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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시아

태국 치앙마이. #4 만남은 언제나 우연히.

by 지구별 여행가 2015. 6. 25.

여행의 묘미. 낯선 사람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한국에서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어느정도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

가령, 냉면가게에서 물냉면에 식초와 겨자를 잔뜩 넣어서 먹는 20대의 젊은 청년과 오이를 먹지 못하여 냉면에서 모든 오이를 빼서 먹는 젊은 여자가 순대국밥집에서 친구들과 거하게 한잔한후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만났다치자. 그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그날의 목적지가 같아지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나가는 젊은 여자에게 '오늘 같이 하루를 보낼까요?'는 쌍팔년대 나이트클럽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는 가능하다. 여자와 주변 아름다운 거리를 산책한 후, 저렴하지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맥주 한잔.

그러나 쉽게 만났건 처럼 쉽게 헤어짐이 다가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모든 여행자들 또한 사람이기에 헤어짐에서 오는 슬픔, 쓸쓸함, 다시 찾아오는 고독, 혼자라는 두려움.

그러나 금방 다시 설렌다.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는 기쁨, 흥분, 설렘. 다시 둘이 되었다는 안도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여행인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2013년 무작정 떠났던 인도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쉽게 연락이 끊어질 수도 있었지만 꽤나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 받고 가끔 강남에서 술도 한잔씩 마셨다.

손톱, 발톱에는 시커먼 때가 껴있고 머리는 부스스하며 이 사람이 오늘 씻긴 했을까라는 궁금증을 주는 얼굴, 어제 입은 옷을 오늘입고, 오늘 입은 옷을 다시 내일 입고, 다시 내일 입은 옷은 분명히 내일 또 다시 입을거라는 예상이 빗나가지 않는 그들의 의류애는 감탄스러움을 넘어 존경스럽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면 다르다. 세상에 둘도 없는 미남, 미녀들이다. 깔끔한 손톱, 헤어미용제품으로 정리된 머리카락, 분장을 뛰어넘은 성형의혹까지.

그러나 우리는 서로 느낀다. 그 곳에서 만났던 그들을 만났다고.

 

치앙마이는 나에게 그저 그런 도시였다. 내리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어떻게든 돈을 더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썽태우 기사들, 생각보다 볼 것 없는 시티, 시끄러운 뚝뚝, 썽태우, 자동차, 택시 소리, 매력적이지 않은 트래킹코스, 잔혹하게 훈련받았을 코끼리 타기,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어버린 고산족 문화 투어.

그러나 왔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가기는 아쉬웠다. 그나마 간곳이 도이수텝이다. 화려하게 도금되어있는 사원은 아름다웠고 축복해주시는 스님의 물세레는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스님은 나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었다. 한국이라 대답하니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라 말해주셨다. 맞춤형 축복이었다.

 

무엇을 봤을 때 처음의 감탄이 뒤 돌았을 때 끝까지 여운으로 남는 유적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도이수텝 또한 그러했다.  한 나라안에서 유적지를 보면 어느정도 생김새나 색감, 느낌이 비슷하다.

나아게 도이수텝의 기억은 빨간 썽태우, 황금, 계단.

 

그를 만난 것은 치앙마이 게스트하우스였다. 방 밖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던 그는 차분한 인상에 신뢰가 가는 나긋나긋한 말투였다. 도이수텝을 본 후 빠이로 이동할 계획이었던 나는 그와 이것저것 여행이야기를 했다. 그도 빠이로 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먼저 연락처를 물어본 후 헤어졌다.

 

 

몇 장의 치앙마이 사진. 

 

 

 

 

 

 

 

13. 12. 10 ~ 11

 

다음이야기

 

2015/06/25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태국 빠이. #5 밥, 술. 카페, 해먹. 맥주, 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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