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바라나시는 그런 곳이다. 막상 가면 할게 없다. 호불호가 이렇게 극심하게 갈리는 여행지가 또 있을까 싶다.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괜찮은 호텔과 깔끔한 식당을 선호하는 여행자라면 여긴 지옥과도 같다. 거리에는 똥이 넘쳐나고 어느 가게를 들어가도 음식의 위생은 신뢰가 가지 않으며 호텔은 고사하고 쾌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 방을 찾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바라나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바라시에서의 하루는 짧다. 아무생각 없이 강을 보기에도 시간이 짧고, 짜이를 마시며 사람들하고 이야기해도 어둠이 금방 찾아온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스트하우스 안 사람들과 금새 친구가 되어 술도 한잔 마시고 여행일정을 수정하여 전혀 새로운 곳을 가기도한다.
음식은 얼마나 맛있는지 손으로 싹싹 긁어 먹어 언제나 사람들의 손톱은 누렇게 물들어있다.
거리에 똥은 여전히 싫지만 그러려니 하며 한쪽 골목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면 금방 저녁 먹을 시간이다.
막상 오늘 뭐했지? 생각해보면 한 것은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아무 짜이집이나 가서 짜이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마냥 휴식을 취했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면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내가 가던 고돌리아 근처 식당을 갔다. 이 것은 나의 여행 습관이기도 한데 어느 도시든지 며칠 머물겠다는 생각을 하면 꼭 주변에 괜찮은 로컬 식당을 하나씩 찾아두었다. 그 곳은 3~4번째 만에 발견한 값싸고 맛있는 로컬 식당이었다. 그 곳까지 슬슬 걸어가면 발이 시커매졌다.
오는 길에는 시장을 들러 물건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혹은 영화를 봤다.
다시 숙소에 돌아오면 책을 들고 가트로 나갔다. 독서를 하다 심심하면 사람을 구경하고, 사람을 구경하다 재미가 없어지면 독서를 했다. 그렇게 한 두시간쯤 밖에 앉아 있으면 주변으로 사람들이 생긴다.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몇 마디 하면 금새 친구가 된다. 그 길로 같이 저녁을 먹고 술을 한잔씩 했다.
가트를 산책하며 시신을 화장하는 풍경을 가끔씩 보러갔다. 나무와 화염에 둘러싸여 생각하는 것 만큼 사람이 타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중간중간 발이나 손이 보이기는 한다. 어느 순간 사람 태우는 것을 캠프파이어 불 구경하듯 보는 나를 발견하고는 다시는 화장터에서 화장을 구경하지 않았다.
나는 2012년 인도를 갔을 때 강가에서 목욕을 했다. 그 똥물에 어떻게 목욕을 하겠냐 하지만 물은 생각보다 시원하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아서 안에 들어가면 상당히 상쾌하다. 그래도 차마 입을 헹구지는 못하겠더라. 가까이서 보면 똥물처럼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서보면 더욱 적나라하게 똥물로 보인다. 이번에도 목욕을 할까 했지만 몸이 너무 아파 물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가트에서 시체를 태우고 그 옆에서는 빨래를 하고 그 옆에서는 목욕을 한다.
강물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목욕을 하는 사람은 사람의 타고남은 재와 빨래를 하고 난 물로 양치와 목욕을 하는 셈이다.
이게 문화의 차이라 느꼈다.
처음부터 그렇게 자연스럽게 해왔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은.
처음부터 그렇게 자연스럽게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한.
가트 근처 골목은 정말 복잡하다. 처음에 왔을 때 길을 외우지 못하여 숙소를 찾을 때면 항상 가트로 나와 길을 찾아갔다. 그러나 주변에 친한 사람들이 생기고 골목 안쪽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금색 적응한다.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다양하게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가트 근처라 해서 모두 상인은 아닌 것이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할머니와 아이들만 사는 작은 집들도 많다.
가트 구경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해 바라나시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골목을 돌아다녀보자. 다시 며칠 눌러 앉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인도는 사람들이 참 재밌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이 사람들이 재밌다는 것을 느낄지 모르겠다. 인도인들이라 해서 맨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먼저 말을 걸지도 안았는데 먼저 다가와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호객꾼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그런데 말을 섞으면 특유의 인도인 허세(?), 오지랖(?) 같은 것이 있다. 이 특유의 인도인 성격 때문에 인도여행의 재미는 배가 된다. 사기를 당하면 짜증나고 열이 받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크게 사기당할 일도 없고 거짓말하는 것이 눈에 뻔히 보여 내 쪽에서 거짓말을 살살하면서 골려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너무 도가 지나치면 위험하니 장난과 짜증을 유발하는 미묘한 선을 지키면서 거짓말을 해보자. 무척 재밌다...
아이들과 노는 것도 재밌다. 가트주변에서 연을 날리는 아이들이나 크라켓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꼭 다가가 한번씩 해보곤 했다. 아이들도 내가 신기한지 연을 날리는 법을 알려주며 장난도 많이 쳤다. 실제로 인도아이들 연 날리는 것을 보면 스승으로 모셔도 될만큼 연을 잘 날린다. 하늘을 쳐다보면 점들이 몇 개 있는데 그것이 다 연이었다.
아이들은 항상 조그마한 가방을 들고다니면서 잡동사니를 팔았다. 7~8살 정도 되보이는 아이들이 가방에 책은 없고 온통 팔찌와 엽서뿐이다. 철수보트, 선재 놀이터라고 부르는 한국인 집합소가 있는데 그 곳에 동양인이 앉아 있으면 100% 한국인이다.
매번 그 곳을 와서 엽서를 팔려고 시도했다. 그럼 여행자들은 아이들이 귀여우니 같이 놀아주고 조금 친해지면 엽서도 하나씩 사주곤 했다. 선재 놀이터 앞에 짜이도 팔았으니 짜이도 하나씩 사주면서 말이다.
아이들은 판매와 놀이를 우리에게서 동시에 해결했다.
나도 자주 놀아줬다.
그러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놀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판매아닌 강매를 시도하면 사주지 않았다. 나는 주로 혼자 조용히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엽서를 파는 아이들의 엽서를 사줬다. 그 아이 옆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하나하나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하면 끝이 없다.
푸자도 가끔보러가고 한국사람들과 가트에서 몰래 맥주도 마시고 서양아저씨와 점심마다 체스를 두기도 했으며 영화도 보고 쇼핑도 했다.
바라나시에 대해서 백번 이야기 해봤자 가보지 안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곳이다.
정말 할게 없고, 한 것도 없는데 시간만 주구장창 흘러간다.
그게 바라니시의 매력이다. 그래서 호불호가 심하 도시이기도 하고.
그러나 나에게 바라나시의 하루는 언제나 짧았다.
2014. 01. 21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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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6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인도 바라나시. #44 나는 약쟁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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