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8시 와디럼행 버스가 있음을 확인했기에 아침식사도 거르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7시 40분쯤 도착하니 택시기사들이 와디럼행 버스는 오후 1시 출발이라했다. 또 시작이구나 싶어었다. 어제 8시 버스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니 8시에 버스가 도착하는 것은 맞는데 출발은 오후 1시라고 계속 우겨댔다.
그러려니 하고 기다리니 8시에 버스가 도착했다. 실실 웃으면서 버스 타러 간다하니 택시기사들은 직접 가서 물어보라했다.
끝까지 사기를 치려하네... 버스 기사한테 물어보니 정말 1시 출발이라 했다. 아 어제 그럼 한시 출발이라 말을 하던가...
이미 체크 아웃을 한 상태였기에 5시간을 밖에서 기다리는 것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택시기사가 다가왔다. 그는 이미 한 명 더 와디럼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니 반값에 같이 움직이라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기로 했다.
같이 쉐어한 그는 이스라엘인이었다. 당일로 와디럼 사막을 투어하고 다시 아카바로 돌아와 스킨스쿠버를 할 예정이라했다. 나야 가격만 싸게 간다면 문제가 없었기에 그와 동행을 결정했다.
와디럼에 도착해 마을 입구에 내리니 호객꾼들이 다가왔다. 차량비용이 63, 하루 숙박비가 25란다. 계산상으로 차량비용을 둘이 나눠내면 50디나르 정도 되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차량비용은 각자 63디나르씩 하여 나는 88디나르란다.
정말 가지가지 피곤하게 했다. 지단네 투어를 하겠다 이야기하니 쿨하게 안쪽으로 보내주었다. 입구부터 마을까지는 약 6km정도 되기에 잠시 입구에서 대기했다가 안쪽으로 들어가는 트럭을 히치하여 마을로 들어갔다.
앞선 터키 여행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지단은 중동 4대 천왕 중 한명이다. 마을이 작아서 그런지, 유명해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은 지단을 다 알았다. 그의 가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단 투어에서 두당 45디나르를 35디나르에 하기로 합의했다. 잠을 자지 않는 이스라엘인은 30디나르면 됐지만 나를 붉은 사막 베두인 마을 안쪽에 내려다주고 입구로 돌아와야 하기에 그 또한 35디나르를 내야만 한다 했다.
내가 말도 안된다며 지단과 싸우니 이스라엘인은 괜찮다며 함께 투어를 하겠다 이야기했다. 괜히 나 때문에 5디나르를 더 낸 그에게 미안했다.
출발 시간이 많이 남아 그와 대화를 나눴다. 1시간동안 대화를 이끌어나갈 영어 능력이 되지 않기에 어쩌다가 결혼을 했는지 물어봤다. 그는 시원하게 자신은 게이이기에 결혼을 하지 않는다 했다. 내가 만난 첫 게이였다.
개인적으로 LGBT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에 그가 게이라 했을 때에도 그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당당함이 더 멋있었다.
10시쯤 출발 시간이 되었고 동생이 그토록 칭찬하던 와디럼 붉은 사막 투어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로랜스의 샘이란 곳부터 갔다. 산을 토고 조금만 올라가면 쫄쫄쫄 흐르는 샘물을 볼 수 있는데 그게 전부다. 솔직히 물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녹조가 심하게 끼어서 도저히 마실 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막다운 사막을 여행 시작하고 처음 보기에 그나마 풍경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었다.
그 다음은 협곡을 갔다. 다음에 보게 될 페트라의 시크보다는 당연히 부족했지만 꽤나 멋있는 협곡이었다. 가장 안쪽까지 들어가면 물이 고여있는데 왠지 더 깊숙한 곳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몇명의 외국인들이 물에 빠지지 않고 가기 위해 암벽등반 자세로 길을 건너갔다. 그러나 나는 그냥 신발 벗고 양말 벗고 저벅저벅 걸어갔다.
작은 개울을 건너니, 아무것도 없었다.
로렌스의 집을 갔다. 아라비아 로렌스라는 영화 때문에 와디럼 사막을 많이 가고 싶다 하는데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그냥 벽돌 몇개가 있던 걸로 기억난다. 모래언덕에서 뛰놀고 선사시대의 썼다는 글도 보지만 점점 감흥이 떨어져갔다.
마지막 가운데가 뻥 뚤려있는 돌 위에 올라가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사막 투어를 마무리했다.
이스라엘 게이가 마을로 돌아가야 했기에 우리는 사진 한장을 찍고 헤어졌다.
대략 3시 반쯤 베두인 숙소로 도착했다. 아직 헷살이 따뜻하고 혼자 딱히 할게 없었기에 일기를 쓰다가 낮잠을 잤다.
눈을 뜨니 해가 지고 말았다.
'일몰 못보면 어때, 어차피 내일 또 질텐데.'라는 생각으로 남아있는 석양빛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가니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행이 있었다. 대부분 가족들끼리 왔기에 말을 거는 것도 부담스러워 혼자 조용히 식사를 했다. 이스라엘 아저씨라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남들은 신기하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신기하지 않았다. 베두인족 특유의 음식 조리법을 본 후 맛있게 저녁식사를 했다. 부페식이었기에 며칠간 걸레빵으로 연명하던 나의 목구멍에 기름진 닭고기와 짭짤한 카레를 쑤셔넣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식사를 했다.
밖을 나와보니 별이 정말 많았다. 그러나 누군가 말한 '세계에서 가장 별이 많은 지역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포만감에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다.
2014. 02. 26
다음이야기.
2016/01/24 - [여행/세계일주, 중동] - 세계일주 사진. #16 요르단 아카바, 와디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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