었다. 나중에는 엄마는 어디갔는지 버려두고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이래서 애를 키워도 소용이 없다 하는가보다.

 

 

셀레메 수도원을 마지막으로 관광은 끝나고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 언제나 그렇듯 가게내의 물건은 비쌌고 특별히 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돈이 많은 척,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척하며 한쪽에 쌓아둔 티와 로쿰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너무나 구경할게 없었기에 밖으로 나와 밖의 풍경 사진을 찍으며 그린투어를 마무리했다.

 

 

그린투어는 사실 카파도키아의 외곽으로 돌기 때문에 참여하는게 백번 이득이다. 셀레메 수도원만 다녀오려고 버스를 수배해보았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듯 혼자가기 힘든 곳을 합리적 가격으로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괴레메 파노라마, 지하땅굴, 으흘랄라 협곡 모두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나도 그린투어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빡빡한 투어가 싫다. 좋으면 오래있고 싫으면 일찍 떠나는 성격인데 투어를 참여하면 좋던 싫던 한곳에 내 시간을 잡아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나 투어를 다녀오면 피곤했다.

 

누나들은 밤버스를 타고 안타리아로 이동하기에 안타리아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30인실 목조 도미토리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2014. 02. 11


다음이야기


2016/01/11 - [여행/세계일주, 중동] - 터키 괴레메. #62 내가 만드는 투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