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에 꽂히면 앞뒤 못가리고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
주로 여행 중 발동이 걸렸는데 저 멀리 나의 호기심을 이끄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일단 가고 봤다.
시작은 사소한 발걸음이었다. 그저 그린투어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가면 무엇이 나올까하는 궁금함이었다. 무작정 동생들과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니 기암괴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곳은 나중에 알았지만 레드 투어의 시작점이었다.
안쪽으로 끊임없이 들어가니 저 멀리 테이블 마운틴이 보였다.
그 순간 꽂혀버렸다. 그저 '저 위에서 경치를 바라본다면 아주 아름답겠는걸'. 이게 내가 테이블 마운틴으로 향한 단 하나의 이유였다.
길을 알지 못하니 무작정 걸어갔다. 막다른 길이 나오면 뒤로 돌아나와 더 안쪽으로 들어가고 넘어갈 만한 높이라면 돌들을 지지대 삼아 넘어 앞으로 나아갔다. 무작정 갔지만 신기하게도 길은 막히지 않았다. 한참 동안 돌들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니 사람들이 보였다.
역시 세상에는 모험심으로 가득찬 사람이 많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로 왔냐며 이 곳에 길이 나있냐 물어봤다. 옆을 보니 편한 길이 있었다. 사람들은 어제 그린투어 으흐랄라 협곡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기독교 벽화 동굴을 구경하고 있었다.
다른 여행자들은 이 곳이 목표였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기에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허리가 안 좋은 게구진동생은 이쯤에서 포기하겠단다. 어쩔 수 없이 그를 돌려보내고 나와 모범생 동생만 기암괴석들을 타며 테이블마운틴으로 향했다.
얼마나 갔을까 테이블 마운틴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기서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고민을 하다, 경사 45도의 돌산을 기어 올라가기로 마음 먹었다. 동생은 미친 짓이라 했지만 이미 눈 앞에 고지가 있는데 여기서 포기 할 수는 없었다. 두꺼운 옷을 가방에 넣고 기어 올라갈 준비를 했다.
막 산을 타고 올라가려는 동생이,
'형 저기 길이 있는데요?'
뒤를 돌아보니 바로 옆에 작은 길이 있었다. 하... 이런 좁은 시야.
죽음을 무릅쓰고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좁은 흙길을 따라가면서 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풀쳐졌다. 괴레메의 모든 기암괴석들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좁은 흙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니 점점 테이블 마운틴과 가까워졌다. 넋을 놓고 가는데 앞에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하고 좀 더 올라가니 테이블마운틴 바로 앞에 거대한 주차장이 있었다.
약간의 허탈감.
그러나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들은 나와 동생만 봤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위로 올라가니 몇몇의 사람들이 보였따. 대부분 전경을 한번 보고는 발길을 돌렸으나 나와 동생은 달랐다. 있지도 않은 길을 뚫으면서 왔기에 위로 올라와서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나는 책을 꺼내 읽고 편지를 썼으며 동생은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감상했다.
벌레들이 우리를 귀찮게 했지만 우리의 감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울리지 않는 찬 바람과 따스한 태양이 매력적이었던 산 정상이었다.
우리는 주차장으로 가봤자 괴레메 마을로 돌아갈 차가 없기에 다시 아까의 길을 걸어서 마을로 돌아왔다. 모범동생은 벌룬투어보다 훨씬 멋진 풍경을 보았다며 게구진 동생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게구진 동생은 숙소에서 쉬는 동안 한국인 한명을 만났다며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 했다. 그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집안에 반대가 너무 심하여 봉사활동을 가장한 여행을 하고 있다며 이집트에서 1달간의 봉사활동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1주일간 터키 여행 중이라 했다.
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나와 모범동생의 테이블마운틴 등산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 날의 투어는 험난했지만 다시 느낄 수 없는 투어였다.
난 이 투어를 이렇게 이름 붙이고 싶다.
'Garden Tour'
2014. 02. 12
다음이야기
2016/01/12 - [여행/세계일주, 중동] - 터키 안탈리아. #63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안탈리아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냈을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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