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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101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0. 15.

일본 부부는 아침 일찍부터 에디오피아 비자를 다시 받기 위해 외교부로 향했다. 저녁에 다시만나 케냐대사관측의 재입국문제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기로 약속 한 후 혼자 케냐대사관으로 갔다.

이미 수중에는 돈이 얼마남지 않았기에 길거리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미니버스를 타고 케냐대사관에 도착했다. 대사관내의 카운터 직원에게 긴 이야기를 설명해줄 자신도 없었고, 듣지도 않을 것 같아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서류를 끄적거리면 한참을 들었다. 내 이야기가 끝나니 그때서야 내 얼굴을 보며 지금은 비자 책임자가 없으니 나중에 다시오라는 말을 했다. 처음부터 듣지를 말던가, 뭐하는 짓거리인가 생각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봤자 할일도 없었고, 왔다갔다 시간낭비에 돈낭비라는 판단이 들어 로비에서 기다리겠다했지만 리셉션 직원 자신도 담당자가 언제돌아올지 모르니 돌아가는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 작은 쪽지에 담당자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주었다. 꼭 전화를 하고 다시 오란다.


다시 생각해보니 무작정 기다림보다는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게 옳다는 판단에 숙소로 돌아왔다. 길거리에 간단히 빵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대사관측에 전화를 하니 담당자가 있으니 와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아침에 타고 간 버스를 다시 타고 케냐대사관에 가서 담당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키는 작았지만 아주 다부진 체격을 가진 남자 담당자에게 상세하게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해달라 이야기했지만, 그 또한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는 듯 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단다. 당황스러운 표정속에서 귀찮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표정 역시 진하게 뭍어있었다. 


그의 팔을 잡고 계속 도와달라 이야기했지만, 그는 법원에 가야한다며 한뭉치의 서류를 들고 조심스럽게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 맥이 빠졌다. 그에게서 오늘 당장 답을 얻기는 힘들어보였다. 


지쳤다. 모든게 다 때려치고 싶었다.

대사관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노랬다. 정말 하늘이 노랬다. 아주아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숙소로 돌아와 속이 울렁울렁거리더니 결국 몸이 버티지 못했다. 텅 비어있는 속이었지만 꾸역꾸역 무언가가 올라오더니 토를했다.

혼자의 힘으로 해결이 힘들어보여 에디오피아 한국대사관에 연락을 하니 내일 케냐 대사관쪽에 연락을 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쨋든 혼자 해결해야만 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깨어있으면 미쳐버리고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설잠을 자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일본인 부부가 돌아왔다. 다행히도 비자 신청을 완료했단다. 케냐 대사관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모두 침대에 누워 아무말 없이 휴식을 취했다.


저녁 때, 일본 여자 간호사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모두에게 휴식이 그만큼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약 15분후 다시 전화가 울렸다. 마가렛 아줌마였다.

한참을 통화하던 일본 여자간호사(안도)는 울면서 몇개 있지도 않은 짐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러면서 Hiroko가 정신 착란증같은 증세를 보인다며 당장 병원을 가야겠다 했다. 조금더 자세히 물어보니 Hiroko가 자신의 남편이 사라졌다며 그를 찾아달라고 울부짖으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중이라했다. 일본 간호사 부부가 병원에서 하루 자기로 결정하고 택시를 잡아타 병원으로 향했다.

나 또한 가봐야하는 것이 맞지만 도저히 갈 체력이 안되었다. 오늘은 일본 부부가 Hiroko옆을 지켜주기로 하고 나는 내일 케냐 대사관을 들렸다 저녁에 간호를 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돕는것이 이다지도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014.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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