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독특했다. 정말.
낮에 밀린 일기를 쓰는데 불쑥 집안으로 서양남자 한명이 들어왔다. 누구지 하고 빤히 쳐다보니까 환한 얼굴로 'Hi'라 말했다. '어... Hi' 얼떨결에 나도 인사를 받아주었다. 작은 미소를 보이더니 4개의 방문 중 하나를 열고 쏙 들어갔다.
'뭐지...? 아니, 누구지...?'
방 안에 있던 심바형님을 불러 이상한 서양남자가 집에 들어와 방으로 들어갔다 이야기하니 형님은 그가 이 집에 살고있는 사람이라 하였다. 이틀간 본적이 없는데 여행자냐 물어보니 그것도 아니란다. 약 3개월 전부터 복잡한 사연에 의해 이 곳에 얹혀 살고 있다했다.
그의 인생 참 기구했다.
그의 이름은 '드웬' 캐나다 국적의 이 남자의 나이는 마흔이 조금 넘었다. 키는 훤칠했으며, 약간 헬쓱하다고 표현하는게 맞을 정도로 말랐다. 그 역시 심바형님처럼 여행을 왔다가 현지 여자를 만나 이 곳에 자리를 잡게된 사람이었다. 그의 와이프는 그와 함께 살면서 사업에 투자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를 했고 드웬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7,000만원을 털어 아무런 뒷조사도 없이 그의 와이프 말만을 전적으로 믿고 보석사업에 투자했는데,
사기였다.
7,000만원은 고스란히 그의 와이프 손에 들어갔고 그 여자는 바로 집에서 나왔다. 이쯤에서는 나는 '여자가 도망가서 못 잡았군요?'라고 물어봤지만 틀렸다. 그 여자는 아주 당당하게도 이 리빙스톤 시티내에서 살고 있었으며, 굉장히 좋은 집 한채를 장만하여 아주 잘 지내고 있다하였다. 대담한 여자다.
그러면서 안면이 어느정도 있던 심바형님과 와이프가 그를 집으로 불러들어 갈 곳없는 그를 받아주었다 하였다. 운이 좋게도 심바형님의 와이프 언니가 국경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었기에 비자 연장을 합법적으로 도와주었다고 하였다.
드웬은 이후 법원을 왔다갔다하고 캐나다 대사관을 제 집인양 드나들며 소송준비를 했다. 겨우겨우 증빙서류를 모아 법원에 제출했지만 경찰부터 법원까지 그 누구도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않아 일이 진척되지 않을 뿐 아니라, 드웬의 와이프가 로비를 하여 드웬은 곧 감방을 가게 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이었다. 엄청난 풍파가 아닐 수 없었다.
인생 큰 경험했다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캐나다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텐데 느긋했다. 식사는 심바형님이 전액 지원해주기 시작했는데 어느순간 방에 짐이 하나씩 늘더니 결국 그의 방이 되어버렸단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거실 소파에 앉아있는데 심바형님이 훌라를 하자고 했다. 룰을 잘 몰랐기에 배우면서 치고 있는데 드웬은 마치 프로겜블러 같았다. 카드 게임을 기다렸는데 엄청 재밌게 했다. 조금 모자라 보이기도 할 정도로 실실 웃으면서 게임을 즐겼다. 순진한 사람이었다. 뭐랄까... 참 연약하고, 사기에 잘 걸려들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잠시동안 지켜본 나였지만, 왜 사기를 당하고, 왜 와이프가 저렇게 똥 배짱을 부리는지 알 듯했다.
드웬은 물만난 물고기였다. 10시, 11시, 12시, 1시. 무려 4시간 동안이나 카드게임을 했다. 목과 허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빨리 자고 싶었지만 드웬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판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그가 만족할만큼 게임을 해준 후에야 겨우 게임판에서 해방이 되었다.
2014. 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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