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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112 드디어 그녀를 만나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2. 28.

알람을 못 들었다. 허겁지겁 밖으로 뛰어나왔다. 나누리 사장님은 이미 오셔서 나를 기다리며, 경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부로 시간을 내셔서 버스터미널까지 픽업해주신다 오신건데 늦잠을 자다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금방 정리하고 나오겠다 말씀드린 후 허겁지겁 가방을 쌌다. 빨래는 마르지 않았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경비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터미널로 향했다. 내가 급하게 움직이느라 함께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저 죄송할 따름이었다.


버스가 중간쯤 가니 음료수가 하나 나왔다. 그다지 시원치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마시는 탄산에 속이 시원했다. 잠시 휴게소에서 6000실리의 감자튀김과 고기를 먹은 것 외에는 이 지루한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오늘은 아프리카 커뮤니티 카페에서 연락된 한국인을 만나기로 했기에 빨리 도착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 마음대로 되는것은 하나도 없었다. 버스는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달릴 뿐이었다. 결국 저녁 6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5시에 시내에서 보기로 했는데 시내로 들어가면 7시는 훌쩍 넘을 듯 했다.

 


재빨리 버스에서 내려 가방을 찾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샅샅이 뒤져도 가방이 나오지 않아 버스기사를 불렀지만, 그 역시 세월아 네월아였다. 발을 동동 구르니 짐을 옮겨주는 포터가 다가와서 찾으면 5000실링을 달라했다. 제발 좀 가라고 이야기하고 버스 차장을 붙잡고 가방을 내놓으라 하니 그제서야 둔한 몸을 움직였다. 한참 후에 발견된 내 가방은 찾기가 정말 힘든 구석에 반쯤 접힌 상태로 있었다.

순식간에 가방을 메고 페리 선착장 쪽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퇴근시간인 듯 길이 상당히 막혔다. 내가 내릴 차례가 되어 내리려는데 사람들이 내리기도 전에 버스에 올라탔다. 내 배낭에 사람들이 치일까봐 조심조심하다가는 내가 내리지 못함이 분명했다

어쩔 수 없었다. 몸을 사람들 한복판에 던졌다. 누가 다치던 말던 사람들 얼굴을 밀었고, 그들 역시 내 몸뚱아리와 가방을 밀면서 버스에 올라탔다. 마치 악의 무리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발악과 비슷해보였으며, 멀리서 보면 애처로와 보이기까지 했을 모습이었다.

 



내가 만나기로 한 일행은 YWCA 호스텔에 묵고 있었기에 현지인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공통적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몇 걸음 걸으니 갈림길이 나와 다시 현지인에게 물었다. 그는 순간 눈이 번쩍이며 자신을 따라오라했다. 느낌상 위험하다기보다는 돈을 요구할 것 같았지만 가는 방향이 외진 곳이 아니라 따라나섰다

미안하게도 내 예감은 틀렸고, 그는 아주 밝은 미소로 숙소를 소개시켜줬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니 YMCA호스텔이었다. YWCA는 바로 뒷편에 있었기에 금새 찾을 수 있었다.

안에는 카톡 사진으로 봤던 여자와 한 명의 한국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혼자 여행하기에 얼굴도 하얗고 귀엽게 생겼었다. 다만 사진과 달랐던 점은 생각보다 키가 컸다는 점이었다. 1년간 케냐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고 돌아가기 전 약 1달정도 여행이었다. 가끔씩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정말 뼈가 사무치도록 사모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와 연결이 되지 않음에 가슴 아파했다. 아직도 그녀가 좋아하던 남자의 이름을 기억한다. 나랑 이름이 한 획만 다를 뿐이었다.

 

나를 기다리느라 저녁식사를 안했다 하여 함께 근처 일식집을 가기로 했다. 허나 거리가 너무 멀었고, 시간이 늦었기에 돌아오는 길이 위험할 것 같았다. 근처에 그녀가 점심식사를 했다는 곳으로 가봤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결국 우리는 근처 페스트푸드점에서 감자와 핫도그로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니 느낌이 좋았다.

 

내일 함께 페리를 타고 잔지바르로 넘어가기로 약속하고는 방으로 들어와 한국 남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워크캠프를 끝내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모로코 여행 후, 이집트에서 피라미드에 감동을 받은 후, 이 곳으로 넘어왔다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내가 아는 최대한의 정보를 전해주었다

함께 여행을 떠나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이었지만 떠날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싶었지만, 내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에 각자의 침대에 누웠다.


2014.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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