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누워있었다. 누워서 멍하니 있는데 이번주 금,토,일 레게페스티벌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히피 마을다운 페스티벌이었다. 방콕이나 치앙마이처럼 도시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가고 싶었다. 형들과 누나들한테 페스티벌을 가자고 꼬시려했는데 다들 이미 소식을 듣고 갈 생각이었다. 조금 더 알아보니 일년에 한번씩 열리는 페스티벌인데 벌써 6회째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대충하는 페스티벌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첫날(금요일)은 분위기를 보고 토요일날 가기로 결정했다.
술을 마시고 흔들리는 해먹에서 낮잠을 자고 다시 술을 먹는 짓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니 토요일은 금방 다가왔다. 내 배낭에 파티룩 따위는 당연히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튀어보이는 호피무늬 일바지를 입고 페스티벌장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입장료는 300밧. 300밧이 부담인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부담이었다. 허나 여기까지 와서 300밧을 때문에 입장을 하지 않는 것은 더욱더 병신같은 짓임은 분명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양쪽으로는 술을 파는 몇 개의 바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꼬치구이를 팔고 있었다.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취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위하여 데킬라 샷을 연달아 5잔 비웠다. 그래도 취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옆 가게로 가서 맥주 3캔을 사서 그 자리에서 다 마셔버렸다. 그래도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다시 옆의 술집으로 가서 샘쏭 바켓 하나를 사서 빨대로 쪽쪽 다 빨아 마셨다. 슬슬 취기가 올라왔다. 참 멍청하다... 술을 먹으면 시간이 어느정도 지난 후에 취기가 올라오는 것이 당연한데 그 사이를 못 참고 그냥 술을 몸 속에 쏟아 부었으니... 놀기 가장 좋은 취기를 넘어버렸다. 하지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한 것은 아니였고 흔들어재끼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페스티벌에 온 사람들은 어림잡아 약 400명 정도 되는 듯 보였다. 국적은 참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내가 태어나기 전에 누군가가 자기들 마음대로 정해놓은 소속 국가 따위는 이미 중요치 않았다. 만나면 인연이고 못 만나면 인연이 아닌 것이지. 살면서 이런 경험은 꽤나 중요하다 생각한다. 피부색, 종교, 직업, 나이 모든걸 떠나 그 위에 좀 더 귀한 가치가 있다는 것.
축제의 초반 레게음악은 그다지 신나지 않았다. 400명의 무리 한 가운데에 있었지만 사람들을 구경하기만 했고 사실 취기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중이라 상당히 힘들었다. 허나 중반이 넘어가면서 나의 취도와 음악은 하나가 되었기 몸은 미치기 시작했다. 400명 한복판에서 지랄을 떨기 시작했다.
내가 미치던 말던 어느새 파티는 종반을 향하고 있었다. 공연 스테이지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어있던 펜스는 서양놈들 덕에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역시 서양놈들이 이런 건 잘 때려부순다. 한명이 부수기 시작하니 두명이 부수고 세명이 부수고 나중엔 다 같이 부셔버렸다. 춤 추고 뛰고 말을 하느라 뇌를 굴리기 시작하니 취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곧장 바로 달려가 쌤쏭 바켓을 하나 더 사서 들이 부었다. 역시 놀 땐 술이 최고다. 이미 스테이지와 춤추는 곳은 하나가 되었다. 미친 듯이 노니 새벽 3시가 되었다.
끝났다. 페스티벌이. 무척 아쉬웠다. 그렇게 미친듯이 놀고도 아쉬웠다. 나의 체력이 끝나는 순간이 파티가 끝나는 순간이면 좋았을텐데. 우린 우리가 자주 가던 외곽 술집으로 향했다. 가서 오순도순 모닥불을 피고 다시 마시고 춤췄다. 그야 말로 작은 페스티벌이었다.
남의 눈 의식하지 말고 놀자. 놀고 죽기도 시간이 부족하단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태어나서 미친놈 한번은 되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표정이나 사진 수위가 높다. 인터넷에 올리기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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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8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태국 빠이. #7 그래도 돌아다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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