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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중동

요르단 아카바. #77 최악의 첫 인상.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 23.


이스라엘 - 요르단 국경으로 가기 위해 황량하기 그지 없는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곳이 도마뱀 투어를 하는 관광지란다. 나 같으면 절대 이 곳을 돈 내고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약 4Km정도의 꼬불꼬불한 길을 걸어가면 국경에 도착할 수 있다.



미리 104세켈의 출국세를 준비했기에 이스라엘 국경에 지불하니 수수료 7세켈을 더 내란다. 만약 어제 빵을 더 사먹었더라면 돈을 또 뽑을 뻔 했다.

이스라엘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여 약 200미터만 걸어가면 요르단 입국심사대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요르단 쪽에서 오는 가족 한명을 만났을 뿐 여행자는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킹-후세인 다리를 통해 국경을 넘을 것이다.

국경 사진을 한장찍고 국경 검사소에 도착하니 국경 가드가 '웰컴~' 이라며 나를 반겨주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수속을 받았는데 짐검사도 대충대충, 여권 확인도 대충대충이다.

여동생이 요르단 대학교에서 아랍어 공부를 한다하니 사진을 보여달라며 나를 졸랐다. 어느나라나 남자는 똑같나보다. 따로 사진이 없어서 보여주지는 못했다. 가드들 덕분에 국경 통과를 아주 편하게 했다. 이스라엘 입국 때 너무 힘들게 통과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르단의 최악의 첫 인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입국심사대를 나오니 대략 10명의 택시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약 5km 정도의 거리를 걸어갈 생각이었기에 택시기사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쳐갔다. 택시 기사 한 명이 나에게 오더니 택시를 타야한다 말했다.

그는 이 곳이 군사지역이며 기밀지역이기에 택시를 무조건 이용해야 한다했다. 누구나 올 수 있는 국경지대가 군사지역이라니 그럼 누가 이 곳을 통과할 수 있단 말인가. 국경가드도 내가 걸어간다고 할 때 말리지 않았다.


실랑이 중 무리의 보스같은 사람이 아주 기분 나쁘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나를 불렀다. 마치 주인이 종을 부르 듯.

내가 빤히 쳐다보니 그가 다가오면서 '너는 귀가 없냐?, 듣지를 못해?'라며 나의 가방을 툭툭쳤다. 여차하면 국경가드의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가방을 치지 말라며 손을 쳤다. 그는 국경가드에게 택시를 안타도 되는지 다시 물어보며 실실 웃었다.

국경가드에게 다시 물어보니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택시를 타는 것이 좋겠다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었다. 분위기상 택시를 탈 수가 없었다. 국경가드도 매일 보는 택시기사를 무시할 수 없었나보다.

가격표를 보니 무려 11디나르. 대략 4~5km 거리가 18000원이다. 총만 안들었지 강도였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목적지로 가는 내내 '20디나르를 주면 어디를 데려다주겠다. 30디나르를 주면 어디를 데려다주겠다'며 딜을 해왔다. 조용히 좀 해달라는 말을 하고나서야 그는 입을 다물었다.  

도착한 목적지는 시내 외곽이었기에 숙소 가격이 쌀 듯 했다. 약간의 발품을 팔아 방3개의 주방, 거실, 화장실까지 있는 숙소를 찾았다. 가격은 15디나르였지만 공사중인 건물 내부였기에 생활하기에는 조금 불편할 듯 했다. 결국 다른 호텔에 묵었다.


짐을 풀고 홍해를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국경에서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아카바의 백사장에서는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기고 어른들은 파라솔 밑에서 여유를 즐겼다.





그러나 고난이 또 다시 시작이었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백사장 한쪽에 나있는 피어로 갔다. 10대로 보이는 몇명의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한 명의 아이가 내가 들고 있던 물병을 가리키며 물을 마시는 시늉을 취했다. 기분 좋게 물통을 건내주니 물 한 모금이 아닌 머리를 감았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싶었다. 

벙쪄서 가만히 있는 내게 '땡큐'하면서 빈 물통을 던졌다. 머리통에 맞았다.


자기네들끼리 배꼽이 빠져라 웃더니 내가 열받아서 씩씩거리니 다들 바다로 뛰어 들어갔다. 우우우하며 나를 놀렸다. 빈물통을 던져봤지만 맞을리가 없었다.

여행 중 처음으로 입 밖으로 욕을 했다. 요르단 사람들에게 맞아 죽더라도 욕은 하고 맞아 죽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Fuck you로는 분이 풀리지 않아 최고난이도의 한국어 욕을 구사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기분을 잡쳤기에 동네 구경을 접었다. 아카바를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에 버스를 수배하고 면세점에서 3.5디나르 싸구려 럼을 샀다. 숙소로 돌아와 영화를 보며 럼을 마시는데 한 모금 마시고 토할 뻔 했다. 이건 마치 공업용 메탄올 같았다. 내 평생 처음으로 술을 먹다 버렸다.


요르단... 첫 인상이 안 좋다. 특히 사람들이 정말 별로라 느끼기 시작했다.


2014. 02. 25


다음이야기.


2016/01/24 - [여행/세계일주, 중동] - 요르단 와디럼. #78 붉게 물든 와디럼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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