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서 에일랏으로 가는 버스는 7시, 10시, 14시, 17시에 있다.
7시 출발은 너무 일찍 일어나야되고 황금사원도 못 보는 단점이 있지만 에일랏을 구경하고 바로 아카바로 넘어 갈 수 있었고, 10시 버스는 황금사원을 볼 수 있지만 에일랏은 못 보고 국경을 넘어야하는 단점이 있었다.
두 개의 버스 시간 중 나는 황금사원을 보는 것으로 결정했기에 10시 버스를 타기로 생각했다.
어제 일본 친구들과 황금사원 입장을 실패했기에 오늘은 아침 일찍 향했다. 얼마나 일찍 도착했는지 항상 그 길던 줄이 달랑 10명정도만 서있었다.
황금사원은 내가 우즈베키스탄 봉사활동을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의 건축물이었다. 웅장하거나 특별한 점은 없었지만 문양들이 상당히 정교했다. 30여분을 구경하고 단체사진을 하나 찍은 후 일본 친구들과 헤어졌다.
올드시티 밖으로 나와 남은 세켈을 환전하기 위해 환전소를 들렀는데 말도 안되는 환율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다행히도 1:5로 달러를 환전해주는 곳을 찾아 300셰켈을 환전하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9시반쯤에 도착하여 버스티켓을 사려하니 자리가 없단다. 직원에게 입석도 괜찮다. 나는 오늘 꼭 가야한다 했지만 2시표를 사라며 10시표는 절대 안된단다. 2시에 버스를 타면 에일랏 국경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미 환전을 싹 다 했기에 예루살렘에서 하루를 더 머물면 또 다시 환전을 해야했기에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며 에일랏을 가는지 물었다. 나는 암표꾼인줄 알고 그렇다 대답하니 자신을 따라오라했다. 누구고 어딘줄 알고 이 사람을 따라가나. 느낌이 좋지 않기에 버스터미널 내에서 이야기하자 했다.
그는 자신을 택시기사라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택시를 타고 에일랏을 가자 했다. 한마디로 택시 호객이었다. 어차피 못 가게 된거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100셰켈로 에일랏을 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 갑자기 정색을 했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100셰켈로 뭘 할 수 있냐'며 짜증을 냈다.
그냥 안된다고 하면 될껄 왜 화를 내나 싶었다. 나도 덩달아 짜증이 나서 '이 돈으로 콜라도 살 수 있고, 버스도 탈 수 있고, 팔라페는 무려 15개가 가능하며, 하루 숙박도 가능하다' 말하니 조용히 사라졌다.
일단 에일랏으로 가서 부딪혀보기로 결정하고 2시 버스티켓을 구매했다.
버스 시간까지 글을 정리하고 영화를 한편 보니 노트북의 베터리가 나갔다. 멀뚱멀뚱 한 시간을 더 보낸 후에야 에일랏행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에일랏에 도착하니 6시 20분. 지도 어플을 켜서 확인해보니 약 3Km정도 거리였다. 택시기사는 국경까지 40셰켈을 불렀지만 필요없다 말하고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택시기사 멀다고 소리쳤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혹시라도 국경이 닫혀있으면 나는 진짜 빈 털털이었다. 이건 마지막 남은 비상금이었다.
10 Kg 배낭을 메고 미친듯이 달렸다. 시간을 보니 40분, 45분, 50분. 점점 7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결국 7시가 되어버렸고 보더까지는 한참의 거리가 남아있었다.
포기하고 에일랏 시내로 돌아왔다.
얼마 남지 않은 돈을 들고 방을 구하려 돌아다녀봤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무슨 싱글룸에 150세켈 이상을 불렀다. 길거리 노숙을 해야겠다 싶어서 잘 만한 곳을 찾는데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70세켈. 아 살았다.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뜨거운 물이 펑펑 나왔으며 손님도 별로 없어서 혼자 도미토리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 곳에 묵기로 결정했다.
짐을 풀고 나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오늘 먹은 것이 땅콩바 4개 밖에 없었다. 남은 돈으로 음식거리를 사기 위해 시내로 나왔다. 대형마트를 찾을 수 없기에 큰 슈퍼마켓에 들러 빵과 크림소스, 스위트콘을 샀다. 숙소로 돌아와서 먹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커다란 스위트콘을 혼자 다 먹었다.
내일 아침에 먹을 빵과 크림소스를 조금 남겨 놓고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깐 누군가 들어와서 깼지만 손님이 와서 다른 침대에 올려 놓은 내 가방을 치운 것 뿐이었다.
2014. 02. 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