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부는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짜이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입국심사소로 향했다.
11시까지 여권을 받으러 오라했지만 10시 반쯤에 도착했다. 챙겨놓은 영수증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니 어제처럼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11시까지 기다릴까 했지만 혹시나해서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별다른 질문없이 영수증만을 체크한 후 여권을 돌려주었다. 드디어 불법체류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나마 조금 힘이 났다.
숙소로 돌아와 주에디오피아 한국대사관측에서 연락이 온 것이 있나 확인해보았으나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다. 바쁜듯 했다. 비자문제 해결을 해준 것도 고마웠기에 케냐 대사관문제는 혼자 해결하기로 했다.
어제와 같이 미니버스를 타고 케냐대사관에 도착하여 리셉션 직원을 만났다. 그녀에게 담당자를 만날 수 있는지 물어보니, 다짜고짜 왜 전화를 안하고 찾아왔냐며 짜증을 냈다. 물론 담당자도 없다는 말과 함께.
화를 낼 힘도 없고, 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 내가 잘 못했다. 언제 돌아오니?' 물어보니 오늘도 역시나 알 수가 없단다.
오늘 내로 무조건 비자문제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었기에, 대사관 로비에 앉아 대기했다.
약 1시간쯤 기다렸는데 아주 귀엽게 생긴 동양 여자가 들어왔다. 국적을 물어보니 중국인이었다. 그녀는 우간다를 가는데 케냐 대사관에서 여러개국 나라를 한꺼번에 갈 수 있는 특수비자 같은 것을 받을 수 있다해서 왔단다. 어쨋든 그녀도 결국엔 비자문제였기에 나와 똑같은 담당자를 만나야만했다.
둘이 대사관 로비에 앉아있는데 한쪽에 틀어진 작은 텔레비전에서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추락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와 그녀 역시 비행기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는 여행자였기에 걱정과 동시에 불안함이 엄습했다.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공포감. 한참동안 뉴스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30분정도를 더 기다리다 잠시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왔는데 담당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내 얼굴을 알아봤다. 내가 그와 만난 것을 본 중국여자도 그에게 비자를 받으러왔다 말했다. 그는 아주 바쁜 듯 잠시만 기다리라며 우리 여권을 들고 어딘가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약 5분 후, 중국여자의 여권을 돌려주며 패키지 비자는 이 곳에서 살 수 없으며 나이로비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했다.
나에게는 입국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케냐 비자가 새로 필요한지 물어봤다. 정말 다행이었다.
국경에서 입국비자를 사기로 하고, 혹시나하여 아웃스탬프가 없는걸 다시 확인해달라 이야기하니 문제 없다며 이는 대사관 보스의 말이라 했다.
드디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감격스러웠다. 때마침 일본 남자 간호사가 대사관에 도착했다. 상황을 설명해주고 비자문제를 해결했음을 알렸다.
중국여자와 오랫동안 이야기했기에 그녀는 내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페이스북 아이디를 알려주고는 돈이 없으면 자신이 아디스아바바에서 떠날 때까지 함께 방을 쓰게 해주겠다 말했다. 너무나 고맙다 말을 하고 그녀와는 헤어졌다. 가장 급한 것은 언제나 병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일본 남자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Hiroko를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를 옆에서 도와야할 것 같았다. 다시 숙소에 들러 짐을 챙겨나오며 중국 여자에게는 고맙지만 병원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다 문자를 남겨놓고 체크아웃 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 탕을 만났다. 진짜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웠다. 며칠사이 더욱 수척해졌다. 상태가 호전되었는지 물어봤지만 의사는 그전과 다름없다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 슬펐다.
Hiroko는 나에게 케냐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표를 사준다 했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일본 부부가 꼭 받으라하여 고맙게도 비행기표 한장을 살 수 있게되었다. 사실 아디스아바바부터 나이로비까지 버스로만 계속 달려도 대략 4,5일이 걸리기 때문에 부담이었다.
병원의 카페테리아에서 저녁을 먹으며 딜라에 계신 한별선교원을 선교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간단하게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말씀드리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기회가 되면 잠시 들리라했지만 비행기표를 샀다 말씀드리니 너무나 아쉬워하셨다. 나중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보자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본 부부 역시 급하게 국경을 넘었기에 모든 짐이 모얄레 호텔에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모얄레로 가야만 했다. 내일 그들은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엘리스톤 호텔 지하에 가서 음료수를 하나 시켜놓고 나는 비행기티켓을 샀고, 부부는 돌아갈 버스를 확인했다.
신호가 미약해 노트북을 몇번이나 켰다킨 후에야 겨우 케냐 나이로비행 버스표를 살 수 있었다.
2014. 0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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