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안에서 편하게 자기 위해 양말을 벗고 잠을 잤는데 발가락이 짤리는 줄 알았다. 새벽에 도착한 카파도키아는 너무 추웠다. 내리자마자 양말을 다시 신고 옷을 껴입었다.
이 곳이 어딘지 물어보니 카파도키아라했다. 인터넷에서 봤을 때 괴레메행 버스표를 사도 카파도키아에 떨어뜨려놓고 다시 괴레메행 버스표를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내 표는 괴레메행 버스표임을 강하게 항의했다. 버스 운전기사는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며 나를 진정시켰고 20여분 기다리니 괴레메행 버스가 도착했다며 우리를 안내했다.
동생들은 이미 한국에서 괴레메 숙소를 에약하고 왔기에 일단 그 곳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내 생각에는 동굴호텔이면 가격이 더 저렴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건물이 지어진 숙소보다 동굴호텔의 가격이 훨씬 비쌌다. 진짜 동굴처럼 안에 불 피우고 자는게 아니라면 흥미가 없기에 나는 이 곳 말고 저렴한 숙소를 찾겠다했다.
동생들과 추위를 피할 겸 두시간 동안 숙소내에서 같이 쉬다가 해가 뜨고 숙소를 찾으러 나섰다. 샤토호텔 위쪽으로 돌아다녀봤지만 가격이 샤토호텔과 비슷비슷했다. 그나마 저렴한 곳이 25리라 도미토리였다.
샤토호텔로 다시 내려오면서 저렴해 보이는 숙소 몇군데를 더 들리는 중 이름 모를 게스트하우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이 없기에 계속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키가 내 골반까지 오는 무식하게 생긴 검은 개가 튀어나왔다. 마치 지옥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 같은 이 놈은 내가 개를 싫어하는 것을 알리가 없었다.
개를 피해 더 안쪽으로 들어갔지만 막다른 곳이었다.
앞은 케르베로스, 뒤는 막다른 곳.
개는 한 걸음씩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 미친개는 나와 놀고 싶었던 것인지 앞발을 들어 나를 안았는데 정말 거인이 나를 덮치는 기분이 들었다. 겁먹어서 뛰면 개가 따라올 것 같아 조심히 옆으로 피해 가는데 갑자기 내 바지를 깨물었다.
오줌 쌀뻔 했다.
도망가기 위해 발로 머리를 강하게 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코끼리를 걷어찬 느낌이었다. 한대 맞은 개는 내가 장난치는 것인줄 알고 더욱더 즐겁게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죽기 아니면 살기. 온 힘을 모아 대가리를 있는 힘껏 걷어차고 밖으로 뛰어 문을 닫았다. 다행히 크기에 비해 뇌는 딸리는 듯 문을 열고 나오지는 않았다. 만약 열고 나왔다면 옆에 있던 짱돌을 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 이상 이 근처에서 숙소를 구하는 것을 포기했다.
반대쪽으로 내려가 숙소를 찾다 12리라 도미토리를 발견했다. 목조로 지어진 옥탑이었는데 약 30명이 잘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조금 추웠지만 가격이 저렴했기에 이 곳을 선택하고 짐을 풀었다.
그 안에는 나 말고도 딱 한명의 여행자가 있었는데 흰수염을 길게 기른 영국노인이었다. 그는 11개월동안 자전거를 타고 터키에 도착했다 하였다. 나이가 들어서도 멋진 여행을 한다고 칭ㅊ나을 하니 자신은 아직 젊다 말했다.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오랜 자전거 여행 덕분인지 몸도 단단해보였다.
몸이 피곤해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동생들과 사프란볼루에서 만난 누나들 4명과 4륜차를 빌려 돌아다녔단다. 이따 저녁식사를 같이 먹기로 약속하고 방에서 좀 더 쉬었다.
저녁은 항아리 케밥집을 갔다. 한국어로도 적혀있는 이 곳은 괴레메 최고의 한인식당인 듯, 손님들이 모두 한국인이었다. 맛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았기에 맛있었다.
맥주도 한 잔 할겸 누나네 숙소로 갔다. 동생들은 내일 그린투어와 열기구 투어를 미리 예약했기에 일찍 들어갔고 나는 누나의 소개로 내일 그린투어에 싼 값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12리라, 30인실의 목조옥탑, 비싸서 포기한 열기구 투어, 귀신 같이 흥정하여 받아낸 싼 값의 그린투어.
괴레메에서 가난을 외쳤다.
2014. 02. 10
다음이야기
2016/01/11 - [여행/세계일주, 중동] - 터키 괴레메. #61 그린투어, 난 역시 투어 체질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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