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칠흑같은 어둠이지만 그랬기에 하늘의 별이 더욱 빛났다. 3분 거리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아르바민치행 버스를 찾았다.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비어있는 자리가 많았다.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도착시간에 가까워질 수록 사람들이 하나둘씩 버스에 탑승했다. 어느덧 출발시간이 되었고 자리는 만석이 되었다.
버스가 출발하니 버스 차장이 영수증을 일일이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옆의 현지인의 티켓에 적힌 금액과 내 티켓의 적힌 금액이 달랐다. 내가 돈을 더 냈다. 그에게 물어보니 그 역시 아르바민치를 가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내 티켓을 보여주니 앞 사람과 내 영수증을 들고 대화를 나눴다.
내 영수증은 앞사람에 갔고, 그 다음엔 옆 사람, 그 다음엔 어디를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당황해서 내 영수증을 찾으니 한 사람이 내 영수증을 보여줬고 그가 차장을 불렀다.
알고보니 내가 돈을 더 낸 것이 확실했다. 에디오피아 버스승객들은 내가 버스비를 더 낸 것에 대해 집단 항의를 하는중이었다. 결국 나는 현지인들과 같은 값으로 표를 살 수 있었다. 참으로 착한 사람들이었다. 자신들의 표 값과 가격을 비교해 정확하게 차액을 받아서 나에게 돈과 영수증을 돌려주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좁디 좁은 2X3 버스는 아침식사를 위해 잠깐 내려준 것 말고는 계속 달렸다. 좁은 의자, 더운 날씨에 고생했지만 에디오피아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런 육체적 불편함은 문제가 아니었다.
내 옆에 있던 에디오피아인은 나보다 2살 어렸다. 대학생이라 소개하나 그는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 깊이있는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버스에서의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약 12시 반쯤 아르바민치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내일 진카행 버스표를 구매하고 숙소를 찾으러 나왔다.
먼저 투어리스트란 이름의 고급호텔을 가서 와이파이를 사용했다. 물론 가격이 비싸 묵지는 못했다.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무너져가는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가격은 50비르. 숙소의 수준은 처참했다. 샤워장에 문이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맨몸으로 샤워를 할 수는 없기에 샤워를 포기했다. 그나마 모기망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동네를 돌아다니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너무나 더웠다.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맥주를 하나 시키고는 일기를 썼다. 약 10여분 앉아있는데 한 명의 노인이 나의 맥주를 가리키며 마시는 제스쳐를 취했다. 분명 하나 사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사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거절했다. 그는 끝까지 내 옆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떠나지 않는 이상 그가 떠날 일은 없었다. 평화로운 시간을 뒤로하고 자리를 떴다.
인간적으로 너무나 더웠던 날씨 탓에 나는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관광이 힘들었고 밤에는 치안문제로 인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아프리카 여행 중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였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받은 영화를 보고 휴식을 취했다. 해가 지기 전, 날씨가 조금 선선할 때 다시 밖으로 나오는 순간, 오타바이를 탄 남자 한명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자신을 기억하는지 물어봤다.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자세히 보니 버스에서 내 옆에 앉아 있던 에디오피아인이었다.
그는 동네를 구경시켜주기 위해 나를 찾고 있었다 했다.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자기 오토바이 뒤에 앉으라며 자리를 비켜줬다. 그 덕분에 걸어서 갈 수 없는 마을을 잠시 들러 구경을 했다. 약 20여분 구경 후 또다시 나를 태웠다. 이번에는 뷰티풀한 자연경관을 보여주겠단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우리는 강이 보이는 작은 카페에 갔다. 산을 하나 사이에 두고 강물을 끊어져 있는 곳이었다. 일반적인 풍경이었지만 그의 성의가 너무나 고마워 최고의 자연경관이라 말을 해줬다.
그의 투어가 끝나고 나를 투어리스트 호텔 앞에 내려다 주었다. 조금이라도 돈을 줘야될 것 같아 돈을 건내니 너와 나는 친구라며 우리 사이에 돈은 필요없다 이야기했다. 얼굴이 붉어졌다. 돈을 받으면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창피했고 그에게 미안했다. 결국 나도 그가 가난할 것이라는 인종차별적 발상을 한 쓰레기에 불과했다.
투어리스트 호텔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하늘이 시커멓다. 그리고 나의 속도 시커멓다.
2014. 03. 07
다음이야기
2016/02/03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세계일주 사진. #20 에디오피아 아와사, 아르바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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