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아침이었다. 아침식사도 주지 않고 다짜고짜 차에 태웠다. 뜨는 태양과 함께 동물들이 활동을 시작하기에 빨리 움직여야만 한다했다. 다른 투어객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초원 내에 사파리 차량들이 바삐 돌아다니고 있었다.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차들이 모여있었다. 가이드가 뭔가를 눈치챈 듯 급하게 그 곳으로 달려갔다. 빼꼼하고 고개를 내다보니 동물의 왕 사자가 섹시한 자태를 뽐내며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떠나기전 선물이라도 주려는 듯 15초마다 자세를 바꾸며 포즈를 취했다.
정말 가까웠다. 약 3m 앞에서 보는 사자의 위엄은 엄청났다. 셔터를 쉴새없이 누르며 30여장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위엄있는 사자의 모습과 함께 요염한 둥근 해의 햇살은 도저히 사진기에서 손을 델 수 없도록 만들었다.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사자를 찍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니 조금은 웃기기도 했다.
그 이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멀리서나마 표범도 볼 수 잇었다. 그저 저기 표범이 있구나 정도였다.
아침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오늘도 역시나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 일정이 마지막 일정이었지만 그들은 끝까지 Tip 요구를 안했기에 역시 비싼 투어는 다른가 생각했다.
차에 올라타기 전 나와 준은 한자 문화권이기에 한자로 미국을 써주며 뜻을 설명해주었다. 한국은 아름다울 '미'에 나라 '국'자를 쓴다니까 전혀 아름답지 않은 나라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일본은 쌀 '미'에 나라 '국'이라니, 우리 나라가 쌀이 그렇게도 많이 나오냐며 낄낄거리며 웃었다.
한참을 내달려 사파리 외곽으로 나오니 마사이족 사람들이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안타까워 쳐다볼 수가 없었다. 과거에 긍지있는 부족이었겠지만 이제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부족을 유지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나간다고 부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텐데, 그들이 지금까지 자신들만의 생활문화를 이끌고 왔다는 점은 매우 높게 평가하지만, 무엇인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에 가슴이 씁쓸했다. 돈 앞에 위대했던 긍지가 한 풀 꺾인 모습이었다.
가이드는 잠시 마사이족을 들릴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우리 중 누구도 부족투어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지나쳐갔다.
완전히 게이트 밖으로 나오니 바부들이 뭐가 그리 화났는지 차를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재밌어서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하니 가이드가 나의 팔을 잡고는 다가가지 말라 했다. 카메라도 꽉 붙잡고 있으라 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 카메라를 가로챌 줄 모른다 했다. 할퀴면 상처도 깊고 병에 걸릴 수도 있단다.
바부들이 조금 조용해진 후에 우리는 차를 타고 세렝게티 사파리 지역을 떠났다.
아루샤까지 돌아가면서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 역시나 미국 친구들은 많은 돈을 썼다. 나에게 왜 기념품을 사지 않느냐 물어보기에 세계일주중이라 사서 갖고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하니 금새 수긍하고 쇼핑에 몰두했다.
Tip은 아루샤에 도착하고 나서야 요구했다. 미국인들은 이미 자신들이 상당히 비싸게 온 것을 알고 있었기에 Tip을 그다지 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예 안줄 수는 없었다. 5000실링씩 걷어서 줬다. 조금 실망한 눈빛이었다.
아루샤 마트 근처에서 미국인들은 내렸다. 그 곳에서 사파리 에이전트를 만났다. 비싸게 왔다고 화를 낼 만도 했지만 웃고 넘어갔다. 거기다가 잔지바르행 비행기표까지 그에게 구매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냥 넘어가는 듯 했다.
나누리 오피스에서 내렸다. 입구에 가드에게 인사를 하니 반갑게 나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했다. 키도 건내주었다. 그는 나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러고는 화장실 전등을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내가 세렝게티 투어를 가기 전에 화장실 전등이 안돼서 캄캄한 곳에서 샤워하는게 마음에 걸렸나보다. 내가 간 사이에 전등을 고쳐놨다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참으로 순박한 사람, 너무나 고마운 사람. 그의 호의에 너무나 가슴이 따뜻해졌다.
3일간 메신저를 확인하지 못했기에 근처 카페에서 와이파이를 하고 식사도 하고 들어오니 나누리 사장님께서 오피스로 오셨다. 잘 다녀왔는지 얼굴이나 보러왔단다. 너무나 좋은 투어였다며 꾸벅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들 왜 이렇게 착한 사람들인가. 너무나 고마웠다. 사장님과 경비아저씨와 함께 우갈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참으로 따뜻했다.
이로써 안나푸르나, 통곡의 벽에 이어 내가 보고 싶었던 세번째 지역, 세렝게티 사파리가 끝났다.
2014. 03. 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