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룸비니 대성석가사에 있을 때다. 아침 공양 후 미숫가루를 먹는 나에게 한 명의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그녀는 열심히 '픽쳐 픽쳐'라 말하며 나에게 사진기를 넘겼다. 그러곤 스님의 옆으로 가 자세를 취했다.
한국사람인 나는 벙쪘다.
'사진 한장 찍어주세요'도 아니고 '픽쳐 픽쳐'라니...
정신을 차리고 손에 카메라를 쥔 채로, '네 사진 찍어드릴께요'라 대답했다.
'우와 한국말 잘하시네~ 여기서 일하시는 분인가? 호호호호호호'
나를 전혀 한국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사진기를 돌려주며, '저 한국사람이에요' 했더니, 아주머니는 옆의 남자에게 말했다.
'하하하 농담도 잘하네~ 한국어 잘 배웠다. 호호호호'
옆의 남자는 눈치를 챈 듯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주머니는 끝까지 내가 한국사람이란 것을 믿지 않은 듯 했다.
이렇 듯, 사람들은 나의 국적을 잘 알아채지 못하였다. 주로 동남아쪽이나 일본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한국에 있을 때도 종종 혼혈같다는 말을 듣고 했는데 얼굴이 타고 수염을 길러서 더욱 그렇게 보였나보다.
긴 머리카락과 수염, 정불명한 흐리멍텅한 눈 때문인지 유독 나에게 대마를 판다고 접근해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네팔 타멜거리에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누가 쓱~ 오더니 '마리화나, 마리화나'라고 속삭였다. 나는 마리화나를 하지 않는다 이야기했지만 거짓말하지 말라며 싼 값에 주겠다며 끝까지 따라왔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만 카트만두에 있을 때 이런 비슷한 일이 3~4번은 더 있었다.
그러나 가장 어처구니 없는 약쟁이 취급은 인도 바라나시에서 당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해가 질 무렵 가트를 배회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는 길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맥주를 사러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누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뒤를 돌아보니 현지인이었다.
그는 나를 보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혼자 떠들었다.
'%*(&^&*(%$%$#' (이해할 수 없는 말)
'?'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그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서로 얼굴에 물음표를 머금고 쳐다보다 그가 먼저 영어로 나에게 물었다.
'네팔 사람 아니야?
'... 아니야 나 한국사람이야'
'너 한국 사람같지 않아. 한국사람도 이렇게 생겼구나'
기분이 나빴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다시 갈 길을 가려하는데 계속 그가 따라왔다.
'어디가?'
'그냥 가트 돌아다니고 있어'
'나 지금 방(Bhang) 사러가는데 같이 갈래?'
이건 또 무슨 전개인가 싶었다. 바라나시는 방(Bhang)이라는 대마와 비슷한 마약을 지정된 가게에서 정부가 판매한다. 바라나시 주에서는 합법이기에 여행자들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는 지금 방을 사러 가는길인데 너도 어차피 살거 아니냐며 같이 가자 했다. 뭔 개소리인가 싶었다. 언제봤다고 나를 약쟁이 취급하다니.
쿨하게 나는 방을 하지 않는다하니 그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날 보고는 떠났다.
숙소로 돌아와 거울을 봤지만 잘 모르겠다.
내가 약쟁이 얼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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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8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인도 바라나시. #45 불교의 4대성지 사르나트, 환자와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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