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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시아

인도 바라나시. #42 갠지스강이 품은 도시, 바라나시에 도착하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5. 12. 15.

누가 나에게 '나 시간이 남아서 여행 좀 다녀오려 하는데 어디가 제일 좋았어? 추천 좀 해줘'라 물어본다면 과거에는 무조건 인도였다.

내가 처음 인도를 다녀온 2012년에도 자이살메르 옆 작은 마을 쿠리에서 성폭행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여행이 주춤하긴 했었다. 허나 인터넷 인도 카페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요즘, 인도는 무법천지의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더이상 여행지로서 쉽게 추천할 수 없는 나라이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더욱더.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여행지 중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두 말 않고 인도를 꼽는다. 언제나 재밌고 그 나라만큼 사람구경하는 것이 재밌는 나라도 없다. (물론 사람구경이 동물 구경하듯 본다는 표현이 아닌 것은 다들 알 것이다.)

뭐랄까.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진다 해야할까. 아주 특이한 사람들이다.

특유의 허세와 거짓말에 당할 때에는 짜증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유치하면서 귀엽기까지하다.

또한 영토의 크기가 거의 유럽만하기 때문에 인도안에서도 지역마다 문화유산과 문화가 조금씩 다르다.

 

나는 첫 번째 인도여행을 여동생과 같이 갔기 때문에 심적으로 부담이 컸었다. 살기 위해서 뭐든지 빨리 배워야했고 어떤 상황이든 촉각이 곤두설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결정하는 모든 선택이 동생한테 미칠 부정적 영향과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여행했다.

그러나 이번엔 심적부담이 없었다. 어차피 인도를 메인으로 떠나온 여행이 아니었기에 시간을 쪼개 몇 개의 도시를 더 가기보다 여유있게 인도에서 쉬고 싶었다. 터키를 가기 전까지 바라나시에 눌러 앉기로 결정했다.

 

소나울리에서 버스를 타고 바라나시에 도착하니 새벽 4시. 날씨가 쌀쌀해 가방에서 침낭을 꺼내 몸에 둘렀다. 버스 내린 곳에서 갠지스 강가까지는 금방 갈 수 있지만 지금 시간에 강가에 가도 할 것이 없으며 사람이 많은 이 곳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버스터미널이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분주했다. 딱히 쉴 만한 곳을 찾지 못하여 짜이 한잔을 사서 땅바닥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몇 명의 호객꾼들이 다가왔지만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라 대충 둘래대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시계를 보니 5시가 조금 넘었다. 푸르스름하게 하늘이 밝아지고 이었다. 슬슬 출발해도 될 것 같았다.

버스정류장 근처 릭샤꾼들은 너무 가격을 비싸게 부르기 때문에 버스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잠시 서 있으니 릭샤꾼이 왔다. 역시 기대한 금액보다 비쌌다. 나야 조급함이 업었기에 몇 명의 릭샤꾼을 보내고 가격이 성공적으로 흥정된 릭샤꾼의 릭샤를 타고 고돌리아로 갔다.

 

짙게 껴있는 안개, 새벽부터 빵빵거리는 자동차와 릭샤, 군데군데 보이는 인도인들, 도로 한복판을 역주행하는 소.

인도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아 릭샤꾼에게 약간의 팁을 얹혀주고 고돌리아 근처에서 내리니 호객꾼 몇이 다가왔다. 룸비니에서 만난 형에게 추천받은 숙소를 가기로 했기에 그들의 호객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먼저 숙소를 가기 보다 일단 강가에 가고 싶었다. 짙은 안개 사이를 걸어 강가에 도착했다.

길 한복판에서 자고 있는 수행자, 강게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과 빨래 하는 아낙.

 

변한게 없었다. 내 기억속에 있던 강가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다시 바라나시로 돌아왔다.

 

 

 

 

2014. 01. 21

 

 

다음이야기

 

2015/12/15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인도 바라나시. #43 바라나시의 하루는 언제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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